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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인사갈등에 업무보고 파행…文- 尹 충돌 전방위 격화

인수위, 검찰개혁 갈등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정부 이양작업 차질
문 대통령 “다른 이들 말 듣지 말고 당선인 직접 판단” 윤핵관 저격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갈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지난 대선의 최대 과제였던 국민 통합의 흐름도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 총재 임명 문제로 인한 격돌의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인수위원회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정부 이양작업에 대한 차질이 현실화했다. 정치권에선 신·구권력의 갈등이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계속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면충돌하는 신·구 정권=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답답해서 한 말씀 드린다”며 윤 당선인과의 회동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 인사를 하고 덕담을 하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며 이번 만남의 성격을 ‘덕담을 하는 자리’로 규정했다.
 

이번 회동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것은 윤 당선인 측에서 ‘조건’을 내걸기 때문이라는 문제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신·구 권력 갈등의 책임이 윤 당선인 측에 있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날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이라며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구 권력의 인사권 행사 문제를 집 매매 시 매수인과 매도인의 관계에 비유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대금을 다 지불하고 명도만 남아 있는 상태”라며 “매도인에게 아무리 법률적 권한이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서 본인이 사는 데 필요한 조치는 하지만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잘 안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그러면서도 윤 당선인은 ‘인사 문제가 조율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과 회동이 어려운가’라는 질문에는 “회동 문제는 또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겠나”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양측이 ‘마이웨이’를 계속하면서 회동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31일 준장 진급자들을 대상으로 삼정검 수여식을 열기로 했고 윤 당선인도 “내주부터 지방을 좀 가볼까 한다”고 했다.

◇정권 이양 차질 현실화=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이런 충돌 속에 이날 오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사실상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검찰개혁·검찰독립성 문제를 두고 잦은 충돌을 빚었다는 점에서, 이번 법무부 업무보고 무산은 양측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중립을 위해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 정부가 5년 동안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날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 개혁 공약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윤 당선인 주변에서는 이미 부글부글한 기류가 관측됐다.

특히 박 장관이 반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윤석열표 사법개혁’의 핵심으로, 윤 당선인을 정치권으로 끌어낸 이슈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강력 반발한 끝에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을 박차고 나왔다. 윤 당선인 측은 전날 공약에 찬성하는 대검찰청과 업무보고를 별도로 받겠다고 밝힌 뒤로도 법무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자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수위는 법무부를 향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 등 이례적으로 격한 표현을 쏟아냈고 민주당에서는 주요 입법과제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 조치에 박차를 가할 태세여서, 검찰개혁발(發) 대치전선은 신구권력 충돌 국면에서 또 하나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사 문제에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장 대립이 첨예한 감사원 감사위원에 대한 인사가 조만간 강행될 경우 신·구 권력의 충돌은 출구를 찾기 어려운 파국을 향해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