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의 구도심을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작은 문화공간들이 눈에 띈다. 오래된 가게를 고치고, 누군가 삶의 흔적이 담긴 가정집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소박하게 꾸민 공간들에선 무슨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같다. 최근 동명동, 계림동 등 구 도심의 작은 복합문화공간들이 알찬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시 동명동 골목길에서 만난 ‘동명이인’(동명동 207-46)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지난해 문을 연 ‘동명이인’은 문화기획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함께 크는 나무 협동조합’ 추현경 이사장이 문을 연 공간이다. ‘동명동의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은 각자의 고유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지었다. 양옥집을 개조한 1층은 갤러리 겸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2층은 협동조합 사무실로 활용중이다. ‘동명이인’에서는 지금까지 서양화가 박은수 작가의 개인전과 김명신·김정삼·안미현·추현경 작가가 함께 한 ‘틔움’전 등이 열렸으며 조각가 조광석 개인전이 곧 열릴 예정이다. ‘동명이인’이 지역주민과 밀착된 공간이라는 것은 올해 진행한 ‘삶이 깃든, 문화가 물든 든든한 골목 드로잉’ 프로젝트가 잘 보여준다. 동명동 도
제 14회 광주비엔날레가 2023년 4월 열린다. 비엔날레는 2000년 3회 대회부터 2년 주기, 짝수해에 열려왔고 제 13회 행사는 코로나 19로 1년 연기돼 올 4월부터 6월까지 개최됐었다.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비엔날레 개최 시기와 관련 2022년과 2023년을 두고 광주비엔날레 이사회 등에서 논의를 거친 결과 2023년 개최로 의견을 모았다.재단은 내년에 행사를 진행할 경우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해 원활한 진행이 어렵고 준비 기간도 촉박해 광주비엔날레 위상에 맞는 전시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 이같이 결정했다. 전시기간은 기존의 66일보다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어 조율 과정을 더 거칠 예정이다. 13회 행사는 기존 66일에서 87일로 행사 기간을 늘렸지만 코로나 19로 일정을 축소해 진행했었다. 전시를 이끌 차기 예술감독은 올 연말까지 선정할 계획이며 이후 주제 선정, 작가 선정 등의 과정을 밟아나갈 계획이다.한편 당초 비엔날레가 짝수해에 열렸던 점을 감안, 15회 행사를 다시 2024년에 개최하는 방안은 문화계 등과의 차후 논의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걷기 좋은 가을 날이다.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와 잔잔히 흐르는 물길, 소박한 돌다리를 만나는 광주천변을 산책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광주천변이 문화예술현장으로 깜짝 변신했다. 광주천 남광교-학림교 인근에서 열리는 ‘광주예술천ON프로젝트’를 통해서다. 4일 찾은 현장에선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작은 돔 형식의 재미있는 구조물을 만났다. 남광주 철교에는 광주천에 살고 있는 수달 등을 소재로 한 이조흠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도심을 흐르는 광주천은 다양한 행사를 펼치기 좋은 공간임에도 지금까지 활용도가 미흡했던 게 사실. 이번에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들에게 ‘발견’돼 근사한 예술쉼터로 변신했다. 닫힌 전시장과 무대를 벗어나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지역을 밝히는(ON) 이번 아트프로젝트는 광주천을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일상 예술 쉼터’로 탈바꿈시키는 출발점이다. ‘정원’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9명의 청년 생태문화활동가 ‘광주천그리너’와 7명의 청년 작가들이 의기투합해 꾸린 프로젝트로 전시, 버스킹,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양림골목비엔날레 등을 개최한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가 주최하고, 한국전력이 힘을 보탰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이 전환되면서 문화예술계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참여 인원을 축소하고, 비대면 행사 등을 진행해온 문화계는 1일부터 새로운 방역시스템이 적용됨에 따라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행사를 늘리고, 연기했던 축제도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광주시립미술관은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일부 강의를 대면 행사로 전환하고 세미나도 개최한다.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펼쳐온 미술관 아카데미는 올해 처음으로 대면 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9일(오후 3시 미술관 강당) 열리는 강의에서는 주경란 박사가 ‘미디어 아트의 역사:뉴 미디어 아트,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주제로 미술애호가들을 만날 예정이다.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짐에 따라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만나기 위해 기획된 토요문화이벤트 ‘그림 읽어주는 남자의 미술 기행’도 처음 대면 강좌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바티칸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을 소개했던 이창용씨는 마지막 강의(27일 오후 3시)에서 ‘인상주의의 시작과 끝-오르세 미술관’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반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코로나 시대에 맞는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슬기로운 예술수업’은 기존대로 줌 강의를 진행하고 강
지난 9월1일 개막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3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축제 분위기에서 열린 여느 때와 달리 코로나 19 상황을 맞은 올해는 본 전시가 열린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등에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오프라인 전시와 함께 개막 한달 후부터는 다양한 콘텐츠로 꾸려진 온라인 전시관을 오픈, 디자인비엔날레 관람을 원하는 이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것도 이번 행사의 특징이었다.사전 예약제, 동시입장 제한, 월요일 휴관 등 예전 행사와는 다른 여건에서 행사기간 동안 본 전시관을 다녀간 관람객은 5만여명이었다. 온라인 전시관에는 8만여명이 방문, 온·오프라인 관람객은 모두 13만여명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본 전시관 오프라인 관람객은 9만5000명이었다. 지난 행사부터 ‘예술성’에 포커스를 맞춘 광주비엔날레와의 차별성을 위해 ‘대중성과 산업화’에 무게를 두고 진행되고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이번 행사 역시 관람객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고, SNS 등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계층의 방문객들은 부담없이 전시를 즐기며 사진을 찍는 등 흥미로운 관람을 이어갔다.‘디-레볼루션(d-Revol
