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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상실감에 밥도 못 먹는 이들 보면 가슴 아파”

산청군 새마을회 6일째 봉사
매일 1200인분 배식·설거지

“진화대원·경찰·군인·주민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밥을 차려 드려도 식사를 하지 않고 울고 있는 주민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우리는 단지 밥 배식만 도울 뿐이다. 그분들 보면 아무 말도 못한다. 빨리 산불이 끝났으면 좋겠다.”

 

27일 오전 산불 통합지휘본부가 차려진 산청군 시천면 산청곶감유통센터. 지난 21일 오후 산불이 발생한 뒤 다음날 아침부터 6일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산청군 새마을회 김민숙(64) 부녀회장은 일주일 가까이 배식을 돕고 있지만 크게 피곤한 기색이 없다.

 

김 회장 자신도 산청 단성에서 감 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번 산불로 하마터면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고 했다.

 

“금방 불 끄고 오신 분들, 집이 다 타서 망연자실해 하는 주민을 보면 뭐라 위로할 말이 없다.”

산청군 새마을회(회장 고영화) 소속 새마을 협의회, 부녀회, 문고 회원 60여명은 이곳 지휘본부에서 식사 배식과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이동 밥차에서 마련한 밥과 국, 반찬을 배식하고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밥차 운영을 책임진 최해문 센터 사무처장은 “22일 새벽부터 지금까지 직원 5명과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식재료는 산청군이 제공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배식과 설거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식 봉사활동은 지난 21일 산불 발생 다음날인 22일 오전 첫 지휘본부가 차려졌던 산청양수발전소 전력홍보관에서부터 시작돼 25일 밤 불길을 피해 옮긴 산청곶감유통센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휘본부의 식사는 오롯이 이들이 책임진 셈이다.

 

새마을회에서 배식과 설거지를 담당하는 분량은 하루 약 1200인 분이다. 지휘본부에 상주하는 산불 진화대원, 군인, 경찰, 상황실 공무원은 모두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회원들은 매일 아침 300인분, 점심 400인분, 저녁 500인분 등 한 끼 평균 400인분의 식사 준비를 도와준다.

 

식사 시작 시간은 아침 7시, 점심 11시 40분, 저녁은 5시 20분으로 정해 뒀지만, 진화를 교대로 마치고 온 대원들이 수시로 오기에 사실상 종일 배식과 설거지, 청소를 해야 한다.

 

식당이 위치한 본부 상공 위로는 이날 오후에도 끊임없이 헬기 소리가 들린다. 오후 1시 30분, 방금 산불 진화를 마치고 돌아온 의용소방대원과 군인 일행이 또 식당으로 들어선다.

 

“임시로 설치한 식당이지만 다들 맛있게 드시고, 어떤 분들은 두 번씩 가져가 드시는데 기분이 좋다. 어제는 진주 하연옥에서 냉면 1000인분을 공급해 줘 너무 호응이 좋았다.”

 

회원들은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오전 6시까지 본부로 집결해서 오후 8시 30분께 하루 일과를 마친다.

 

식당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인근 시천면사무소와 지휘본부 가까운 곳에 식당이 몇 곳 있지만, 대부분이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부녀회 회원들은 대부분 5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으로 모두 산청에 거주한다. 같은 삶의 터전을 공유하고 있기에 이들에게 산청 산불은 남의 일이 아니다.

 

“산불 피해 입은 분들은 모두 한 다리 건너면 친척이고 이웃입니다. 이 불이 빨리 끝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