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강릉 25.4℃
  • 서울 16.9℃
  • 인천 15.7℃
  • 흐림원주 21.8℃
  • 수원 16.9℃
  • 흐림청주 24.2℃
  • 흐림대전 23.9℃
  • 흐림포항 24.0℃
  • 구름많음대구 24.3℃
  • 흐림전주 23.7℃
  • 구름많음울산 21.4℃
  • 구름많음창원 21.5℃
  • 광주 19.2℃
  • 구름많음부산 19.9℃
  • 흐림순천 19.3℃
  • 홍성(예) 17.3℃
  • 흐림제주 21.9℃
  • 구름많음김해시 20.4℃
  • 구름많음구미 23.8℃
기상청 제공
메뉴

(제주일보) 제주-일본 왕벚나무의 기원은?...원산지 놓고 논란 확산

국립수목원, 유전체 비교한 결과, 제주-일본 왕벚나무 서로 다른 식물
도내 단체, 235그루 중 단 5그루 유전체만 분석...'종합 연구 필요'

 

속보=일본 왕벚나무가 제주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제기(본지 4월 7일 4면 보도)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원산지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제주와 미래연구원 등 도내 5개 단체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립수목원이 국가표준식물 목록에 한라산이 원산지인 왕벚나무를 자생식물편에서 삭제하고 재배식물편에 넣은 것은 제주가 왕벚나무의 원산지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국립수목원이 2018년 한라산에 자생 중인 235그루 중 단 5그루(2%)의 유전체(게놈)만 분석, 제주산과 일본산 왕벚나무가 별개의 종(種)이라고 발표한 것은 오류라고 비판하며, 유전형 다양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립수목원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봉개·신례리 한라산 자생지에 있는 왕벚나무 대표 샘플과 일본에서 대표되는 소메이요시노(왕벚나무 일본명) 샘플에 대한 유전체는 물론 최신 기술인 분자 마커(염기서열 분석)까지 실시해 과학적인 오류는 없다고 반박했다.

국립수목원은 이를 통해 제주 왕벚나무는 모계가 올벚나무, 부계가 제주 토종 산벚나무 또는 벚나무라는 유전체 감식 결과가 나왔고, 일본 왕벚나무는 모계가 올벚나무, 부계가 일본 토종인 오오시마 벚나무로 이들은 서로 다른 종(種)이라고 밝혔다.

최경 국립수목원 연구관은 “명지대·가천대 연구자들이 참여한 유전체 해독 결과, 제주의 왕벚나무와 인접 수종은 물론 일본에서 최초로 왕벚나무로 기록된 도쿄대 부속식물원(고이시카와 식물원)에서 표본을 확보해 분석했다”며 “연구자들이 유전체 표본을 완전히 비교한 결과,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 연구관은 “제주 왕벚나무는 제주 고유종이 맞지만 현재 제기된 원산지 논란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개별 DNA가 조금씩 다른 가운데 더 나아가 동아시인의 기원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과학적으로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제주지역 연구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조만간 전문가 토론회를 마련해 이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인 신부 타케가 제주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한 것은 1908년이다.

이후 1962년 식물학자인 박만규 국립과학관장은 ‘벚꽃은 우리 꽃, 한라산이 원산지’란 주장을 폈고, 실제로 한라산에서 우리나라 연구자로서는 처음으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했다. 이 때부터 벚나무는 제주가 원조라 인식이 확산됐다.

제주 원조론에 맞서 일본에서도 일본산 벚나무의 야생 원종을 찾아 전국을 뒤졌지만 실패했다.

일본 왕벚나무는 1700년대 도쿄 근처에서 자생종인 올벚나무와 오오시마벚나무를 인위적으로 교배해 만든 품종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한라산 왕벚나무가 어디서 기원했는지, 두 왕벚나무가 과연 같은지 유전적으로 밝히는 연구가 본격화한 것은 2010년대에 진행됐다.

국립수목원의 지원 아래 명지대·가천대 연구자가 참여해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게놈)를 해독한 연구결과가 과학저널 ‘게놈 바이올로지’ 2018년 9월호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완전한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나돌던 제주의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왕벚나무가 됐다거나 그 반대라는 주장은 유전적 근거가 없음이 밝혀진 셈이다.

이에 대해 김찬수 한라생태문화연구소장은 최근 국립수목원이 제주특별자치도 향토유산 제3호로 지정된 왕벚나무를 일본 왕벚나무라고 허위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수목원이 한라산에서 발견된 235그루의 자생 왕벚나무 중 단 2.1%인 5그루를 분석하고 그 가운데 4그루는 제주 왕벚나무라 하고 나머지 한 그루는 일본 왕벚나무라고 지칭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라산에는 다양한 왕벚나무 유전형이 존재하는 유일한 곳이지만 일본에는 자생지가 어디에도 없으며, 인위적으로 교잡종을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다며 국립수목원의 주장으로 자생지를 폄훼하고, 한국 고유 식물인 왕벚나무의 생물 주권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