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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햇빛연금’ 농민에 쨍하고 볕들날은 언제 오나

빛 못보는 영농형 태양광 <1> 실증만 10년 ‘희망고문’
‘농사 짓고 전기도 만든다’ 기대
전남 31곳 중 17곳 관리 엉망
정부 무관심에 입법제도 미비
농민 높은 기대가 큰 실망으로

 

정부가 권장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드리운 그늘이 걷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했던 전남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10년 전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과 미비한 입법·제도 개선, 한전의 소극적 입장 등이 맞물리면서 농민들은 ‘농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발전 수익으로 햇빛연금을 받고 농사도 지어 이중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을 버텨내고 있는 형편이다.


젊은 청년 농부들의 발길을 지역으로 불러들여 농촌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사업이라는 거창한 정부와 지자체 구상은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설비는 9개 시·군 31곳에 설치돼 있으며 이들 설비 용량은 2.5㎿로 전국 최대 규모다.

 

광주일보가 이들 발전 설비가 설치된 9개 시·군 31개 단지를 모두 찾아가 시설 운영 현황, 발전 용량, 농작물 재배 품목 등을 확인한 결과, 절반이 넘는 17개 단지는 시설 가동은 커녕, 농작물 재배도 하지 않은 벌판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추진기관, 부서들조차 수십억원의 사업비가 어느 단지, 얼마나 쓰였는지 공개하기를 숨기는 등 꺼릴 정도로 엉망이다.


구체적으로 17개 단지 중 11개 단지는 영농형 태양광 실증 단지 역할을 끝낸 뒤 2차 연구나 추가 실증을 시도하지 못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 수십억원이 들어간 설비는 고철로 전락했고 농지는 농작물 재배도 못하는 들판으로 머물고 있다.

 

나머지 5개 단지도 자체 발전을 통한 추가 사업 추진이나 계통 연결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철거되는 등 수억원대 패널만 농촌 쓰레기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특히 1개 단지는 전남도·녹색에너지연구원, 보성군 등도 단지 위치·존재 여부조차 몰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투입된 수억원대 예산의 부실 사용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소규모라도 발전 수익을 내고 있는 농민들은 “언제까지 실증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연구·실증을 시작한 나주시 금천면 석전리 배 과수원을 활용한 영농형 태양광 단지는 농작물의 생장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정부의 추가 사업 추진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랜 기간 제 자리를 맴돌다보니 희망 고문에 지쳤다는 반응도 나온다.

 

보성에서 26년간 녹차를 재배해온 안병태(67)씨 역시 개인 녹차밭에 20kW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5년째 실증을 이어오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씨는 “처음에는 월 200~300만원 정도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많을 때도 연 200만원 수준이었고 최근에는 100만~12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전남도가 녹색에너지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난 2016년부터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농가 소득 보완을 목표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연구사업이 진행된 곳은 나주, 강진, 보성, 순천, 영광, 화순, 영암, 해남, 고흥 등 총 9개 시·군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구조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검증하는 기초 실증연구를 진행했다. 2020년에도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실증지원사업’이라는 형태로 실증연구가 진행됐다.

 

여기까지다. 정부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영농형 태양광을 보급·확산한다는 계획만 세워놓았을 뿐 이들 실증 사업 결과물을 어떻게, 어디에 활용할 지와 확산할 지 등을 검토하지도, 추진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증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한 법·제도 문제도 반영되거나 개선되지 않았다. 국회의 무관심, 정부의 소극적 의지 등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들 사업은 수십억원의 예산만 투입한 ‘일회성 해바라기’로 전락했다.

 

순천시 주암면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최태원 유에너지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은 합법화와 제도 정비가 전제돼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며 “농지 훼손 우려와 규제 문제로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전국에 수많은 발전단지가 있지만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법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사업 확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