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이 폭삭 주저앉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만큼 제 빚도 늘어 끝내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대구에서 관광 관련업체를 운영하던 50대 A씨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토바이 배달업체에 등록,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한 하루 13시간 동안 물건을 배송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데다 주 거래 고객인 관광객, 여행사, 운수업체가 모두 발이 묶여 매출을 올리는 게 불가능했다.
당시 A씨는 이미 투자 등을 이유로 1억원 이상 은행권 대출을 받아 썼던 터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 대출 등을 받아 상가 보증금과 임차료, 직원 4대 보험 등 비용 지출을 충당하려 했지만 끝내 빚이 2억원까지 늘었다.
당장 폐업신고를 하자니 법인 명의로 받은 대출금을 즉시 상환할 여력도 안 됐다. 결국 A씨는 지난해 3월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지급하고서 한동안 대출 이자를 내다가 끝내 개인회생 절차를 밟기로 하고 6월쯤 폐업을 결정했다.
A씨는 현재 배달수수료 수입 월 평균 200만원가량 가운데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대부분 금액을 법원에 납입하고 있다. 자신만 보고 사는 아내와 자녀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
A씨는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끄려다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한순간에 저신용자로 떨어졌다 보니 원래 몸담던 사업을 언젠가 재개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며 한숨 내쉬었다.
대구경북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을 받아 가며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이들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나 파산에 이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서다.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 심각, 상환 부담 줄여야"
한국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는 22일 '대구경북 금융기관 협의회'를 열고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로 지역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가 심각해졌다"고 경고했다.
한은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은 지역 경제에서 자영업자 수와 이들의 대출 비중이 타 지역보다 큰 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영업 소득이 줄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전년 말보다 30.9% 늘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 자영업자 신규대출 증가율은 24.1%로, 이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면서도 자영업자 1인당 대출 잔액은 3억1천만원으로 전년(3억4천만원)보다 오히려 10.8% 줄었다. 예년과 달리 비교적 소액을 대출하는 차주가 늘면서 평균 대출 잔액은 줄었다.
대출액은 저소득·고신용·고령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소득 수준별 대출액을 보면 고소득 계층에서는 12.8% 증가한 데 그친 반면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중소득(32.9%)·저소득(22.9%) 계층에서는 대출이 더욱 크게 늘었다.
신용등급별 대출액은 고신용층에서 20.7% 증가했지만 저신용층 대출액은 오히려 27.7% 감소했다. 그간 대출 받을 필요가 적던 고신용층이 대거 차입에 나섰고, 이와 달리 저신용층에 대해서는 커지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자금 공급이 위축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46.8%)과 30대 이하(25.5%)에 대한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리스크를 줄이게끔 당국과 금융권,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종혁 한국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기존에도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컸던 지역 특성을 고려할 때 원리금 분할상환 장기화, 고정금리 대출 전환 등 유연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역 금융기관도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도록 여신심사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영안정자금 편성, 상환 유예, 이자 보증 등 힘쓸 것"
협의회에 참석한 대구시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우려되는 경제 붕괴를 막고자 초저금리 대출, 연체 차주 보호, 금리 지원 등 대책을 적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대구지역본부장과 대구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DGB대구은행 경우 지난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2조원가량 신규대출을 내줬고, 1조6천억원가량 원리금 납기 유예를 실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타격을 이유로 대출한 지역 차주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이 급락하지 않도록 자체 신용평가 기준을 상당폭 완화했다.
김영운 DGB대구은행 마케팅본부장은 "추가 금리감면, 대출 한도 유지, 보증기관 출연을 통한 담보대출, 소상공인 영업지원 상담 등을 이어가는 한편 최근엔 대구와 경북, 서울 등 은행 영업점 일대 소상공인 점포에서 선결제 후 물건을 사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올 연말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지자체와 은행이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오대주 SH수협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대출액이 큰 기업들 경우 대출 상환 기한을 마냥 유예할 수도 없다. 통화정책 변동이 예정된 만큼 금리, 유동성 등 통화정책도 자영업자 보호와 발맞춰 가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정부·지자체·은행이 협업해 지역 경제 보호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대구시는 앞서 여러 금융기관 도움 덕분에 다양한 정책지원을 발굴하고 실질적으로 시민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 왔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최소 200억원을 추경해 지자체 출연 보증대출, 법인에서 개인으로 전환하는 이들에 대한 브릿지 보증, 1~2%포인트 대 이자 보증 예산을 편성하려 한다. 아울러 소상공인 등을 위한 경영안정자금도 4천억원 지급하고자 예산안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