광주시립미술관 로비에는 유려한 곡선 형태의 알록달록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사람들은 탁자 위에 걸터 앉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이자 관계미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리암 길릭의 작품 ‘중용의 툴박스&광주 스툴’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가한 리암 길릭은 녹색 탁자 위에 앉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광주시립미술관(6월27일까지)에서 열리는 리암 길릭전은 아시아권 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그는 지난 15일 뉴욕을 떠나 한국에 도착했고 서울의 한옥에서 자가 격리를 마친 후 광주를 찾았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돌봐주는 시스템을 제대로 경험했다. 요리도 하고, 책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었는데 19세기 문학의 속도가 자가격리 속도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웃음) 내가 사는 뉴욕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조심하면서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고, 그 모습들에서 위안도 받았다.” 리암 길릭은 전시 준비를 위해 지나 2019년 광주를 방문했었다. 미술관이 자리한 중외공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마음에 담고, 전시장을 꼼꼼
광주·전남은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의재 허백련으로 이어지는 남도 수묵의 전통과 예술혼이 흐르는 고장이다.지난 2018년 창립된 남도수묵화협회(회장 곽수봉)는 남도 수묵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적 해석 등을 통해 수묵화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결성됐고 매년 회원전을 열어왔다. 수십년 수묵화에 매진해온 원로작가들의 작품과 수묵화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젊은작가들이 함께 참여해 ‘새로운 수묵화의 세계’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담은 기획전이다. 남도수묵화협회 제4회 회원전이 오는 7일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무등갤러리 초대 ‘봄’ 특별전으로 마련됐다.‘남도수묵’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회원 40명의 다양한 작품과 함께 남도 수묵의 큰 맥을 형성한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여서 눈길을 끈다. 전시작들은 다양한 사계를 담되, 특히 화사한 꽃과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나무, 봄기운이 완연한 산의 모습 등 화사한 봄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전시에는 공재 윤두서의 ‘산경모귀도’, 허련의 ‘부춘산도’, 허백련의 ‘대풍’을 비롯해 허건·조방원·문장호·김형수 등 남도 수묵화단에
두 차례 연기됐던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뚫고 조심스러운 여정을 시작했다.31일 프레스 오픈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5월9일까지 39일간의 일정에 들어간 광주비엔날레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19 탓에 베니스건축비엔날레 등 전 세계 대형 예술축제가 대부분 연기된 상황에서 개막하는 대규모 문화행사로 관심을 모았으며 철저한 방역 지침 속에 전시장을 오픈했다.이번 비엔날레는 데프네 아야스·나타샤 진발라 공동 예술감독이 기획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 주제전과 광주정신을 탬색한 GB커미션,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전 ‘메이투데이’, 국내외 미술관을 연결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결합돼 광주를 동시대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확장시켰다. 이날 광주시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 오픈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과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국내 취재진과 외신 한국 특파원만 참여해 그룹별로 시차를 두고 진행됐으며 방역로봇 등도 눈길을 끌었다.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주제전에는 40여개국 69작가(팀)가 참여해 40
두 차례 연기됐던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4월1일부터 5월9일까지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 등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서는 처음으로 국립광주박물관과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이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며 전시가 몇차례 열렸던 광주극장에서도 색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커미션과 파빌리온 프로젝트 전시, ‘메이투데이’전 역시 옛 국군광주병원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팬데믹, 공동체, 지성, 위로, 소통.’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을 주제로 열리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를 아우르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69 작가(팀)가 참여해 200여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 리서치 과정 등을 통한 신작 40여점을 선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코로나 19로 전시장을 찾기 어려운 국내외 관람객들을 위해 온라인 콘텐츠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본 전시가 열리는 비엔날레전시관은 5개의 전시 공간이 각각 독특한 설계와 레이아웃으로 꾸며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는 주제전의 첫번째 전시장으로 활용됐던 1전시실이 무료로 개방되는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 변신했
오월항쟁의 현장인 옛 국군광주 병원 본관의 작은 성당에 들어서면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오래된 스태인드 글래스를 배경삼아 얽히고 설킨 실타래와 한글 등 다채로운 언어로 번역된 성경 구절이 적힌 종이가 만들어낸 터널 사이를 지나면 잠시 그 때로 돌아가는 듯하다.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신의 언어’로 지난해 열린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MaytoDay’(메이투데이) 중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이하 ‘GB커미션’)에 선보인 작품이다. (재)광주비엔날레가 2018년부터 시작한 ‘GB커미션’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질문과 비엔날레를 통한 광주정신의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시작됐다. 광주를 기억하고, 광주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은 특히 옛 국군광주병원 등 광주의 다양한 장소를 ‘발견’하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은 광주라는 도시를 미학적으로 재해석해 다채로운 작품을 제작했다.오는 4월1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다양한 GB커미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신작을 비롯해 2018년 제작 작품, ‘메이투데이’ 당시 선보였던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로
