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중이던 건축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한 ‘광주 학동 붕괴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는 9일로 1주기를 맞이하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고 근로자 등 시민 일상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광주시 남구 봉선동 장미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지난 4월 판박이 사고가 일어났고, 광주고용노동청 관할에서는 되레 전년도 보다 올해 건설현장 사망자가 늘어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정치권은 “경영진·사업주 책임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동일 사고가 광주에서 일어나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안전불감증 여전…반복되는 사고, 건설 현장 사망 되레 늘어 = 지난 4월 14일 봉선동 장미아파트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도로와 맞닿은 재건축 현장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3층짜리 건축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사 가림막이 도로 편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순간 도로를 걷던 시민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인명사고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 이후 감독관청인 남구는 장미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해체계획서를 무시한 채 작업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고,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최근 건설현장 사고와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 1분기(1~3월)까지 건설현장 사고로 9명이 숨졌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명보다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광주노동청은 “전년 대비 6명이 증가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건설현장 소장 등을 대상을 8월까지 사고 예방 특별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노동청은 특히 교육 신청 지연 및 불참 사업장은 노동청 불시 점검 및 감독 대상 우선 사업장으로 분류하겠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지난달 24일 북구 임동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30대 남성이 파손된 중장비(펌프카) 부속품에 맞아 숨진 사고 역시 건설장비의 적절한 점검과 작업장 안전 관리 부실에 따른 인재 가능성과 학동 참사와 같은 ‘불법 재하도급’ 의혹이 제기됐다.
◇제도 개선도 미흡…“동일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안돼” = 제도 개선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기관과 노동계에서는 “원청(시공사) 책임 강화가 핵심”이라는 분석을 한목소리로 내놓고 있지만, 동일사고가 광주에서 발생하더라도 경영진 책임을 묻는 것은 현 제도 아래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은미 국회의원(정의당)은 “재발 방지 핵심은 원청 책임 강화”라며 “학동 사고의 경우 사업장 내 근로자 사망이 아닌 데다, 그렇다고 버스 관리자 잘못으로 탑승자들이 사망한 게 아니라서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학동 참사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현대산업개발이 제기한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수주를 계속할 수 있을만큼 원청에 전혀 타격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이정우 검사 역시 지난해 12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학술대회에서 “(학동 사고처럼) 해체공사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숨지는 사고 등은 법 적용 대상 밖”이라며 “입법을 통한 보완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지난 1월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법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역 국회의원 등의 노력으로 제도 일부는 개선됐다. 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북갑)이 대표 발의한 건축물관리법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해체공사감리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해체공사는 전체 공사기간 동안 감리업무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했다. 학동 사고 직후, 감리가 상주하지 않는 동안 해체계획서와 달리 공사가 이뤄진 게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또한, 철거 건축물 일정 반경에 버스 정류장, 도시철도 역사 출입구 등 지자체 조례로 정한 시설이 있는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된 건축물관리법도 지난 2월 시행에 들어갔다.
◇경영진 빠진 ‘붕괴 책임자’ 혐의 부인…1년째 수사 계속 = 경찰 수사는 1년이 되도록 이어지고 있으며, 사고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등 원청 관계자, 감리, 하도급 및 재하도급 관계자 등 7명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10개월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이들은 모두 “내 탓이 아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붕괴 책임자들을 제외한 하청업체 선정 등 재개발 비리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광주경찰청은 붕괴 사고 직·간접 원인으로 지목받는 재개발 비리 의혹 분야에선 모두 31명을 입건했다. 업체 선정 계약에 관여한 브로커 4명, 재개발조합장 등 관계자 5명, 업체 관계자 22명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광주시 남구 봉선동 장미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지난 4월 판박이 사고가 일어났고, 광주고용노동청 관할에서는 되레 전년도 보다 올해 건설현장 사망자가 늘어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정치권은 “경영진·사업주 책임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동일 사고가 광주에서 일어나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안전불감증 여전…반복되는 사고, 건설 현장 사망 되레 늘어 = 지난 4월 14일 봉선동 장미아파트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도로와 맞닿은 재건축 현장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3층짜리 건축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사 가림막이 도로 편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순간 도로를 걷던 시민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인명사고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 이후 감독관청인 남구는 장미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해체계획서를 무시한 채 작업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고,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최근 건설현장 사고와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 1분기(1~3월)까지 건설현장 사고로 9명이 숨졌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명보다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광주노동청은 “전년 대비 6명이 증가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건설현장 소장 등을 대상을 8월까지 사고 예방 특별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노동청은 특히 교육 신청 지연 및 불참 사업장은 노동청 불시 점검 및 감독 대상 우선 사업장으로 분류하겠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지난달 24일 북구 임동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30대 남성이 파손된 중장비(펌프카) 부속품에 맞아 숨진 사고 역시 건설장비의 적절한 점검과 작업장 안전 관리 부실에 따른 인재 가능성과 학동 참사와 같은 ‘불법 재하도급’ 의혹이 제기됐다.
◇제도 개선도 미흡…“동일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안돼” = 제도 개선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기관과 노동계에서는 “원청(시공사) 책임 강화가 핵심”이라는 분석을 한목소리로 내놓고 있지만, 동일사고가 광주에서 발생하더라도 경영진 책임을 묻는 것은 현 제도 아래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은미 국회의원(정의당)은 “재발 방지 핵심은 원청 책임 강화”라며 “학동 사고의 경우 사업장 내 근로자 사망이 아닌 데다, 그렇다고 버스 관리자 잘못으로 탑승자들이 사망한 게 아니라서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학동 참사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현대산업개발이 제기한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수주를 계속할 수 있을만큼 원청에 전혀 타격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이정우 검사 역시 지난해 12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학술대회에서 “(학동 사고처럼) 해체공사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숨지는 사고 등은 법 적용 대상 밖”이라며 “입법을 통한 보완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지난 1월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법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역 국회의원 등의 노력으로 제도 일부는 개선됐다. 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북갑)이 대표 발의한 건축물관리법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해체공사감리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해체공사는 전체 공사기간 동안 감리업무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했다. 학동 사고 직후, 감리가 상주하지 않는 동안 해체계획서와 달리 공사가 이뤄진 게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또한, 철거 건축물 일정 반경에 버스 정류장, 도시철도 역사 출입구 등 지자체 조례로 정한 시설이 있는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된 건축물관리법도 지난 2월 시행에 들어갔다.
◇경영진 빠진 ‘붕괴 책임자’ 혐의 부인…1년째 수사 계속 = 경찰 수사는 1년이 되도록 이어지고 있으며, 사고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등 원청 관계자, 감리, 하도급 및 재하도급 관계자 등 7명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10개월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이들은 모두 “내 탓이 아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붕괴 책임자들을 제외한 하청업체 선정 등 재개발 비리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광주경찰청은 붕괴 사고 직·간접 원인으로 지목받는 재개발 비리 의혹 분야에선 모두 31명을 입건했다. 업체 선정 계약에 관여한 브로커 4명, 재개발조합장 등 관계자 5명, 업체 관계자 22명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