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소 키우면 한 마리당 최소 150만원 남는다고 했어요. 이제는 200만원 적자입니다.” 창원에서 한우농가를 운영하는 김희순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한우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사료값 등 유지비가 늘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오전 창원에 있는 김씨의 한우농가. 이 농가는 70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지만, 현재 키우고 있는 한우는 17마리뿐이었다. 한 우리당 6마리가 적정 사육 두수이지만 한두 마리씩만 사육하고 있었다. 지난 3월 농가에서 결핵이 발생하면서 송아지를 6개월가량 새로 키우지 못해 키울 수 있는 소가 줄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데 전염병까지 덮치면서 정말 답도 없게 됐다”며 “유지비는 들어가는데 6개월 동안 팔 수 있는 소가 못 들어오는 것이다. 밀양과 고성지역이 특히 결핵 감염이 심하다. 병을 예측할 수도 없고, 너무 자주 발병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떨어지고 있는 도매가격과 유럽산 소고기 수입까지 덮치면서 김씨의 걱정은 배가됐다.
그는 “치솟는 사료값뿐만 아니라 도매가격도 하락하면서 한우농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럽산 소고기 수입을 환영할 수 있지만, 농가는 소값이 더 내려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합천군에서 한우 150여 마리를 기르는 변정일(47)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변씨는 “재작년부터 사룟값이 40% 정도 폭등했다. 하지만 소값은 하락하니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다”며 “여름이 되면 평소 30만원이던 전기료도 100만원으로 뛰어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경남도와 한우 농가 등에 따르면 한우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하락했다. 비육우 최상품 800㎏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12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40만원으로 떨어졌다. 한우 소비는 위축되는 데 반해 도축 마릿수는 해마다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매 가격도 지난 11일 기준 등심 1등급 1㎏의 가격은 8만8380원으로, 지난해 같은달(9만4420원)보다 6.4%떨어졌다.
한우도 감소하고 있다. 경남지역 올해 1분기 기준 한우는 31만3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보다 11만6000마리 감소해 335만4000마리의 한우가 사육되고 있다.
반면 한우 도축 마릿수는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월까지 한우 도축 마릿수는 39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만 마리보다 8.3% 늘었다. 연간 한우 도축 수는 2022년 86만9000마리에서 지난해 92만9000마리, 올해 97만5000마리로 늘어나는 추세다.
경남도 관계자는 “2022년까지 사육두수가 과잉 상태였다. 그때 소들이 지금 도축해야 하므로 도축 마릿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광우병(소해면상뇌증) 우려로 중단됐던 프랑스와 아일랜드산 소고기의 한국 수입도 재개된다. 한국은 유럽산 소에서 광우병이 생기자 지난 2000년부터 수입을 중단했다. 이후 수입 위생 조건에 대한 심의를 통해 지난 2019년부터 덴마크와 네덜란드에만 소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지난해 ‘프랑스·아일랜드산 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통과시키면서 수입이 가능해졌다.
어려운 상황이 겹치자, 한우 업계는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한우협회는 내달 3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1만명 규모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