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왜 이렇게 많이 올랐어?” 13일 오후 12시께 광주시 동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을 먹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지인들과 식당을 찾은 강모(49)씨는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기 전 메뉴판을 보자 다소 놀란 모습이었다. 이 식당에서 삼계탕 한 그릇의 가격은 1만9000원. 강씨 일행은 한 그릇에 2만3000원인 전복삼계탕을 주문했다. 강씨는 “2~3년 전만 해도 삼계탕 한 그릇에 1만5000원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불과 몇 년 새 크게 오른 듯 하다”며 “전복 한 마리 들어간 삼계탕이 2만3000원이나 하니, 자주는 못 사먹겠다”고 말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나모(55)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삼계탕 두 그릇이면 2~3년 전 백숙 한 마리 값이다”며 “요즘엔 식당에서 4~5만원에 팔던 백숙 한 마리도 7~8만원에 달한다. 불경기 속 서민들은 여름철 몸 보신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7월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여름철 대표 음식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나, 물가상승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면서
광주·전남지역 경제가 역대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경기침체 여파에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위기에 내몰리면서 지역 기업들의 파산이 급증하고 있어서이다. 올해 지역기업들의 파산사례가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면서 지역 경제에 닥칠 위기감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설업계의 부진이 문제다. 한때 잘나가던 지역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 폐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지역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법원통계월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광주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사건 접수 건수는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22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건)의 두 배(120%)를 뛰어넘는 것이다. 광주지방법원의 법인 파산사건 접수는 2019년 19건에서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2020년 37건으로 9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 왜 분양가는 갈수록 올라가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대출금 부담이 엄청 크겠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광주지역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직장인 A(40)씨는 이달 분양에 나서는 지역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어떻게 책정될지 관심이 크다고 했다. A씨는 “주택 거래는 줄고 집값도 하락하는 추세여서 집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볼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새 아파트 분양가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계속 올라 청약에 도전하는 게 맞는 것인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일 하락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가고 있지만, 오히려 분양가는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이달 말부터 광주에 2600여 세대 규모의 주택 물량이 분양시장에 쏟아져나오는 등 오랜만에 ‘큰 장’이 서면서 이들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3년 4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광주지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504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0만3000원이
직장인 정모(40)씨는 대학생 때부터 들어놨던 청약통장을 해지할 지 고민하고 있다. 20년째 유지하고 있는 그의 청약통장에는 3000만원의 목돈이 들어있다고 한다. 정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필수적으로 청약통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청약을 20번 넘게 넣었어도 한 번도 당첨되질 않았다”며 “1인 가구라 청약 가점도 낮은 데다, 당첨되더라도 분양가도 비싸고 금리도 높아 부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시대에 금리가 낮은 청약통장에 돈을 묶어두는 것이 손해일 것 같아 해지할 지 고민된다”고 털어놓았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분양시장이 깊은 침체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집값 급등기 내 집 마련을 위해 ‘필수아이템’로 꼽혔던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광주·전남의 청약통장 예치금도 작년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2200억원이 넘게 빠졌고, 가입자 수의 감소 폭도 확대되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광주지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78만3162명으로, 전월(78만7197명) 대비 0.51%(4035명) 감소했다. 앞서 2010년 7월 기준 11만9909명이던 광주지역 청약저축 가입자는 10년 뒤
#.광주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조모(43)씨는 5년 전 광주에 2층짜리 상가 건물을 구입했다. 건물을 담보로 신용대출까지 껴서 건물을 매입할 때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로 충분히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기에 과감히 투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상가 임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료는 낮아져 수익률은 떨어진 데다, 장기간 공실이 발생해 본인 월급으로 이자 갚기도 벅찬 실정이다. #.회사원 이모(40)씨는 3개월 전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결혼 후 5년간 18평대 임대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보냈던 그는 30평대로 이사를 하며 꿈에 부풀었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4억5000만원대로 대부분 대출로 구매했지만 집값이 7억원까지 올랐기에 여유자금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꾸몄다. ‘내 집 마련’의 달콤함도 잠시 7억원을 넘나들던 집값은 분양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6%대의 금리로 상환 압박은 심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집값이 올랐다는 생각에 마음에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우울감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불황이 이어지면서 광주·전남지역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투자수익
