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근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가 10일 타계했다. 향년 83세. 고인은 한국의 도서관과 문헌정보학의 위상 정립을 위해 탈식민성에 근거한 한국적인 학술운동과 도서관운동을 했던 학자다. 그는 학계의 수입 언어와 도서관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것을 일생의 과제로 삼았던 ‘한국적 문헌정보학의 개척자’였다. 1939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 도미니칸대에서 도서관학 석사,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교육학 석사·박사학위를 받는 등 12년간 북미 유학생활을 했다. 1984년 부산대 문헌정보학과가 창설될 때 부산대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사회과학의 탈식민성 담론 어디까지 와 있는가> 등을 비롯해 단독 또는 제자들과 공동으로 집필한 저작 7권이 대한민국학술원과 문체부 등의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0년 이후 독서치료의 새 지평을 개척했으며, 부산시 문화상(2012년)을 수상했다. 2009년 이후 외조부인 김범부의 건국 사상을 천착하는 저작 5권을 내기도 했다. 빈소 경주하늘마루 장례식장 2호실. 발인 13일 오전 10시. 054-751-9444.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부산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가 3년 만에 신나는 대면 공연으로 시민들을 찾아간다. 순서대로 5월에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부산구덕민속예술보존협회, 다대포후리소리보존협회, 그리고 하반기인 9월에 수영고적민속예술보존협회가 각각 대면 공연을 벌인다. 첫 합동 공개행사는 7일 오후 1시 부산 금정구 부산민속예술관 놀이마당(금강공원 안)에서 진행되는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의 ‘동래민속예술축제’다. 시민들은 동래의 무형문화재인 동래학춤(제3호) 동래지신밟기(제4호) 동래고무(제10호) 동래한량춤(제14호) 등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동래민속예술축제’는 57년 동안 개최된 민속예술축제다. 예술적 차원에 도달한 동래학춤, 춤사위가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변화가 있는 화려한 동래고무, 동래지역 한량들의 호방하고 선이 굵은 남성무 홑춤인 동래한량춤, 마을과 각 가정의 무사태평과 풍년 재복이 들기를 기원하던 동래지신밟기 등 무형문화재의 원형을 접하고 우리 전통예술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축제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왔다. 두 번째 합동 공개행사는 21일 오후 1시 부산 서구 구덕민속예술관 놀이마당에서 개최되는 부산구덕민속예술보존협회의 ‘2022년 구
전북 정읍 출신인 고인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1968년 출간한 첫 시조집 <백색부>에 실린 실험성 짙은 시조 ‘고무신’은 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눈보라 비껴 나는/--全--群--街--道--’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시조에 줄표(-)를 넣는 파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12권의 시조집과 8권의 문학전집 등을 남겼고, 1981년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부산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여러 차례 맡기도 했다. 그는 2010년 문학전집을 내면서 “한글과, 가람 이병기 선생과의 만남이 저에겐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부인 민복순 씨, 아들 이재·안재·능재·규재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4호실, 발인은 3일 오전 10시, 장지는 정읍 선영.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김용덕)은 5~6월 매주 토요일 시민을 대상으로 학기제 강좌 프로그램 ‘2022년 역사관 시민강좌(1학기)’를 부산 남구 대연동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운영한다. 1학기 강좌 주제는 ‘제국주의와 강제동원’으로, 강제동원이 자행된 역사적 배경인 제국주의에 대해서 알아보고, 국가폭력과 인권 등을 국내뿐 아니라 서구 사례를 통해 고찰한다. 1학기 강좌는 모두 8강으로 구성되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역사관 6층 멀티미디어실에서 개최된다. 