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25일 완주군청을 찾았지만, 예고됐던 ‘완주군민과의 대화’ 행사는 열리지 못했다.
완주군의원, 통합반대대책위 등이 행사장을 봉쇄했기 때문으로,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 무산이다.
이날 오전 10시 완주군청에 도착한 김 지사는 유희태 군수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기자실을 찾아 “통합 여부는 군민이 결정할 사안이며, 완주군민 역시 전북도민의 한 사람인 만큼 도지사로서 그 목소리를 공정하게 듣고 도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이번 통합 논의는 지난해 6월 6152명의 완주군민이 주민투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고 지금까지 모든 절차는 법적 요건에 맞춰 진행돼 왔다”며 “통합은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는 일이 아니라 전북의 다음 세대를 위한 구조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유 군수가 "주민투표 대신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통합 여부를 판단하자"고 하자 김 지사는 “여론조사는 민의를 반영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군민 전체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듣고,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역 발전을 위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대도시권 광역교통법 개정, 새 정부 출범 등은 통합 필요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며 “공식·비공식 자리를 가리지 않고 완주군민들과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자실 브리핑 후 김 지사가 행사장인 군청 옆 문예회관으로 이동하려 하자, 복도와 출입구를 점거한 군의원들과 통합 반대 대책위 측 주민들이 진입을 저지했고 도청 공무원들과의 격한 실랑이도 벌어졌다.
김 지사는 가까스로 뒷문을 통해 군청을 빠져나왔지만 차량 진입로까지 인파로 막히며 경찰 기동대의 도움을 받아서야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앞서 김 지사가 도착하기 전 완주군의회 의원 10명은 군청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통합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유의식 완주군 의장은 “군민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통합 추진은 정치적 폭주”라며 “오늘 완주의 민심을 온몸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전주시 빚 6000억’, ‘일방통합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주민 150여 명이 집결해 고성과 구호를 이어갔다.
완주를 빠져나간 김 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렵게 마련한 통합 공론장이 무산된 데 아쉬움을 드러내는 한편, 완주군민과의 소통 강화 지속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완주 군민 앞에서 설명하고 목소리를 듣고자 했지만 일부 단체와 의회의 조직적인 항의로 무산돼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찬반을 떠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는 자세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 없는 결정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완주 군민들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찬반 양측과 거듭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날 대화시도가 무산되면서 내년 민선 9기 출범 전 완주·전주 통합시 출범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행정절차와 법개정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9월 말 이전에 주민투표가 마무리돼야 하지만 반대 여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통합 찬반 공론화 일정 역시 안갯속인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