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 음식 찾아다니며 먹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을 벗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차 트렁크에 캠핑장비 챙겨 가족과 함께 특별한 1박 보내고 오기… 답답하기만 한 일상을 벗어나 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찾아보면 다양하다. 그럴싸한 테마여행 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되며, 남들 다 가봤다는 이름난 여행지가 아니면 어떠하리. ‘관광 천국’ 남도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삼림욕 여행은 단연 손꼽을만 하다.

◇식도락 여행은 ‘역시 전라도’
코로나19로 지쳐있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올해 휴가계획은 ‘전남’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이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지난 봄 고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여행 트렌드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가 국내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여행중 활동으로는 식도락 여행(56.7%)이 가장 높았다.
여행전문 리서치회사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여행자와 현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여행지 평가 및 추천 조사에서 이들이 선택한 최고의 먹거리 여행지는 ‘전남’이었다. 광주와 제주, 전북, 부산이 뒤를 이어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Top 5 안에 호남권 3개 광역단체가 포함돼 단연 최고의 먹거리 여행지임을 과시했다.
상위 20위에 링크된 기초자치단체에 무려 15곳이나 전남 시·군이 포함됐음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전남은 식도락가들의 단골 여행지다. 어디를 가든 실패할 일이 드물고, 특히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도 많기 때문에 언제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듬부기와 갈비를 넣고 끓인 듬북갈비탕은 진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뜸부기’라고도 부르는 듬부기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주로 자라는 해조류다. 진도에서는 예로부터 초상이 나거나 큰일을 치를 때 사골을 우려서 듬북국을 만들어 밤을 새는 조문객들에게 먹게 했다고 전해진다.
꽃게는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에서든 맛볼 수 있다지만 서망항에서 잡히는 ‘진도 꽃게’는 그 명성이 익히 알려져 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맛을 보장 받은 탓에 봄·가을이면 서망항에는 진도꽃게를 사려고 오는 차들이 줄을 잇는다. 급속냉동시킨 꽃게는 게장, 살아있는 꽃게는 얼큰한 꽃게탕으로 맛볼 수 있다.

여수는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며 예로부터 별미음식이 많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돌산 갓김치를 비롯해 군평서니, 서대회, 갯장어(하모) 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널려 있다. 여수 밤바다나 해상케이블카를 타러 오는 이들도 많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에 여수를 택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여수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생선인 군평서니는 작은 돌돔처럼 생겼다. 고소한 맛은 전어를 넘어서고 담백한 맛은 병어를 뛰어넘는다고 할 정도로 맛이 좋다. 단단한 가시는 조심스레 발라먹어야 한다. 서대회도 여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선중 하나로 알려진다. 옛말에 ‘서대가 엎드려 있던 개펄도 맛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서대는 새콤달콤 회무침으로 가장 즐겨 먹으며, 찌개나 찜으로 요리하거나 살을 발라서 전으로 지져먹기도 한다. 여름 보양식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갯장어(하모)도 여수가 유명하다.
강진에 가면 강진청자 만큼이나 이름이 알려진 요리가 하나 있다. 지역에서 잡히는 전복과 문어, 촌닭을 넣어 끓인 ‘회춘탕’이다. 소금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엄나무와 느릅나무, 당귀, 가시오가피 등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에 몸에 좋은 전복, 문어, 촌닭까지 들어가니 보양식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식도락 여행 메카를 꿈꾸며 발빠르게 나서는 자치단체도 있다. 광양시는 지난 6월초부터 생태미식 자원인 남도바닷길 컨셉트를 담은 ‘광양발효밥상’과 ‘남도바닷길 미식로드’를 개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삼치로 유명한 고흥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안정 이후 고흥을 방문하는 관광객 증가를 대비해 삼치요리 레시피 전수에 나섰다. 봉래면 나로도 삼치거리 내 음식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5대 삼치요리인 삼치고추장조림, 삼치간장조림, 삼치탕수, 삼치어탕, 삼치커틀렛 등의 레시피를 보다 꼼꼼하게 전수하기 위해 11월까지 업소별 1대 1 조리 실습 교육, 인테리어, 온라인 홍보마케팅 등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자연을 벗삼아 힐링 여행
몸과 마음에 쉼을 주기 위한 여행에 자연만한 것이 없다. 특히 힐링과 건강을 위한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편백숲길이나 자작나무 숲 등 전국적으로 숲을 관광상품으로 내놓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6월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 중 1곳인 국립장성숲체원은 방장산에 위치한다. 방장산은 산세가 깊고 커서 ‘백성을 감싸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숲체원’은 쉽게 말해 휴양시설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산림교육전문 휴양시설로, 숲과 나무에 대한 ‘녹색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서순화 및 산림에 대한 이해 증진, 산림보전 의식을 높여주고 도시지역 청소년들이 손쉽게 숲과 나무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산림교육은 오감자극, 생태학습, 진로 탐색, 휴식 및 여가 등 다양하게 진행된다.
숲체원 관계자는 “산림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이다”며 “우울증상 완화와 암 수술 후의 빠른 회복, 아토피 피부염, 천식 호전, 숲길 걷기를 통해 혈압을 낮추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담양 죽녹원은 여름 피서지의 대표격이다. 대나무축제가 열리는 봄에 관광객이 가장 많지만 여름에 찾으면 대숲의 기운이 기온을 크게 낮춰주기 때문에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편백나무 가득한 장흥 우드랜드는 숲 그대로가 공기청정기다. 2회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됐을 정도로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숲캉스’ 장소로 인기가 높다. 산림교육, 치유의 숲 프로그램, 목재 문화 체험장 등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광주에도 사람에 치이지 않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북구 충효동의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도심 속 자연학습의 장이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꽃과 동·식물들의 생태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사이 목재계단을 거닐 때에는 자연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 청량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광주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