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강릉 22.0℃
  • 연무서울 17.6℃
  • 맑음인천 14.4℃
  • 맑음원주 18.6℃
  • 맑음수원 18.2℃
  • 맑음청주 19.5℃
  • 맑음대전 19.7℃
  • 맑음포항 23.5℃
  • 맑음대구 23.0℃
  • 맑음전주 20.6℃
  • 맑음울산 23.1℃
  • 맑음창원 21.4℃
  • 연무광주 17.5℃
  • 맑음부산 20.0℃
  • 맑음순천 20.9℃
  • 맑음홍성(예) 17.8℃
  • 맑음제주 21.3℃
  • 맑음김해시 22.0℃
  • 맑음구미 25.1℃
기상청 제공
메뉴

(경인일보) 한국서 태어난 우진이에게 학교 소풍은 ‘먼나라’ 얘기[‘자국’ 없는 아이들·(上)]

일몰 앞둔 구제대책

외국인등록번호 없는 이주 가정
여행자보험도 가입 못하는 처지
본인 명의 통장·휴대폰 등 부재
조건부 체류자격 이달부로 종료

‘미등록 이주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의 이유로 체류 자격이 없는 이들을 말한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조건부로 체류자격을 주는 ‘한시적 구제대책’이 지난 2021년 시행됐다. 자격 유무 여부는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일 뿐 아이에겐 죄가 없기 때문이다. 덕택에 한국에서 안심하며 교육받고 거주할 수 있었던 미등록 이주아동들이지만, 이제 그마저도 옛말이 된다. 이달부로 구제대책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자국·자국민 우선주의가 광풍이 된 시대에 가장 연약한 이주민인 ‘자국없는 아이들’을 만나 한국사회가 내놓아야 할 대책을 살펴본다.

 

우진(12·오산·가명)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교생이 함께 떠난 소풍을 홀로 가지 못했다. 당시 우진의 엄마 미샤(36·네팔·가명)는 “나는 왜 갈 수 없는 거야”란 아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엄마인 본인이 미등록 이주민이 된 이유부터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우진의 질문에 미샤가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순간은 점점 많아졌다.

 

지난 2011년 네팔에서 결혼이민비자(F-6)를 받고 한국 입국을 앞뒀던 미샤는 네팔 국적의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우진을 임신했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괜찮으니 한국으로 들어오라던 남편과 시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남편 집에서 도망쳐 나와 네팔로 돌아가고자 찾은 대사관에서 미샤는 ‘친부가 없는 아이는 두고 가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결국 교회가 운영하는 한 보육원에 아이를 맡긴 뒤, 미샤는 다시 한국을 떠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을 접고 다시 보육원을 찾아 우진을 데리고 나왔다. 이후 오산의 한 이주여성 쉼터에 입소한 뒤 쉼터 관리 업무를 도맡으며 홀로 우진을 키웠다. 1년여 만에 전셋집을 구해 나왔고, 우진은 센터의 도움을 받아 인근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미샤는 “지난해 10월에 체류 신청서류를 준비하면서 아이를 가지고, 낳고, 살아온 과정을 정리해야 했다. 그때 아이를 앉혀놓고 처음으로 비자가 없는 상황과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했다. 이어 “이전까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투정 부리던 아이가, 자기와 살아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우진은 ‘자국없는 아이’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학교를 다닌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겐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도 핸드폰도 주민번호도 없었다.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