‘2021년 미얀마는 1980년 광주다.’, ‘미얀마에게 생명을.’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정부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 압제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던져 민주와 자유를 갈구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오월 광주’를 떠올린다. 80년 광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광주의 예술인들도 마찬가지였다.시민사회, 종교계, 예술계 등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의 미술인들이 미얀마에 ‘연대’의 의미를 전하는 작품을 발표하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 참여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통해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는 작업도 계속한다. 16일 오전 광주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아티스트들이 모여들었다. 홍성담 작가를 중심으로 한 ‘생명평화 미술행동’ 팀원들이다. 주홍·전정호·김화순·전혜옥·김자영·홍성민·주라영·고근호 등 9명의 작가는 자신들이 마음을 담아 제작한 만장과 피켓 그림, 걸개 그림 등을 들고 오월 영령들과 함께 미얀마에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이후 5·18 구묘역으로 이동해 퍼포먼스를 이어갔다.‘생명평화 미술행동’은 하루 전인 지난 15일에는 서울시
‘비창, 월광, 열정…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全曲) 여행.’ 2020년은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 (1770∼1827)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세계 곳곳에서는 수많은 공연과 음반 발매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지만 코로나 19로 취소·축소돼 아쉬움을 줬다.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역시 지난해 4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지만 코로나 19를 피하지 못해 수차례 연기를 거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전남대학교 ‘피아노 페스티벌-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가 클래식 팬들을 찾아온다. 신수경 교수를 비롯해 32명의 연주자가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모두 연주하는 대장정이다.음악학과는 오는 16일부터 4월 2일(오후 7시30분 전남대 예술대학 예향홀)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 지난 2018년 음악학과 피아노 전공 강사진 15명이 32곡 중 15곡을 연주하는 교수음악회를 연주한 적은 있지만 32명의 피아니스트가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호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베토벤은 교향곡 ‘운명’, ‘합창’ 등 오케스트라곡 뿐 아니라 거
흔히 미술관에서 만나는 가벽을 모두 없앤 전시실에 들어서자 ‘색채 속을 유영하는 도시의 산책자’가 된 기분이 든다. 온화한 느낌의 불빛을 담고 있는 수십개의 전등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공간을 지나면 건물의 쇼윈도우처럼도 느껴지는 구조물이 보인다. 마치 색상표를 보는 것같은 다채로운 색감의 바(bar)가 수직으로, 또는 수평으로 조합된 작품이 걸린 공간으로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다 문득 구조물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밖’의 풍경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깥의 사람과 내가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벽에 네온사인으로 설치된 ‘어떤 수식’ 들은 도심의 일렁이는 야경처럼도 보인다. 나즈막이 울리는 피아노 소리는 산책의 동반자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출신 세계적인 설치미술작가이자 관계미학의 선구자 리암 길릭 전시회(6월27일까지)는 색다른 공간 체험을 전해주는 프로젝트다. “여러분이 마주하게 될 빛, 여러 추상적 형태들로 채워진 전시 공간이 흥미로운 경험이 되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각자의 시선으로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전시다. 광주 전시 준비차 2019년 10월 미술관을 방문했던 리암 길릭은 “작품을 통한 공간 변화에
전남 지역에는 공립미술관이 타 지역에 비해 많지만 운영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해 ‘공립미술관 평가 인증’을 시행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등록 3년을 경과한 공립미술관을 평가, 인증하는 제도다.이번 평가에서 광주·전남 미술관들의 인증률은 저조했다. 53개 기관이 평가를 받아 최종 41개 기관이 인증 기관으로 선정됐고 인증률은 74%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의 미술관은 인증 대상 기관 9곳 가운데 4곳만 인증돼 38.5%였다. 특히 전남 지역은 7곳 중 3개 기관만 인증 기관으로 선정돼 전북(33.2%)에 이어 꼴찌에서 두번째를 기록했다. 이번 평가에서 인증 기관으로 선정된 공립미술관은 광주시립미술관, 진도 남도전통미술관, 무안군 오승우미술관,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 등 4곳이다. 반면 광주 북구 시화문화마을 금봉미술관과 목포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보성군립백민미술관, 함평군립미술관, 옥과 전남도립미술관(현 아산조방원미술관·전남도립미술관 분관)은 인증에서 탈락했다.이번 평가에서 광주 지역은 대상 기관이 시립미술관과 금봉미술관 두 곳이었지만 전남은 대상 기관이 7곳으로 경기도(9곳)에 이어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 2008년 서울 인사동 미림화방 건물 2~3층에 ‘갤러리 LIGHT’를 오픈했다. 서울 무대 진출을 꿈꾸는 지역 미술인들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방 공립 미술관이 서울에 자체 갤러리를 개관한 첫 사례로, 2012년 9월부터는 한국 화랑계의 중심인 종로구 사간동으로 장소를 옮겨 ‘갤러리 GMA’를 운영했다. 지난 2016년에는 시립미술관과 함께 전남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서울 인사동 인사마루에 ‘G&J 광주전남갤러리’를 열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문화상생프로젝트에서 출발한 기획이었다. ‘G&J 광주전남갤러리’는 올해부터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이 공식 개관을 앞둠에 따라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과 함께 도립미술관이 운영자로 참여한다. ‘G&J 광주전남갤러리’는 올해 인사동 전시문화의 중심인 인사아트센터 3층으로 이전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이름도 ‘G&J 갤러리’로 변경했다. 이번 이전으로 전시 공간은 70평에서 100평으로 늘었다. 운영 비용은 보증금 6억원에 월 임차료는 2000만원 수준이다. 인사아트센터에는 ‘G&J 갤러리’ 이외에도 전북도립미술관, 부산갤러리, 경남갤러리도 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