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구제대책으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체류자격을 얻어도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문턱은 여전히 높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부모를 둔 제시(19)는 지난 2022년 체류자격을 얻은 후에야 ‘경기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동두천시에서 열리는 육상대회(200·800m)에서 내리 1등을 해 ‘도대회’ 참가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미등록 상태에선 서류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제시에게 법무부의 한시적 체류자격 부여 제도는 꿈을 밀고 나가 볼 기회였다. 체류자격이 생긴 후 파주시의 다른 학교 축구부와 벌이는 주말리그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고민이 깊다.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축구팀이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데, 기존의 임시체류자격 비자(D-4)를 대학 입학을 위한 유학비자(D-2)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재정능력(약 2천만원)을 통장 잔고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나보니 한국이었고 지금까지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을 한국인처럼 했다”며 “그냥 나의 나라처럼 여기서 계속 지내고 싶은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랜 기간 살아온 이주 아동들이 대
‘미등록 이주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의 이유로 체류 자격이 없는 이들을 말한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조건부로 체류자격을 주는 ‘한시적 구제대책’이 지난 2021년 시행됐다. 자격 유무 여부는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일 뿐 아이에겐 죄가 없기 때문이다. 덕택에 한국에서 안심하며 교육받고 거주할 수 있었던 미등록 이주아동들이지만, 이제 그마저도 옛말이 된다. 이달부로 구제대책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자국·자국민 우선주의가 광풍이 된 시대에 가장 연약한 이주민인 ‘자국없는 아이들’을 만나 한국사회가 내놓아야 할 대책을 살펴본다. 우진(12·오산·가명)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교생이 함께 떠난 소풍을 홀로 가지 못했다. 당시 우진의 엄마 미샤(36·네팔·가명)는 “나는 왜 갈 수 없는 거야”란 아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엄마인 본인이 미등록 이주민이 된 이유부터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우진의 질문에 미샤가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순간은 점점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