대규모 문화 축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오는 3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방역 수칙을 지켜가며 작품 감상을 즐겼고, 온라인 전시관을 통해서도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아직 관람하지 못했다면 서둘러 전시장을 찾아보자.수천개의 종이꽃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모습, 나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기계 엄마, 홀로그램으로 만나는 조수미의 공연, 바쁜 삶에 한 템포 쉼을 전하는 캠핑. 2021 광주비엔날레에서 만나는 화제작들이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부터 AI, 메타버스 등 최첨단의 기술이 디자인과 어우러진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감성을 전하고 있다.‘디자인(Design)’과 ‘레볼루션(Revolution)’의 합성어인 ‘디-레볼루션’을 주제로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올 행사에는 폴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50여개 국가 421명의 작가 및 국내외 기업에서 총 1039종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주제관에서는 디뮤지엄과 완다바르셀로나가 협업한 ‘From color to eternity’, 직접 흙을 밟고 새소리와 물소리를 만나는 ‘식물 극장’, 더이상 불을 밝히지 않는 폐선의 집어등을 조합해 작
지난 13~17일 열린 키아프의 매출액은 650억원, 방문객은 약 8만8000명이었다. 5월 열린 부산아트페어 매출액 역시 35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미술 시장의 호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MZ세대들까지 미술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컬렉터층도 다양해지고 있고, ‘아트테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술문화생태계를 지원하는 행복한 미술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아트광주 21’이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코로나 19로 온라인 행사만 진행됐던 터라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미술장터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한국예술진흥회가 주관하는 올해 행사는 지난 2015년부터 운영되던 작가들의 개인부스를 폐지하고 갤러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지역 작가들의 참여는 아트광주 21사무국이 다양한 주제로 자체 기획전 부스를 운영하는 식으로 보완했다. 행사는 본전시 95개 부스로 운영된다. 15개국 70개 국내외(국내 56개, 해외 14개) 전문갤러리가 참여했으며 사무국이 운영하는 기획전 부스는 25개다. 이와 함께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 등 지역 문화예술행
‘건축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만나다.’ 해마다 열리는 ‘광주건축도시문화제’는 지역 건축 관련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다. 한국건축가회 광주시지회, 대한건축사협회 광주시건축사회, 대한건축학회 광주전남지부로 구성된 (사)광주건축단체엽합회가 주관하는 행사는 지역 건축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행사다. 제18회 광주건축도시문화제가 광주시민을 찾아간다. 코로나 19로 지난해 온라인에서 행사를 치렀던 데 반해 올해는 오프라인 행사를 재개하고 온라인 전시도 함께 진행한다. 오프라인 행사는 27일부터 30일까지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열리며 온라인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일인 27일에는 광주시 건축상 등 각종 공모전과 자랑스런 건축인상 시상식과 함께 개막식(유튜브 중계)이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는 각 협회가 진행했던 다양한 공모전의 수상작을 만날 수 있다. 광주시건축사회가 주관한 25회 광주시건축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첨단 와이어즈파크 지식산업센터’(비주거 부문), 봉선동 다가구주택 ‘200’(주거 부문)을 비롯해 전남대학교 교육연구시설 ‘정보마루’, ‘FORPLAY, ‘화정동 1265’ ‘수완동주택’, ‘Gallery House’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는 첨단기술과 아날로그적 풍경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전시다. 또 환경과 생태 문제, 기계와 인간의 관계 등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답을 만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역 작가들도 다양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회화, 공예를 비롯해 인공지능 작곡가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관 주제전시관의 하얀방에 들어서면 아련한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작품 ‘오월 빛고을 향기’는 ‘오월 광주’를 상징하는 이팝나무 꽃향기와 허달재 작가의 그림, 박일구 작가의 사진이 어우러졌다. 코스맥스사는 지난 5월 광주시청 인근의 이팝나무에서 향기를 포집한 후 조향 연구를 통해 향을 완성했다, 허 작가가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린 이팝나무 그림과 한반도 남쪽 바다를 색으로 표현한 박 작가의 사진 연작 ‘The south sea’ 시리즈가 어우러진 영상은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상물과 둥근 거울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이남 작가의 ‘DNA 산수’는 팬데믹으로 혼돈스러워진 현대 사회속에서 온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조각가가 10년 전 ‘시골 미술관’과의 약속을 지켰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고흥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에 최근 경사가 있었다. 개관 당시 화제를 모은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 외관을 제작하고,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작품을 만든 박승모 작가가 아무 조건 없이 대작 2점을 미술관에 기증·설치한 것. 박 작가와 미술관의 인연은 지난 2011년으로 올라간다. 조각가 7인이 참여한 ‘움직이는 예술마을’전에 참여했던 박 작가는 이후 2013년 개인전 ‘환(幻)’을 통해 다시 남포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 인연을 이어갔다. 박 작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남도의 소박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전시를 마치고 떠나며 “기회가 닿으면 작품을 한 점 기증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박 작가의 작품이 너무 좋았던 곽 관장은 내심 기뻤지만 믿기지 않아 당시에는 설마 이게 이루어질까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곽 관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구찌가옥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작업이 끝나면 남포미술관에 기증할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올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