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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제도권 도움 못받아도 공연에 대한 열정으로 한계에 도전”

내일 제 42회 장애인의 날 - 장애 이겨낸 도내 문화예술인들

 

 

20일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를 가지고 강원도 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근황을 들어봤다.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도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이들이다.

허정 - 박양순 명창에게 사사 … 소리꾼으로 제2의 인생 설계
신형섭 - 속초 출신 이탈리아 시타 디 이세오 콩쿠르 2위 영예

 

남호섭 - 연극배우로 꾸준히 활약 … 밴드 보컬로 새출발 앞둬
안종묵 - 악보 전부 외워야 하는 상황에도 10년 넘게 무대 지켜


■허정 한국장애인국악협회 강원도지부장=횡성 출신 허정 한국장애인국악협회 강원도지부장은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소리를 낸다. 단지 휠체어에 의지를 해야 할 뿐 애절한 목소리는 소리꾼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2006년 평창에서 발생한 산사태 복구 현장에 투입된 그는 불의의 사고로 1급 지체장애인 신분이 됐다. 좌절은 잠시뿐이었다. 횡성문화원에서 소리를 배웠고, 박양순 명창으로부터 사사했다. 소리는 그를 다시 일으켰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한 원동력이 됐다. 흥부가 완창을 하던 그는 지난해 다시 병마와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을 하던 중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공연도 취소됐다. 하지만 허 지부장의 시선은 여전히 무대로 향한다. 또 자신의 처지와 같은 이들이 세상 밖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장애예술인 복지법이 올해 강화됐지만, 많은 장애예술인이 제도권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예술인의 실질적인 복지를 위해 더욱 애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형섭 이세미(I Semi) 앙상블 대표=속초 출신 신형섭 테너는 성악가로서 다채로운 소리를 내고 있다. 이세미(I Semi) 앙상블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3일 속초시립박물관 숲박물관에서 올해 첫 공연을 펼친 데 이어 16일에는 속초에서 열렸던 세월호기억문화제에 참여, 버스킹을 선물했다. 속초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7월에는 속초 청해학교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펼칠 계획이다. 신 테너는 강릉대 음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국립음악원을 휴학 중이다. 이탈리아 시타 디 이세오 콩쿠르에서 2위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던 중 2016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2017년 귀국했다. 지난해 툴뮤직 주최 제4회 장애인 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피아노재능기부협회 주최 제4회 전국 장애인 음악콩쿠르에서도 1위의 영예를 안았다.

■남호섭 전 소울씨어터 대표=연극배우로 활발히 활동해 온 남호섭 전 소울씨어터 대표는 이제 연기예술뿐 아니라 다른 활동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활동들이다. 2004년 전국연극제에서 전국 최연소로 개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다음 해 왼쪽 눈에 검은 잔상이 나타나는 포도막염을 앓았다. 2010년 왼쪽 눈이 실명이 됐고, 2018년 오른쪽 시력을 잃었다. 2011년 창단 후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소울씨어터는 지난해 말 극단 자체는 존속하되 단원들은 해산,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구안와사를 겪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음악에 접근했다가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밴드 보컬로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배우로서 활동을 멈춘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타로를 공부해 타로 마스터로서도 움직이고 있다.

■안종묵 춘천시립합창단 상임단원=눈앞에 보이는 것은 고작 1m 남짓. 하지만 그의 하모니는 여전히 맑고 투명하다. 춘천시립합창단에서 상임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안종묵 테너는 악보를 모조리 외워야 무대에 설 수 있다. 게다가 지휘자의 지휘 동작을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대에서의 분위기, 온도, 동료의 목소리 등에 감각을 곤두세워야 할 정도로 늘 긴장해야 한다. 공연 특성상 안무를 해야 하는 경우 춤을 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버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전히 10년 넘게 무대를 지키고 있고, 하모니를 내고 있다.

임창은 춘천시립합창단 지휘자는 “악보를 익힐 수 있는 준비 기간을 충분히 주고, 안무가 있는 노래를 해야 할 경우 동선을 배치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배려도 없다”며 “오롯이 본인이 노력해서 이뤄낸 성과로, 한솥밥을 먹는 단원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고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음악으로 보답하는 것은 그의 오랜 희망이다. 또 장애학생을 위한 멘토역할도 감당하겠다는 각오다.

허남윤·이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