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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논란의 대한민국 건국일, 각각의 논거는 무엇일까?

"처음 주권 국가로 인정받아" vs "임시정부 수립이 곧 건국"
건국절 꼭 필요한가…정권 바뀔 때마다 논쟁 점화
광복·건국 모두 한국의 탄생…우리 역사 특수성 감안해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두 가지를 두고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광복회 등의 반발이 발단이다. 이 논쟁은 여야 정치권의 대립 그리고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광복절 경축식이 유례없는 반쪽행사로 치러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948년 8월 15일 의미는?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1948년 건국론은 바로 이 지점에 의의를 둔다. 1948년 5월 10일 국민 95% 이상 참여한 총선거를 통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으며, 그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유엔(UN) 총회에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근대 국제 정치 체제에서 처음 주권국가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입장에서는 임시정부와 현재의 대한민국을 '정신사적 연속성'이 있는 관계로 본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사상적, 정신적 맥을 이어 유형의 국가로 1948년 8월 15일에 건국되었다는 것이다. 1933년 12월 26일 체결된 몬테비데오협약에서 국가의 요소로 인구·영토·정부·주권 등을 규정했는데, 1919년을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보기에는 임시정부의 법적 지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저서에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은 어디까지나 정통성의 계승으로 이해돼야지 실정 헌법질서상의 적법성의 계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는 "건국을 말하려면 국제법상 어떤 경우 국가가 성립되었다고 봐야 하는지를 정해둔 기준을 봐야 한다"면서 "영토, 주권, 국민 그리고 국민적 합의에 따른 헌법이 필수적인 존재다. 대한민국은 제헌국회에서 헌법을 만들었고, 그 헌법에 기초해 오늘날 국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부 구성 시점을 건국일로 봐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회사의 정관이 만들어지고 등기가 됐을 때 '회사가 만들어졌다'고 하지 회사를 만들려고 뜻 맞는 사람끼리 모이는 것은 발기인 모임이다"면서 "이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 스스로 객관적인 역사성을 훼손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1949년 치러진 정부의 '독립 1주년 기념식' 사진도 하나의 논거로 제시된다. 정부가 공식행사를 열고 이 나라를 건설한 지 1년이 됐음을 자축했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역사적으로 분명히 임시정부도 '건국'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다"면서도 "1945년 해방과 함께 여운형, 안재홍 등을 중심으로 건국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는 건국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의미이며, 당시 사람들이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역사학자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도 "국내에서 일제 압박을 받고 살던 백성 절대 다수는 임시정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우리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계승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계승했다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19년에 독립됐다고 하지 않으면 독립운동을 폄훼하는 것이 된다는 주장은 완전히 어불성설"이라며 "만약 그때 나라가 섰으면 독립운동이 왜 필요했겠냐"라고 되물었다.

◆1919년 건국 주장 배경은?

1919년 4월 11일을 건국절로 보는 이들은 "임시정부의 수립이 곧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주장한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입장에선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5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13일 역사학회·한국근현대사학회·한국역사연구회 등 48개 단체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로 시작된다. 이승만 정부 역시 19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 30주년으로 기념하고, 대한민국 30년으로 연호를 정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임시정부를 부정하면 대한민국 민족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따라붙는다. 조선에서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민족 정통성 측면에서 자연스럽고 임시정부를 인정해야 독립운동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시정부가 공포한 임시헌법에 국가 구성 요건인 영토·주권·국민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기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어느 망명 정부보다 역할이 두드러져 창립 시기를 건국일로 기릴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출범 시부터 대한 제국 왕정을 폐지하고 민주공화제를 건국 강령으로 채택했고, 일제 식민 지배 부당성을 폭로하려고 파리 장서의 사절단까지 파견하고 중경 임시정부는 광복군까지 창설했다"고 주장했다.

◆반복되는 건국일 논란…"건국절 꼭 필요한가?"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쟁을 촉발하는 건국절이 필요한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국절을 기념하는 것은 자국민 의사가 반영될 수밖에 없으므로 역사의 특수성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나라가 만들어진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념하고, 영국은 명예혁명으로 입헌군주제를 확립했다고 하더라고 기념일을 제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통해 나라가 세워지지 않았고 조선에서 일제강점기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호선 교수는 "우리는 역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이 아니라서 우리 국민이 비로소 결단했던 시기의 의미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 속 한국이 갖고 있던 정치적인 의미 등을 포함시켜 한국 근대사 흐름 속에 어느 국면에 점을 찍을지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이인호 명예교수도 "건국절을 따로 제정할 필요는 없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굳이 바꿀 필요도 없다. 사실 건국과 광복은 모두 대한민국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광복이라는 말은 애국투쟁, 항일운동가들이 많이 썼고 우리 국민에게 익숙한 표현이다. 광복은 우리가 주권을 회복하고 자주독립을 이룬다는 의미"라면서 "익숙한 광복절이라는 말을 바꾸자고 하면 국민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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