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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아파트 공간공유사업, 의도 좋은데 효과는 ‘글쎄’

[광주 북구 추진 1년 점검해보니]
슬럼화 막고 공동체 활성화 목적
임대아파트 2개 단지 빈 공간
청년 창업가에게 무료 대여
입주기업 사회공헌 활동은 미흡
주민들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광주시 북구가 영구임대아파트의 빈 상가를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제공하는 ‘공간공유사업’을 추진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년간 공실로 방치되면서 우범지역이나 쓰레기로 가득 쌓였던 공간이 깨끗한 사무실로 재탄생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주민들과 상생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구는 LH영구임대아파트와 업무협약을 맺어 오치주공아파트 1단지와 두암주공아파트 4단지에서 올해 3월부터 공간공유사업을 진행한 성과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우수지자체에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공간공유사업은 영구임대아파트의 빈 공간을 청년 창업가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는 사업으로 입주 기업은 일정금액의 보증금만 내면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청년에게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아파트 슬럼화를 막아 공동체를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이다.

반면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청년들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주민들의 삶을 활성화 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아직까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다.

입주기업들은 보증금 100만원과 예치금 10만원만 내면, 계약기간 2년 동안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책상과 의자 등 사무용품도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 3월 11개 기업이 ‘오치 마을공방’과 ‘두암 스마트타운’에 입주했다.
 

지역주민들은 오랫동안 방치돼 쓰레기만 쌓여 더럽고 냄새 나던 공간이 깨끗해 지고 젊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이 좋게 보여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는 날도 많고 주민들과 어울리는 일도 별로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주일보가 29일 방문한 2곳의 11개 업체 중 문을 열고 있는 업체는 4곳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7곳의 업체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공방 특성상 새벽에도 작업을 해야 할 때가 많고 출퇴근 시간 일정하지 않다”면서 “개인사업자라 낮 시간에 문을 열고 있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주민들과의 상생 프로그램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오치 마을공방에 입주한 6개의 업체들은 한 달에 한번 정도 가죽공예·비누제작과 같은 주민 상생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략 40~50명의 주민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파트 주민과 상인들은 ‘지역사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당 상가에서 10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67)씨는 “주공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고령층과 1인 가구다. 전동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지하까지 내려가 2~3만원씩 주고 비누 만들기를 배우진 않는다”며 “한달에 한번씩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것도 대부분 40~50대 여성들이 참가한다. 지역 주민의 특성에 맞는 행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10여년이 넘는 동안 비어있던 지하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좋다”면서도 “같은 건물에 입주해있지만 청년들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아 우리 아파트가 딱히 활력 있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5개의 정보통신기술 업체가 입주해 있는 ‘두암 스마트타운’도 2개 업체만 무등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취업 멘토링, 아파트 홍보영상 제작 등으로 대다수가 고령층인 입주민과는 관련이 없는 일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암주공아파트 주민 대다수는 지하 상가에 입주한 청년 기업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무등사회복지관에서 만난 주민 최모(여·71)씨는 “빈 공간에 누가 들어온 것은 알지만, 지금까지 주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전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IT기업의 경우 주민과 접점이 뚜렷하지 않아 힘든 상황”이라며 “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