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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실한 부산 교육환경평가… 위험 내몰린 학생들

올해 시교육청 1차 승인율 81%
서울교육청 60%보다 훨씬 높아
해운대 강동초등 인근 재건축 등
통학로 사고 우려에도 승인해 줘


부산시교육청의 허술한 교육환경평가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학교 주변 개발 사업들과 관련해 통학로 안전과 학습권 침해 등의 우려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도 이러한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등 타시도와 비교해 올해 월등히 높은 승인율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하이패스' 심의 기구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14일 오후 〈부산일보〉가 찾은 '우동1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예정 출입구 앞에는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원, 학부모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내년 8월 공사가 시작되면 이 도로는 아이들, 학부모와 함께 건축 폐기물을 가득 실은 덤프 차량과 건설 기기 차량들까지 뒤섞여 위험한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운대구 우동 강동초등·강동유치원 후문과 우동1구역 재건축정비사업 공사장 출입구 사이 거리는 약 60m다. 이격 거리만 보면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학교 절대보호구역(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바깥에 공사장 출입구가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장 진출입로와 학교 후문 통학로는 같은 도로를 공유하고 있다. 공사 차량이 학생들의 집중 등하교 시간을 피한다하더라도 소음·비산 등의 우려는 물론 학생들의 기본적인 안전권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위험한 동행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사업자는 진출입로를 기존 위치에서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50~60m가량 물리는 일종의 꼼수 보완에 더해 등하교 시간대 공사 차량 운행을 피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재차 해운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에서 '공사 차량이 수시로 절대보호구역 내를 이동하는 경로'라고 지적했으며 유치원 등원 시간과 공사 차량 출입 시간이 일부 중첩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부산시 교육환경 보호위는 지난 3월 추가 보완 지시 없이 1차에 승인했다.

보호위가 놓친 부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업으로 학교의 통풍과 조망이 제한된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매우 미흡으로 평가된다는 단서만 달았을 뿐 보완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발파 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문제에 대해 해당 학교가 아닌 '교육기관'과 협의하도록 했다. 이처럼 교육환경평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비슷한 문제들이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우동 일원에 추진되는 실버타운 건립 사업이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한 직후 일대 학부모들이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이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보호위의 교육환경평가 1차 승인율을 살펴보면, 올해 비슷한 건수의 심의가 이뤄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국민의힘 김대식(부산 사상)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9월까지 부산에서는 총 32건의 교육환경평가 심의가 이뤄졌으며 이 중 26건이 1차 만에 통과해 승인율은 81%를 기록했다.

올해 35건의 심의가 진행된 서울의 교육환경평가에서는 21건만 통과되며 승인율은 60%에 그쳤다. 대부분의 학교가 평지에 위치해 있으며 고층 빌딩도 부산보다 많은 서울이지만 엄격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부산 보호위의 1차 승인율은 2022년 56%(43건 중 24건), 2023년 59%(49건 중 29건)로 50%대에 그쳤으나 올해 들어 급등했다.

김대식 의원은 “보호위는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데 기본적인 권리들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기구”라며 “특히 부산의 경우 산이 많은 지리적 특성상 다른 시도교육청에 비해 더욱 엄격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