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억과 이야기를 품은 집이 있었다. 집주인 김성채(1906~1987)가 1954년에 지은 주택은 사랑채로 쓰인 양옥과 안채로 쓰인 한옥이 이어진 독특한 건물이다. 주인이 바뀌고 오래 비어 있던 이 근대 가옥은 당초 헐릴 예정이었지만 건축적 가치를 인정, 보존해야한다는 여론이 이어져 ‘모두의 공간’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지난 7일 문을 연 ‘동구인문학당’(동계천로 168-5)이다. 동명동은 ‘동리단길’로 불리는 핫 플레이스다. 개성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들은 많지만 마땅한 문화공간이 적은 점은 늘 아쉬웠다. 이제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추억을 만들어갈 멋진 공간이 탄생했다. 강연을 듣고, 오래된 LP로 음악을 듣고, 차를 나누고, 책을 읽고, 함께 음식을 만드는 인문 문화 활동의 거점이다. 인문학당은 70여년된 오래된 가옥과 신축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본채를 리모델링하고 정원을 사이에 두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 최귀동 건축사(에이 스케이프 대표)가 참여했고, 신양호 작가 등 지역의 예술가들이 공공예술프로젝트 ‘별별별서’(디렉터 정유진)를 통해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어간 점이 특징이다. 서석교회 주차장 바로
올해는 지난 1992년 전국 최초 공립미술관으로 문을 연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이 개관 3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지나온 30년의 역사를 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미술관은 올해 ‘개관30주년 기념전’과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임직순 탄생 100주년 기념전’ 등 굵직한 전시를 통해 미술 애호가들을 만난다. 지난 연말 시작해 오는 4월까지 이어지는 ‘미래의 역사쓰기 : ZKM 베스트 컬렉션’전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에서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획이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의 역사를 상징하는 독일 칼스루에의 ‘예술과 미디어센터’(ZKM·Center for Art and Media)와 공동주최·제작한 대형 프로젝트로 ZKM의 소장품을 엄선, 미디어아트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약 60년간의 계보를 망라한 미디어아트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ZKM의 소장품을 대표하는 작가 64명의 주요 작품 가운데 미디어아트의 역사에 방점을 찍은 작품 95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의 창의성이 과학과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예술세계를 펼쳐 보이는 현장이다. 30주년 기념전은 2부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된다. 1부(4월
팬데믹 첫 해였던 2020년, 지역 문화계는 ‘완전 멈춤’ 상태였다. 대형 예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가 연기됐고, 많은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2021년 역시 코로나 19의 위세는 여전했지만 문화예술계는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행사를 진행했고, 온라인 등 새로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각 분야별로 올해 문화계 움직임을 결산한다.올해 광주·전남에서는 1년 연기된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 3개의 메가 예술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은 ‘이건희 컬렉션’이 광주시립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돼 관람객들을 만난 점은 ‘핫이슈’였다. 반면 광주를 상징하는 대표 문화 행사인 광주비엔날레를 둘러싼 잡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미래혁신위원회가 꾸려지고 2023년 다음 행사 일정도 확정된 상황에서 재단의 체질과 시스템을 개선하고 명실상부한 세계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4월1일 개막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대폭 축소된 39일간의 여정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
지역 미술관들이 다양한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나들이 삼아 한번씩 다녀와도 좋을 기획이다. 곡성 아산조방원미술관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3시대_Y’(2022년 2월6일)전을 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높아지는 요즘, 거대담론으로서 환경 이슈를 넘어 개개인의 삶 속에서 작가들이 고민한 결과물을 만나는 기획이다. 13명의 참여작가들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나무, 흙 등 자연물을 소재로 한 4개의 설치 작품을 공동제작했다. 전시작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변화되는 게 특징이다. 참여작가는 김경란·김기현·김다인·김재승·명미희·오혜숙·윤윤덕·이선희·장용림·정일·조광석·한미경 등이다. 외부기획자로 참여한 김경록 문화공감 창 대표씨는 해마다 환경문제를 주제로 아산미술문화재단 소유의 숲 일대와 미술관 전시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김 대표는 “이번 전시는 작은 실천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연의 혜택을 영구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길이며, 인류와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방향을 이제는 선택할 때라는 의미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담양 대담미술관에서 열리는 ‘대담 레지던시: 담양을 말하다’전(2022년 1월5일까지)은 전남문화재단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입니다.”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생을 달리한 윤상원 열사가 남긴 말이다. 광주민중항쟁 시민군 대변인으로 오월 현장을 끝까지 지켰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열사를 기리고 5월 정신을 알리는 행보가 전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 오월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감의 현장이고, 오월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은 그 진실과 역사적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기획이다. (사)윤상원기념사업회와 광산구가 공동 주최한 ‘글과 수묵, 사진으로 만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윤상원’전이 광주, 부산, 울산, 서울, 수원을 거쳐 오는 17일 개막하는 인천 전시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2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렸던 ‘역사의 피뢰침, 윤상원-하성흡의 수묵으로 그린 열사의 일대기 ’전이 중심이 된 전국 순회 프로젝트다. 윤상원 생가 터가 있는 광산구는 뮤지컬 등 윤열사 헌창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으며 최근 2년 동안 윤 열사 일대기를 그림으로 남기는 기획을 추진해왔다. 한국화가 하성흡 작가가 2년 동안 그린, 120호 크기의 윤
