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마저 파업을 예고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인력은 현장을 지키겠단 방침이지만,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의료현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13일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 사측과의 조정에 실패할 경우 오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 사업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이다.
파업을 예고한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민간병원 30곳을 포함한 총 61곳이다.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 입력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우려는 상당하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공의 부재에 이어 교수들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감염 환자와 온열질환자 등을 포함한 응급환자도 늘면서 남아있는 의료 인력의 피로도는 극심한 실정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과부하가 걸린 응급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달부터 목요일 제한 운영(소아 응급실만 24시간 정상 진료)에 돌입, 내달도 축소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 부재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119구급대 재이송 건수·사유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119 재이송 2645건 중 40.9%(1081건)는 '전문의 부재'로 인해 발생했다.
여기에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 파업까지 겹칠 경우, 의료계의 인력난은 물론 환자들의 불편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각 병원은 파업 예고일(29일) 전까지 노조와의 합의를 계속 시도할 예정이다. 다만 전공의 부재로 인한 재정난이 극심한 탓에 노조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파업이 단행될 경우, 응급실 등 필수 업무 인력을 남기더라도 인력난이 심한 의료현장엔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력난에 따른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도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는 평상시 평일의 약 1.9배 수준으로 환자가 급증한다. 방문 환자가 대부분 경증에 그치지만, 예년보다 응급실 의사 수가 줄어든 만큼 우려가 크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브리핑을 통해 "대부분 응급실이 해당 병원에서 수술한 기존 환자 위주로 받고 있고, 신규 환자는 받지 못하고 있다"며 "9월이 되면 코로나가 정점을 찍어 환자들이 더 몰리고, 의사들이 대거 쉬는 추석 연휴도 있어서 응급실 연쇄 셧다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응급실은 '중증 환자 우선 진료'가 원칙이고 연휴기간 환자 대다수는 경증"이라며 "파행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