#. 회사원 정모(53)씨는 올 겨울 1월 들어 일주일에 두 번씩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 초겨울 4만원 정도 나왔던 가스비가 이번 달에는 배가 많은 8만원이나 나왔다며, 보일러 가동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거실 바닥이 양말을 신고도 차가워서 혹시나 팔순 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갈 때마다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있다. #. 네 가족이 함께 사는 김모(46)씨는 할머니가 실내 온도를 영상 22도로 설정해 둔 탓에, 실내에서도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개의 방에서 모두 전열기를 사용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난방 때문에 온수매트나 전기장판을 쓰는 시간이 많은 까닭에 8만원 냈던 전기세가 이번에는 50% 더 많은 12만원이 나왔다. 연일 역대급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주민과 주부들 사이에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난방비가 50% 이상 폭등함은 물론 전기세를 포함한 전체적인 관리비도 크게 뛰었다는 것이다. 난방비 급등에 화들짝 놀란 서민들은 대부분 실내 온도를 낮추는 대신 거실에서도 두터운 옷을 입는 등 ‘열에너지 비용’ 절감 모드에 돌입했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
“올 하반기에는 취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채용공고를 내는 기관이 없네요.” 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중흥동의 한 도서관 앞에서 만난 최모(32)씨는 수 년째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마땅치 않아 광주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도 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데다, 오랫동안 근무를 해온 선배들 역시 적은 월급을 받는 걸 보면서 미래가 암울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기업·공공기관 취업에 뛰어들었던 그는 지난해 한 공기업 시험에서 1순위 후보합격자 명단까지 올랐다. 이어 다른 공공기관 시험에서도 1·2순위 명단에 오르면서 “조금 만 더 하면 곧 취업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서류에서부터 떨어져 시험을 볼 자격조차 얻지 못하는 등 취업준비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하반기에는 공기업·공공기관의 채용 문이 굳게 닫히면서 하루하루 조급해지고 있다. 최씨는 “그동안 공기업·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해왔지만, 예년과 달리 올해는 채용하는 기관이 너무 없다”며 “해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도 더 이상 못할 짓 같다. 착잡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광산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지역 주요 건설 공사현장이 멈춰 섰다. 시멘트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콘크리트 타설 공정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지역 내 관급 공사현장을 시작으로 민간 주택건설현장 역시 속속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30일 광주전남레미콘협동조합과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원료를 공급하는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차량 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광주·전남지역 레미콘 업체가 가동을 멈추는 등 사실상 ‘셧다운’됐다. 원재료인 시멘트를 납품받지 못한 레미콘 업체들이 콘크리트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레미콘 업계가 셧다운되면서 지역 내 주요 건설 현장도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17개동 1830세대 규모의 관급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광주시 광산구 ‘광주 선운2 공공주택지구’ 현장은 파업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부터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 타설 공정 대신 형틀과 철근 작업 등 다른 공정으로 대체해 공사를 진행해왔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게 현장소장의 설명이다. 당장 1일부터는 부분적으로 공사 현장
“결혼하고 내 집도 사고, 이건 생각도 못하죠. 당장 주머니에 만원 짜리 한장도 없는 데요.” 15개월차 직장인 진모(여·26)씨는 고향인 목포를 떠나와 광주에서 자취를 하며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녀의 한 달 월급은 세금을 떼면 약 190만원이다. 월세 30만원을 비롯해 관리비와 공과금 10만원, 통신비와 보험료 등 20만원이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또 대학을 다닐 때 받았던 학자금 대출도 상환하고 있다. 급여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대로 빠져나가는 돈만 100만 원 정도이다. 고정비용을 제하고 진씨에게 남는 돈은 90만원이 채 안된다. 그래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주택 청약과 함께 청년희망적금도 30만원을 넣고 있다. 수중엔 50만원도 남질 않는다. 진씨는 “한달을 40만~50만원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며 “밥도 먹고 생필품도 사야 하는데 물가가 너무 올랐다. 옷 한 번 사는 것도 버겁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33)씨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박씨의 월급은 세후 280만원 정도이다. 1년 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대출을 받은 탓에 매달 120만원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자동차 할부금(30만원)과 공과금 및 보험료, 주유비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 조선업계의 숨통이 트일까. 저임금·고강도 업무 등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 대불산단 근로자들이 현장을 이탈,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광주일보<2022년 10월7일자 8면> 보도와 관련,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이 고착화된 조선업계의 현실을 당장 해결하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불산단 조선업계 고질적인 인력난 심각=조선업계의 인력난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19일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 고용구조의 특징상 협력업체 중심 생산으로 이뤄지는데, 대불산단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원·하청노동자 간 임금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중공업 등 원청은 적지 않은 일을 하청에 맡기는데, 이 하청업체들이 필요에 따라 물량팀(제2하청)에 다시 일을 맡기는 식이다. 정부가 최근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하청 근로자의 임금은 원청 근로자의 50∼70%에 불과했다. 연평균 근로일수는 원청 180일, 하청 270일로 조사됐다. 하청 근로자는 야근·특근이 잦고 쉬는 날에도 일할 때가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