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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미술상 수상, 윤종호 개인전 14일까지 문화공간 김냇과갤러리

“‘실내 예술정원’서 잠시 쉬어가세요”
꽃·식물에 조각·물소리까지 ‘힐링’

 

도심에 소박한 실내 정원이 생겼다. 유칼립투스 등 초록식물들이 공간을 메우고 있고, 조각으로 형상화한 다채로운 꽃들이 한가득이다. 어디선가 물소리도 들리고, 나즈막히 깔린 음악을 들으면 힐링이 된다.

조각가 윤종호(41) 작가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문화공간 김냇과 갤러리(동구 구성로 240번길) 지하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초록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광주미술상 수상작가에게 주어지는 기획이다. 올해 27회를 맞는 광주미술상은 지역 원로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후배 예술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상이어서 의미가 있다. 윤 작가는 독특하게 조각과 정원예술을 함께하고 있다. (사)광주미술상 운영위원회(이사장 조규일)는 조형작업에 식물생태를 결합한 정원예술을 탐구하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영원한 정원(Endless garden)’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생장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식물과 조형작품을 함께 구성해 독특한 식물정원을 조성했다. 요즘같은 시절에 치유와 희망을 전하는 맞춤한 전시다.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졸업한 윤 작가는 지난 2017년부터 정원예술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원 예술은 야외에서, 조각전은 실내에서 진행했어요. 그러다 식물도 보고, 조각 작품도 만나는 예술정원을 실내에 꾸며 보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사람을 치유해 주는 식물의 효과를 만났으면 해서 물소리와 향기도 넣구요.”
 

 

 

 

 

 

 

 

 

 

이번 실내정원의 모티브는 그가 보성 시골에 마련한 작은 텃밭정원이다. 작업할 때 쓰기 위해 에키네시아, 갈대, 사계 바람꽃, 장미, 백합 등을 심어놓은 정원은 그의 안식처다. 힘이 들고 지칠 때면 ‘꽃멍’을 때리며 휴식을 취하고 작품의 아이디어도 얻는다.

전시장에 놓인 식물은 이끼부터 아레카 야자수, 폴리안, 유칼립투스, 여인초, 고사리 등으로 그의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장미, 모란, 사계바람꽃 등 다채로운 꽃은 건축용 재료로 사용하는 우레탄폼을 제작했다.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어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 수 있다. 꽃과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늘 함께하는 사슴벌레, 나비 등 곤충도 우레탄폼과 철판으로 만들었다.

‘꽃’은 그가 줄곧 작업해온 소재다.

“제 작업의 첫 주제는 ‘옷’이었습니다. 사람들의 페르소나를 나타내고, 자기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장치였죠. 이후 꽃작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꽃을 욕망과 연결시켜 작업했어요. 그러다 자연이 좋아지며 풀과 나무 꽃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현수막이나 황토로 꽃을 만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요.”

사실, 정원작가이 시작은 생계와 관련이 있었다. 조각 작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4년 정도 조경회사에 다녔는데, 그 때 나무와 식물에 눈을 떴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후 정원콘테스트에서 수상하고, 프랑스 쇼몽성가든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이번 전시는 김냇과 1층 카페에서부터 시작된다. 커다란 꽃 조형물과 곤충 조각을 지나면 지하 전시실로 내려가는 입구에 정원 일과 노동을 상징하는 삽, 물뿌리개 등이 설쳐돼 있다.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긴 끈들은 물줄기를 나타낸다. 정원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예쁜 벤치가 놓인 포토존도 있고, 자신의 텃밭 풍경을 촬영한 영상도 상영중이다. 구석구석 숨겨진 식물과 소품 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겨울에 빛을 발하는 종류도 있지만 꽃과 나무는 대개 겨울이면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지요. 전 조각을 통해 계속 피어있는 꽃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정원에서 느꼈던 편안함을 관람객들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잠시 쉬어가는 곳, 작은 위로와 치유가 되는 전시였으면 합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