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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참혹했던 일제 수탈을 딛고 선 수원 산루리의 독립운동가 '삼남매'

산루리 출신 이현경·선경·용성 삼남매 조명
수원 구 부국원과 수원박물관이 테마전으로 마련

 

일제의 식민 지배가 시작되면서 수원역에서 팔달문을 잇는 신작로(지금의 매산로·향교로)에는 일본 식민회사와 은행 등이 들어섰다. 식민농정회사로 수탈에 앞장섰던 종자·종묘회사 '부국원'도 이때 건립됐다.

신작로와 맞닿아 있는 현재 팔달구 중동·영동·교동 일원 '산루리' 역시 수원에서 가장 먼저 일제의 침탈을 받았다. 산루리는 팔달산 수원향교와 팔달문 사이에 있던 마을로 조선 시대 화성 화양루(華陽樓) 아래에 있어서 '산루'라고 불렸다고 전해진다.

'부국원'을 비롯해 일제의 식민회사들이 주변에 들어선 산루리는 침탈의 근거지가 됐고, 일제의 차별과 수탈로 매일 같이 식민지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했던 산루리 젊은이들은 일제에 대항하며 독립운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수원 산루리 출신 독립운동가 이현경·선경·용성 삼남매 역시 그렇게 독립운동과 인연을 맺었다.

산루리 406번지에서 태어난 삼남매는 각자 방식으로 조국 독립운동에 나섰다. 이현경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 선각자였고, 이선경은 목숨을 바쳐 조국독립을 꿈꾼 대표적인 산루리 출신 독립운동가다. 이용성은 대중들 속에서 활동한 청년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장녀 이현경(1899~?)은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1921년 3월 1일 일본의 심장부였던 동경 히비야 공원에서 만세 시위를 하다가 체포됐다. 3·1운동 2주기를 맞아 진행한 만세 시위였다. 귀국 후에는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합작단체인 '근우회' 창립(1927년)을 주도했다. 근우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적인 여성운동 조직으로 민족계몽운동과 여성운동을 전개했다. 1928년 중국 망명 후에도 항일 운동을 계속했다.

'수원의 유관순'이라고 불리는 차녀 이선경(1902~1921)은 수원 학생들이 조직한 비밀결사단인 '구국민단'에 가입해 상해판 '독립신문'을 시내에 배포하며 시민들에게 독립의식을 심어주는데 힘썼다. 독립자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로 떠나려던 찰나에 일제에 발각돼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일제는 계속된 고문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을 때가 돼서야 이선경을 풀어줬고, 서대문형무소를 나온 이선경은 석방 9일 만에 19세 꽃다운 청춘을 마감하며 순국했다.

막내 이용성은 '수원청년동맹'(1929~1934), '수원체육회'(1929년 설립) 등에서 활동하며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해방 후에는 수원시의원으로 일하며 수원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이런 삼남매의 일생을 조명기 위해 수원 구 부국원과 수원박물관은 수원 구 부국원 2층에서 '산루리 삼남매의 독립운동' 전시회를 열고 있다.

 

 

 

11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삼남매의 독립운동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과 관련 자료 등 30여 점이 전시된다. 수원박물관이 독립운동가 이선경의 순국 100주년을 기념해 열고 있는 테마전 '수원 산루리의 독립 영웅들'의 성과를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하려 마련한 전시회다.

수원시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걸어 다니는 향교로 거리는 100년 전 이현경·선경·용성 삼남매가 독립의 뜻을 품고 걸었던 거리"라며 "이현경·선경·용성 삼남매처럼 독립운동에 헌신한 훌륭한 가문이 수원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수원 구 부국원에서 그들이 그토록 바랐던 조국독립의 꿈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