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로 수술대에 오를 처지에 놓이면서 LH의 탄생과정과 전북과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LH의 전신은 대한주택공사(주공)와 지난 2005년 전북이전이 확정됐던 한국토지공사(토공)다. 이 두 기관의 합병으로 자산규모 184조원, 직원 9500여명의 ‘공룡’조직이 태어났지만 여러 문제를 양산하면서 다시 분할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는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는 물론 그동안의 독점적 지위로 인한 부작용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선 LH가 통합 11년 만에 사실상 해체 수순까지 거론되고 있다.
14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본격적으로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재발대책의 핵심에는 LH 조직개편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 안건이 마련된 것은 일부 기능의 분리와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의 환원, 해체까지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면서“각 부처 간 이견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LH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한창이던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되면서 탄생했다. 원래 토공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MB정부 당시 ‘공기업 선진화’를 명목으로 토공과 주공이 합병했고 통합 사태는 전북정치권과 경제로까지 번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전북도민의 분노를 자극했던 ‘LH꼼수 합병’이 부른 나비효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토지와 농업을 기본 콘셉트로 잡던 전북혁신도시 밑그림 역시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 이명박 정부는 LH 대신 전북에 국민연금공단을 대안으로 내밀었다. LH를 빼앗긴 전북은 기금운용본부 동반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를 법으로 못 박고 유치를 성사시켰다. 그럼에도 LH를 경남 진주로 이전시키기 위해 성급한 통합을 추진한 결과 전북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탓에 아직까지 전북혁신도시 내 세수효과나 규모는 다른 혁신도시에 밀리고 있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약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담겨있는 이유 또한 LH통합으로 인한 전북도민의 피해를 보상하고 그 이상으로 국민연금의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신도시 투기 사태 후속대책으로 LH의 공공개발 영역과 주거복지 업무를 분리와 축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 신뢰 하락으로 사업추진 동력이 떨어진 만큼, 조직을 세분화해 재정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정부가 3기 신도시 및 2·4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인 만큼, 당장 LH의 전면적 개편은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김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