먼저 5월 중 진행되는 4회의 강좌는 다음과 같다. 1강은 5월 7일 ‘제국의 유산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이창현‧신라대 역사문화학과), 2강은 5월 14일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의 큰 봉우리, 백범 김구’(조형열‧동아대 역사문화학), 3강은 5월 21일 ‘제국주의 시대와 그 의미:근대로부터의 귀결이자 거대한 파국의 길, 1870-1914’(정대성‧부산대 역사교육과), 4강은 5월 28일 ‘일제하 식민지 조선 지식인들의 제국주의 인식’(한종민‧부산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이 그것이다. 이어 6월 중에도 4회의 강좌가 진행되는데 5강은 6월 4일 ‘영도대교 누구를 위한
어떤 문자는 대단하다. 그것이 사실을 기록하고 있을 때 역사에 대한 증명이 되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부산 울산 경남 사찰 7곳의 9개 불단을 조사하면서 이중 3개 불단에서 역사를 기록한 묵서(墨書)를 새롭게 확인했다. 불단은 불상을 모시는 단으로 그렇게 눈여겨보지 않는 곳이다. 조사한 7곳의 부·울·경 사찰은 범어사 통도사 장안사 운흥사 안정사 관룡사 석남사다. 이번에 새로운 묵서를 확인한 곳은 양산 통도사 대웅전, 고성군 운흥사 대웅전, 통영시 안정사 대웅전 등 3곳이다. 문화재청·불교문화재연구소 부울경 사찰 7곳 불단 조사 역사 기록 묵서 3곳서 새로 확인 운흥사·안정사 대웅전 건립 연대 48년·100년 앞당긴 묵서도 발견 그중 통도사 대웅전 불단의 중대 좌측 3번째 청판(廳板, 널판) 뒷면에서는 무려 묵서 180여 자를 확인했다. 문자가 쏟아졌다고 해야 할 정도다. 이 묵서는 대웅전 중수와 관련한 꼼꼼한 기록인데 대웅전 중수를 1644년 10월 21일 시작해 1645년 9월 15일 마쳤으며, 이후 불단 조성에 들어가 1646년 2월 8일 마무리 지었다는 내용이다. 대웅전 중건은 진희 스님이 주도했고, 불단 제작에는 대목수 상징,
문화재청은 22일 신라 유적이 많은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은 신라 왕경오악(王京五岳) 중 북악(北岳)에 해당하며, 신라 사람들이 모여 국가 중대사를 논의한 사령지(四靈地) 중 하나다. 신라 왕경오악은 금강산을 비롯해 동악 토함산, 서악 선도산, 남악 남산, 중악 낭산을 지칭하며, 신라 사령지는 청송산, 우지산, 피전 등이다. 경주 금강산은 이처럼 신라 사람들이 국가를 형성할 무렵부터 신성시했으며, <삼국유사> 혁거세왕조에 기록된 진한 6촌 중 3개 촌의 천강(天降) 설화와 관련돼 있다고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곳은 신라가 불교를 공인한 계기인 이차돈 순교와 관련된 불교 성지이다. 신라 불교 공인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이차돈과 연관된 백률사와 이차돈순교비 등 불교 수용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주변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 사적인 ‘경주 탈해왕릉’, 경북유형문화재 ‘경주 동천동 마애삼존불좌상’ 등이 있다. 경주 금강산은 신라 수도 경주에 살던 사람들의 사후 안식처로도 활용됐다. 탈해왕릉과 동천동 고분군은 신라인의 매장 공간이 도심에서 주변 산지로 이동
부산문인협회(회장 이석래)는 지난 20일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예술회관에서 창립 60주년을 맞아 ‘제1회 부산문인의 날’ 행사를 가졌다. 기념식과 축하행사로 이어진 이날 행사에는 부산문협 회장을 지낸 최상윤 강인수 변종환 최영구 씨와 김석규 원로 시인, 이병진 부산시 행정부시장. 오수연 부산예총 이사장과, 부산문협 창립 회원인 이유식(서울 거주) 평론가 겸 수필가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창립 60주년 기념 ‘제1회 부산문인의 날’ 테이프 커팅에 이어 6대 부산문협 회장 허만하 시인의 시 ‘길’ 낭송으로 시작됐다. 이어 ‘부산문협 창립 60주년 역사를 돌아보다’란 주제로 동영상을 엮어 초대 향파 이주홍 회장부터, 2대 청마 유치환, 3대 요산 김정한, 4대 박문하 회장을 거쳐 현 19대 이석래 회장에 이르는 부산문협의 발자취를 살폈다. 11대 최상윤·18대 최영구 전 회장의 격려사에 이어 이병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오수연 부산예총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16대 변종환 전 회장의 ‘부산문인의 날 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축하공연은 성악, 판토마임 퍼포먼스, 마술. 시 수필 소설 낭송, 팬플룻 연주, 동래학춤 공연, 시극 ‘부산을 노래하다’ 등의 다채로운
