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부동산 투자에 전국 각지의 자본이 몰리면서 서울 집값 상승률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가 서울과 지방을 동시에 묶는 각종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수도권 위주로 주택 공급만 늘린다면 서울과 지방의 ‘초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6% 오르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넷째 주 이후 9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반면 부산의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6% 떨어지며 서울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는 이제 서울 시민들의 주거용이라기보다는 전 국민이 눈독 들이는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서울 외 거주자(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21.5%를 기록했다. 2006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연간 기준 역대 최고 비율이다.
실제로 수년간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다주택자 규제의 풍선효과로 생겨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방 시장은 누르고 서울만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있다. 이제는 양극화가 아닌 초양극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3억 4018만 원으로, 5분위와 1분위(하위 20%) 아파트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11.6배 기록했다. 이는 사실상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를 보여주는 통계로, KB부동산이 해당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민주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며 “이제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공약집에는 부동산 세제 공약이나 항목은 한 건도 없었다. 대신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제시됐는데 △재개발·재건축 완화(용적률·건폐율 상향) △공공기관·기업이 보유한 유휴부지 활용 △주택 리츠 확대 등이 골자다.
수도권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만 시행된다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산대 부동산학과 서정렬 교수는 “새로 들어선 정부는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세팅돼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영도구와 서구, 동구는 인구 소멸 지역이지만 광역시라는 이유로 1가구 1주택 특례에서 배제됐다. 이런 식의 관점에서 정책을 시행하면 지방은 침체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지방 미분양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지방에 쌓이는 미분양 추세를 보면, 통계에서 말하는 숫자보다 최소 1.5배는 더 많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지방에 한해 다주택자 중과세를 풀어주고 스트레스 DSR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방 부동산 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방 미분양에 대해 취득세를 50% 경감하고 5년간 양도세를 전액 감면하는 정책을 새 정부에 제안했다. 또 취득세 중과세율 완화, 양도세 기본세율 적용, 종부세 중과 폐지 등 주택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세제 개편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