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새 대표에 30대에 원외인 이준석 대표(36세)가 선출되면서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헌정사에 집권 여당 또는 제1야당에서 30대가 ‘간판’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정치권에선 코로나19 이후 세대교체와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근간으로 화는 ‘변화와 혁신’이 화두로 부상, 차기 대선의 향배는 물론 지방선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1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를 합쳐 9만3392표(전체 대비 43.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 나경원 후보(7만9151표, 37.1%)와의 득표율 차이는 6.7%포인트다. 주호영(2만9883표, 14.0%), 조경태(5988표, 2.8%), 홍문표(4721표, 2.2%) 후보가 3, 4, 5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반영 비율이 70%로 높아진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37.4%로 나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일반국민 여론조사의 압도적 승리(58.8%)에 힘입어 당권을 차지했다. 이는 세대교체와 시대 변화 요구에 부응해야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투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여성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호남 출신인 조수진 의원을 비롯해 배현진·김재원·정미경 최고위원(득표순)이 지도부에 입성했고 청년 최고위원은 31세인 김용태 후보가 당선됐다.
 

이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변화를 통해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며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체제가 현실화되면서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과 변화, 미래 이슈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선점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국을 이끌어 갈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민생 경제 문제 등에서 속시원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데다 오는 11월까지 코로나 19 집단면역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여권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경선 연기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예비 경선일이 오는 21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 내에 대선 주자들 간의 통 큰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여권의 내부 갈등 구조만 커질 수 있다.

지역 정치권에도 이준석 대표 바람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서진정책을 통해 호남 껴안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혁신 보수로의 정체성 변화까지 이뤄진다면 내년 대선에서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모지인 호남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준석 바람은 여권의 변방에 머물고 있는 호남 정치권의 분발을 촉진하는 한편, 내년 지방선거에서 젊은 피 영입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한편, 이 대표와 신임 최고위원들은 14일 오전 10시 광주시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 건물붕괴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분향할 예정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