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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지리산처럼… 문필가를 넉넉히 품은 ‘문학수도 하동’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미디어줌)은 하동과 연고가 있는 문인 6명의 삶과 문학을 ‘작은 평전’ 형식으로 쓴 책이다. 출향 인사인 언론인 차용범이 기획해 5명이 글을 썼으며 이병주기념사업회에서 냈다.

 

이병주·황용주·박경리·정공채 등

지역 연고 6인의 삶과 문학 다룬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 발간

출향 언론인 차용범 등 5명 집필

 

 

 

 

 

 

 

바야흐로 섬진강 동쪽의 하동은 ‘문학수도 하동’을 내세우며 문향으로 변모 중이다. 하동의 문학적 면모는 소설가 이병주와 박경리로 대표된다. 이병주의 고향 하동 북촌면에 이병주문학관이,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에는 박경리문학관 평사리문학관 ‘최참판댁’이 들어서 있다. 가을의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는 3개 문학상을, 늦가을의 토지문학제는 4개 문학상을 하동군의 지원 아래 알차게 운영 중이다. 하동군이 문학 자산을 기리는 일은 만만찮은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시인·작곡가 형제를 기리는 ‘정공채·정두수 기념관’도 만들어 놓았다.

 

이런 문학적 자장 속에서 이번 책도 출간된 셈이다. 370여 쪽 책에 기록된 문인은 6명으로, 이병주(글 김종회) 황용주(안경환) 박경리(최영욱) 정공채(하아무) 강남주(차용범) 최영욱(차용범)이 그들이다. 젊은 시절 부산MBC와 〈중앙일보〉 기자를 거친 강남주는 전 부경대 총장으로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조선통신사 사업을 비롯한 국제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 최영욱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쓰는 시인으로 이병주문학관·박경리문학관 관장을 맡아 ‘문학수도 하동’의 문학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6명 중 2명은 하동 출신이 아니다. 통영 출생인 박경리뿐 아니라 황용주는 밀양이 고향이다. 황용주를 포함한 것은 이병주와 함께 ‘부산 언론계가 키운 한국 현대사의 두 거인’이라는 점에서다. 황용주가 이병주보다 3살이 많은 형이었으나 둘은 학병 시절부터 말을 터는 친구처럼 지냈다. 황용주는 〈부산일보〉에서, 이병주는 〈국제신보〉에서 ‘쌍두의 주필 친구’로서 대단한 필력과 기획력을 선보이면서 1958년~1960년대 초 부산 언론의 황금기를 함께 주도했다고 한다. 필화 사건에 얽혀 언론인 경력을 마감했다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를 향한 책무를 그들은 펜으로써 감당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탐독자(耽讀者)로 출발한 황용주도 문인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6명 중에는 황용주 이병주 강남주와 함께 언론인 출신이 1명 더 있다. 스승 박두진 시인에게서 ‘천의무봉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시인 정공채가 그렇다. 그는 1958년 〈부산일보〉에 공채기자 3기로 들어가 김주열의 시신이 떠오른 1960년 4월 ‘총을 맞은 이 땅의 봄이 마산에서 핏빛으로 안타깝게 타고 있다’라는 ‘하늘이여’라는 시국 시를 발표한 뒤 수배령에 쫓기며 신문사를 그만둬야 했던 것이다.

 

이 책을 묶으면서는 KNN·넥센월석문화재단 강병중 이사장과 건설사인 (주)남명 이병렬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병렬 회장은 이병주 작가의 6촌 동생이라고 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