부산시의 시대 역행적인 무형문화재 정책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나전공예와 칠공예에 대한 신규 지정 불가와 관련한 논란이다. 1차 논란은 ‘신규 지정 불가’가 결정된 지난해 12월이었다. 당시 부산시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 분과위원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부산일보 2021년 12월 21일 자 6면 보도). 사퇴 이유는 부산시가 비전공 조사위원들을 개입시켜 무형문화재 선정을 가로막았으며, 이런 시대 역행적 문화재 행정이 몇 년간 계속돼왔다는 것이다. 당시 부산시 해명의 핵심은 해당 2건의 경우 경남 통영에 뿌리는 두고 있는 것으로 부산에서는 역사성과 지역성이 부족해 신규 지정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나전공예·칠공예, 통영이 뿌리” 시, 신규 지정 배제 논란 확산 전국 곳곳서 장인 20여 명 지정 1970년대 부산이 나전칠기 중심 “시가 보존은커녕 소멸 바라는 꼴” 시대 역행적 정책 재고 ‘한목소리’ 최근 2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규 지정에서 배제된 나전공예의 강정원(73), 칠공예의 김정중(67) 씨가 지역성과 역사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질의서를 보내고 전문가들도 가세한 형국이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세 가지로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미디어줌)은 하동과 연고가 있는 문인 6명의 삶과 문학을 ‘작은 평전’ 형식으로 쓴 책이다. 출향 인사인 언론인 차용범이 기획해 5명이 글을 썼으며 이병주기념사업회에서 냈다. 이병주·황용주·박경리·정공채 등 지역 연고 6인의 삶과 문학 다룬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 발간 출향 언론인 차용범 등 5명 집필 바야흐로 섬진강 동쪽의 하동은 ‘문학수도 하동’을 내세우며 문향으로 변모 중이다. 하동의 문학적 면모는 소설가 이병주와 박경리로 대표된다. 이병주의 고향 하동 북촌면에 이병주문학관이,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에는 박경리문학관 평사리문학관 ‘최참판댁’이 들어서 있다. 가을의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는 3개 문학상을, 늦가을의 토지문학제는 4개 문학상을 하동군의 지원 아래 알차게 운영 중이다. 하동군이 문학 자산을 기리는 일은 만만찮은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시인·작곡가 형제를 기리는 ‘정공채·정두수 기념관’도 만들어 놓았다. 이런 문학적 자장 속에서 이번 책도 출간된 셈이다. 370여 쪽 책에 기록된 문인은 6명으로, 이병주(글 김종회) 황용주(안경환) 박경리(최영욱) 정공채(하아무) 강남주(차용범)
부산박물관은 2022년 호랑이해를 맞아 15일부터 6월 12일까지 부산박물관 2층 미술실에서 신수유물(新收遺物) 소개전 ‘바다를 건너간 조선 호랑이’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부산을 통해 바다 건너 일본에 전해진 미공개 ‘조선 호랑이’ 그림 3점이 출품된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신출귀몰한 맹수로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용맹함과 날렵함으로 잡귀와 액운을 물리치는 신령한 동물로 숭상돼 그림과 공예품의 소재로 애용돼 왔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호랑이가 신성시돼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일본은 야생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아 조선산(朝鮮産) 호랑이 그림이 더욱 영험한 힘을 가진다고 믿고 선호해 부산을 통해 호랑이 그림을 수입하기도 했다. 18세기 이후 ‘조선(朝鮮)’이라는 글자와 화가의 자호(字號)가 적힌 호랑이 그림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대일 교섭 창구 ‘왜관’이 위치한 부산은 일본 내 호랑이를 비롯한 조선 그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대일교역용 회화’ 제작의 큰 축을 담당했다. 조선 호랑이의 명성은 근대에도 이어졌다. 19세기 후반 부산과 원산 등 개항장에서 외국인에게 조선의 다양한 풍속화를 그려 판매한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작품에서도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