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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사회적 임금’ 실종…직원들 떠나는 광주글로벌모터스

저임금·열악한 복지 불만 팽배
주거비·양육비 등 찔끔 지원
공동복지 보장 약속 안지켜져
광주시 구체적 계획도 못 내놔
광주형일자리 시즌2 악영향

 

“저기 남아요. 여기오면 hell.(지옥)”, “당신이 제 가족이라면 추천 안 합니다. 여기가 연고지라고 해도 오지마세요.”, “결론적으로 비추천합니다. 야근 강요에 월급 적고, 몸 망가져요. 사무직들 줄줄이 퇴사 중입니다.”

채용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채용 문의 글에 GGM 직원들이 직접 단 댓글들이다.

GGM 입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절대로 오지마라”, “오면 후회한다” 등 부정적인 답변과 함께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은 직원들의 글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탄생한 GGM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 임금 절반 수준을 지급하는 대신 복리·후생 비용지원 등 ‘사회적 임금’을 보전하겠다던 정부와 광주시는 약속 이행은커녕 구체적인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와 광주시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기대에 못 미치는 낮은 급여와 복지, 높은 업무 강도를 버티지 못한 GGM 일부 직원은 결국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

8일 GGM과 GGM상생협의회,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와 GGM은 출범 당시 복리·후생 등 공동복지프로그램을 보장해 사원들의 실질 소득을 높이기로 하는 내용의 ‘노사상생 발전협정서’를 체결했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되질 않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기업이 적정임금 수준으로 근로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자에게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보육·교육 등을 통한 사회적 임금을 제공해 실질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다.
 
하지만 사업 취지가 무색하게도 정부와 광주시는 복지프로그램 등 사회적 임금 제공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GGM 직원들은 스스로를 ‘저임금 근로자’로 부르는 등 자조섞인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GGM 근로자들에게 1인당 연 600만∼700만원의 사회적 임금 혜택을 약속했으나, 현재 공동복지프로그램에 직접 지원해주는 비용은 1인당 연 평균 161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연간 급여 대비 4.6% 수준이다.

특히 가장 기대감을 키웠던 주거지원 정책마저도 정부와 광주시의 관련 예산 미확보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GGM 설립 이후 직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유일한 지원 항목은 주거 지원비 뿐이다.

이마저도 연봉 4500만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 193명에게 매달 20만원을 지원하는데, 전 직원 620여명의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형평성 문제와 근로자 간 위화감 조성 등의 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앞서 오는 2029년까지 GGM이 위치한 빛그린 산단 인근에 1만3000세대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고 광주형 일자리와 연계한 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광주시는 일단 임시방편으로 남구 효천지구 등에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만 편도 1시간 가까이 걸리고, 16~44㎡의 소형 평형인 탓에 근로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빛그린 산단 입주 기업 종사자를 위한 직장어린이집 역시 공공임대주택과 멀리 떨어진 탓에 70명 정원에 원아 5명만 이용하고 있다.

GGM에 근무하는 사원 평균 임금도 3500만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 신입 사원은 근무 시간과 계약조건에 따라 연 2900여 만원 수준의 임금을 겨우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9월 GGM 법인 설립 이후 지금까지 퇴사한 직원만 총 직원 620여 명 중 50여 명에 이른다.

GGM상생협의회 관계자는 “광주시가 GGM 근로자에게 지원하기로 약속한 주거와 기타 복지 등 공공복지프로그램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광주시와 노사민정협의회의 약속을 믿고 입사한 직원들의 실망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광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시즌 2’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시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빛그린산단 및 특화단지 일원에 8조 1000억원을 투입해 미래 모빌리티 선도기반 및 부품산업 생태계 구축 등을 담은 ‘광주형 일자리 시즌 2’를 구상 중이지만, 성공의 핵심인 젊은 인재들이 GGM 사례를 보고 광주를 선택하겠냐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GGM 출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노사상생발전협정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과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며 “광주시의 기업유치와 지역 경제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