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거주 중인 이모(28)씨는 공무원 준비를 포기하고 2년째 아르바이트 생활 중이다. 이씨는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취업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씨는 “문과 계열을 전공했는데 취업이 쉽지 않아 고민”이라며 “주변에도 취업을 못한 친구들이 많다. 최근 부모님 권유로 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할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강릉에서 9개월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권모(25)씨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위해 데이터 개발 멘토링을 받았다. 권씨는 멘토링을 위해 모아놓은 돈의 절반 이상을 썼지만 구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권씨는 “이력서, 면접 준비와 각종 비용 등 취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취업시장에 찬 바람이 불면서 올 상반기 구직을 포기한 강원지역 고학력자 수가 역대 상반기 중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원지역 비경제활동인구 중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보다 6,000명 늘어난 1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취업준비생도 역대 상반기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수는 전년대비 38.3% 감소한 9,000명이다. 감소폭이 같은 기간 중에서 가장 컸다. 취업희망 ‘안했음’ 응답자도 42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는 셈이다.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는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구직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계획 조사’에서 대기업 10곳 중 6곳(57.5%)은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2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이른바 '역동 경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일자리 미스매치 개선책과 양질의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