아이를 업고 있는 단발머리 ‘몽실언니’를 보고 뭉클해졌다. 고(故) 권정생 작가의 동화 ‘몽실언니’ 속 인물들은 왠지 모르게 애틋하다. “호박옹! 멋지게 늙으셨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새겨진 ‘늙은 호박’을 한참 들여다 본다. 선승들의 대화 한 자락에, “이 얼굴이 네 얼굴이냐? 그 얼굴로 오래살면 네 얼굴 못찾는다” 일갈하는 작품까지. 이철수(67) 작가의 작품 앞에선 좀처럼 발을 떼기 어렵다. 그림 자체가 주는 울림, 글이 주는 따뜻함,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사색의 깊이. ‘판화로 시를 쓰는 작가’, 그의 작품은 두고 두고 마음에 남는다. 이철수 작가가 목판화 인생 4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2022년 2월28일까지)를 진행중이다. 개막일인 7일 무각사(주지 청학스님) 로터스 갤러리에서 이 작가를 만났다. 1·2층을 아우르는 넓은 전시장 덕분에 바로 직전 열린 서울 전시보다 2배나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맑아지지도 않고, 따뜻해지지도 않았습니다. 힘든 사람들도 너무 많아졌어요. 누군가의 어려움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내치고, 차별하려고 들고, 상처가 더 깊어지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런 때, 우리 모습을 돌아
도심에 소박한 실내 정원이 생겼다. 유칼립투스 등 초록식물들이 공간을 메우고 있고, 조각으로 형상화한 다채로운 꽃들이 한가득이다. 어디선가 물소리도 들리고, 나즈막히 깔린 음악을 들으면 힐링이 된다. 조각가 윤종호(41) 작가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문화공간 김냇과 갤러리(동구 구성로 240번길) 지하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초록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광주미술상 수상작가에게 주어지는 기획이다. 올해 27회를 맞는 광주미술상은 지역 원로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후배 예술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상이어서 의미가 있다. 윤 작가는 독특하게 조각과 정원예술을 함께하고 있다. (사)광주미술상 운영위원회(이사장 조규일)는 조형작업에 식물생태를 결합한 정원예술을 탐구하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영원한 정원(Endless garden)’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생장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식물과 조형작품을 함께 구성해 독특한 식물정원을 조성했다. 요즘같은 시절에 치유와 희망을 전하는 맞춤한 전시다.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졸업한 윤 작가는 지난 2017년부터 정원예술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올 한 해 마무리, 대인예술시장에서.’대인예술시장이 12월 한달간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펼친다. 작가들 작업공간을 탐방하고,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연말 선물을 준비할 수 있는 그림마켓도 열린다.대인예술시장 레지던시 ‘묘수 3기’ 결과보고전 ‘모닥모닥’은 4일부터 27일까지 한평 갤러리 등에서 열린다. 입주 작가 10인(강미미·고유진·김민재·손연우· 박다은·유선진·유지원·이정은·최나래·최다솜)의 작품을 만나는 기획으로 한평갤러리와 함께 작가 작업실이 전시공간으로 변모한다. 4일 오전 11시 전시 오픈식을 시작으로, 한평 갤러리에서는 입주작가들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고 개인 작업실에서는 윈도우 갤러리 형식으로 작가들이 대인시장에 머물며 지난 5개월간 작업했던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 4일, 11일 이틀간은 작업 공간 개방을 통해 작가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오픈갤러리가 열린다.그밖에 한평갤러리와 작가 작업실 7곳을 모두 방문하고 스탬프를 받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특별 제작된 ‘묘수 작가 10인의 아트포스터북’을 제공한다.‘별별상상정원’에서는 4일 오후 3시~6시 예술체험 프로그램 ‘만들랑가’를 진행
제37회 무등미술대전에서 이영주(서울) 작가의 ‘세월의 초상 2’가 서양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또 한국화 부문에서는 이해천(광주) 작가의 ‘차이나는 클래스’가 대상을 받았다. (사)광주전남발전협의회(회장 최영관)가 주최하는 제37회 무등미술대전 수상작이 발표됐다. 전체 입상작은 대상 7점(상금 각 500만원), 우수상 25점, 특선 293 점, 입선 553점 등 총 878점이며 수채화, 판화 부문은 대상작품을 선정하지 않았다. 지난 25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심사는 한국미술협회 이광수 이사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진행됐다. 전국의 공모전 출품수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번 미술대전에는 지난해와 똑같은 1448점이 출품됐으며 타 지역 작품수가 50%를 넘어 무등미술대전의 전국적인 위상을 보여줬다. 지난 1985년 지방미술문화의 향상발전과 전국 미술인의 등용문을 기치로 내걸고 출발한 무등미술대전은 지금까지 총 4만1864점이 출품돼 2만1332점의 입상작을 배출했으며 대상 수상작품 258점은 시상금으로 매입, 지역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광수 이사장은 “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전국 각 지역에서 참신하고 좋은 작품이 출품돼 전국
고구려 금관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사진>불꽃무늬 고구려 금관은 보문문화재단 동곡미술관·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열고 있는 ‘한국의 금관 최초 발견 100주년 기념’전에서 오는 12월 19일까지 만날 수 있다. 신라·백제 금관과 달리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유물로, 공개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박물관 별도의 방에 전시된 고구려 불꽃무늬 금관은 360도 회전하는 좌대 위에 설치돼 사방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으며 금관과 함께 출토된 유물 30여점도 만날 수 있다. 관테에 두 종류의 불꽃무늬인 세움장식 7개를 이어 붙인 형식으로 전형적인 삼국시대의 금관 양식을 띠고 있으며 둘레 59cm, 높이는 15.8cm 이다. 동곡박물관은 이사지왕릉(금관총)에서 신라금관이 출토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으며 지난 20일에는 관련 학술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현재 박물관에서는 비파형동검 등 130여점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 ‘고조선에서 조선까지 : 민족의 얼을 찾아서’가 열리고 있으며 미술관에서는 비운의 천재화가로 불리는 석현 박은용의 전시 ‘전원에 산다’가 진행중이다./김미은 기자 mekim@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