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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개관까지 남은 시간 2년여… 부산오페라하우스 준비 서둘러야"

6일 포럼, 국내외 전문가 조언

 

오는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관까지 남은 시간은 2년 정도에 불과한데, 운영 주체나 개관 공연 등에 대한 논의가 늦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 성공 개관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부산시오페라단연합회가 주최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부산오페라의 현재와 미래’. 국내외 전문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부산오페라하우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일본, 개관 4년 전 예술감독 임명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대표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이야기를 10여 년 전부터 들었는데, 여전히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의 경우 개관 4년 전에 예술감독제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극장 건물을 짓고 나서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며 “지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온라인으로 포럼에 참석해 발제한 나오키 무라타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 전무에 따르면, 1997년에 개관한 이 극장은 1993년에 제2국립극장재단을 먼저 설립하고 장르별(오페라·발레·드라마) 예술감독 3인을 임명한 바 있다. 그는 “오페라와 발레의 경우 유럽에서 예술감독을 초빙해 전문지식을 배우고 일본 고유의 상황에 맞게 적용했다”며 “일본어로 부르는 새로운 오페라 창작을 위해 일본 작곡가에게 작품을 맡기기도 하고, 가부키 배우들에 의한 전통 형식의 야심찬 오페라 제작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경우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운영 주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오는 2024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와 2025년 개관을 앞둔 부산국제아트센터를 운영할 별도 법인을 만들 것인지, 기존 (재)부산문화회관이 이들 기관을 모두 통합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운영 주체가 아직 결정이 안 됐다니 당황스럽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끝나면 세계 성악가들도 엄청 바빠질 것이고,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을 텐데 조기에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젊은 관객·인재 양성 과제

 

유럽과 일본의 경우 오페라·클래식 공연 관객층의 고령화로 고민하고 있다. 다행히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관객층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포럼 현장에서는 부산오페라하우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중국 사례를 발제한 왕 닝 중국 국가대극원 원장은 “극장 회원 45만 명 중 3분의 1이상이 교향악 애호가이고, 45세 이하 관객이 69%로 조사됐다”며 “특히 26~35세 관객이 가장 많은 표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산오페라하우스도 티켓 구매력이 큰 MZ세대 관객을 끌어들여야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왕 원장은 “2007년 개관 후 공익성과 상업성의 조화에 신경을 썼다”며 “해마다 30%의 비율로 해외 유명 교향악단, 발레단, 일류 공연단이 공연을 펼치도록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대극원의 경우 코로나19로 공연 산업이 위축되자 온오프라인 융합을 모색하고 있다. 4개의 온라인 공연 시즌을 만들어 무료 생방송으로 제공하고, 젊은 관객과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소영 부산시오페라단연합회 회장은 “부산오페라하우스도 스마트극장 운영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 국가대극원의 경우 온라인 공연에 8K 카메라와 5G 통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혀 현재 4K, 5G를 사용하는 서울 예술의전당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 사양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도 향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 창출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오페라극장의 경우 오페라뿐 아니라 발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페라극장이라고 해도 오페라만으로는 무대를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대극원의 경우도 한 해 총 800회의 공연 중 오페라는 120회로, 오페라 공연의 비중이 15% 수준이었다.

 

향후 무대의 주역이 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근 지휘자는 “음악·무용학과가 폐과되고 있는데, 대형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고 하는 부산의 현실을 보라”며 “인재를 육성하지 않는 도시는 뭘 하든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개관 공연·예산 확보는

 

예산 확보도 숙제다. 쟌나 프라타 이탈리아 폴리테아마극장 예술감독은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90% 이상은 공적 자금으로 유지된다”며 “클래식 분야 예산이 눈에 띄게 많은 데다가 민간이 문화예술에 대해 지원하면 상당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아트 보너스’라는 유용한 제도도 만들어 민간 투자를 촉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개관 후 운영 예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가 현재 오페라하우스 운영비로 고려하고 있는 예산은 연간 150억 원 규모다. 그러나 부산시가 지향하는 제작 중심 극장으로의 운영을 위해서는 연간 오페라·발레 등 공연 제작비에만 최소 15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개관 기념 공연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은 “개막작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문회의에서 부산을 상징하는 한국전쟁 관련 소재로 개막작을 만드는 데 의견이 모아졌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수동 대표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내에 올 수 있는 인근 해외 도시까지 시장으로 보고, 동북아의 오페라하우스가 돼야 성공한다”며 “글로컬(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 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창작 오페라 신작이 성공할 확률은 5%도 안 되기 때문에 보통 쇼 케이스와 초연, 재연을 거쳐 3~5년에 걸쳐 완성한다”며 “당장 올해 예산을 확보해 전국 공모로 5~10편 정도의 작품을 찾고, 내년에는 쇼 케이스를 해서 그 중 가능성 있는 것 2~3개 작품을 제작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식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