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대한민국 자동차 대표 도시’ 광주의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광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과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등 완성차 공장 2곳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로, 자동차 산업이 지역 제조업의 4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관련 포고문에 서명했다.
대상은 모든 외국산 자동차와 핵심부품이지만, 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핵심부품이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으로선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달러)의 49.1%를 차지했다.
자동차 산업 중심인 광주지역 제조업계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광주 대표 기업인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지난해 총 51만3782대의 차량을 생산해 65%인 33만2117대를 수출했는데, 미국 수출 물량이 절반이 넘는 18만여대에 이른다. 이는 기아 오토랜드 광주의 전체 생산 물량의 35%를 차지하는 규모로, 미국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구조다. 광주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은 쏘울, 셀토스, 스포티지 등 3종이다.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미국 내 생산 차량과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돼 광주 생산 기아차의 수출 물량 등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 계산해 1대당 2만여 달러 수준으로 미국에 수출 중인 광주 공장 생산 쏘울의 경우 25% 관세가 부과되면 2만5000달러까지 판매액이 오르게 된다.
기아차 등 국내 생산 차량과 부품은 그동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했으며, 이는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자동차 평균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무기가 됐다.
이와 관련해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는 기업이 아닌 국가 간 통상 문제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무역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과 일본 시장 수출 공략에 나선 GGM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전 세계 자동차 수출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편 광주상공회의소 산하 광주 FTA 통상진흥센터가 최근 지역 수출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트럼프 2기 관세 정책 관련 지역 수출기업 영향 및 지원정책 의견 조사’를 한 결과, 88%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답변을 내놨다. 영향이 없거나 긍정적일 것이라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관세 부과에 영향받을 품목으로는 36.2%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대상 25% 관세 부과’를 들었으며, ‘중국산 수입품 10% 관세부과’와 ‘철강과 알루미늄 25% 관세부과’에는 각각 30.9%와 24.5%가 우려를 표했다.
또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지역 수출 기업의 대응 방안으로 절반(55%)을 웃도는 기업이 ‘동향 모니터링 중’이라고 답하는 등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