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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창간 75주년·'대전환의 시대']포스트 코로나시대 '언택트 리터러시'

닿지 않아도 닿는 비대면 '천지창조'

 

# 기업 필수 생존전략 '온라인 소통'

전통주 라이브 커머스, 판매량 2.5배↑
인터넷은행 '호황'… 대면 창구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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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수원시 인계동의 연어덮밥 전문점 '올림선'. 휴대폰 카메라를 필두로 방송 마이크와 조명, 짐벌(카메라 수평을 유지하는 장비)이 가게 중앙에 설치됐다. 20대 청년 3명이 그 앞에 섰다.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가 '양조장 2세들이 추천하는 전통주 선물세트'라는 콘셉트로 네이버에서 전통주 라이브 커머스(생방송을 뜻하는 '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e-commerce'의 합성어)에 도전한 것.

임승규(27)씨는 7천여명의 접속자 앞에서 어머니 강진희(48) 술아원 대표가 여주쌀로 만든 한국 전통주 '경성과하주'를 소개했다.

또 다른 전통주 '동몽'을 판매한 정일영(27)씨가 자신을 서울 논현동 칵테일바 사장이라고 소개하자 "다른 나라 술과 전통주 동몽의 차이점이 뭐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날 생방송 중에는 '좋아요'를 의미하는 하트가 화면 오른쪽 하단에서 빠르게 올라왔다. 왼쪽 하단에는 해당 전통주 세트를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삽입돼 방송 후 이틀 동안 5천건의 상품평이 달렸다. 상품 소개와 판매, 평가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이 제품은 평소보다 2.5배 많이 팔렸다.

 

 

올림선 대표 김경태(41)씨는 "이전엔 한 번에 한 명의 고객에게만 상품을 팔았었는데 이제는 비대면으로 수천 명에게 동시에 상품을 소개하고 팔 수 있어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여러 사람이 한 번에 모이는 게 불가능해지며 비대면(Untact) 소통이 기존의 대면 소통을 대체하고 있다.

학교도 회사도 물리적 공간이 아닌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운영되면서 기업은 고객에게 반드시 비대면 창구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BC(Before COVID-19, '코로나 이전'이란 뜻의 신조어)의 온라인 소통이 단순 서비스 차원이었다면 AC(After COVID-19, '코로나 이후'란 뜻의 신조어)에는 기업의 필수 생존 전략으로 등극했다. 이는 단순히 소통 방식의 변화가 아닌 사회 각 부문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이다.

당장 은행 대면 창구부터 사라지고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을 강조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떠오르면서 전통적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 은행은 전에 없던 불황을 맞았다.

지난달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은행 점포수는 모두 4천56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9개 줄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 18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년 전체 순이익(137억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커지는 '디지털 격차' 해결책은 숙제

자본주의 고도화땐 '접속' 새로운 권력
정보취약층·소상공인 접근성 지원 필요


배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가게를 방문해 물건을 살 수 없게 된 고객들은 배송 시간에 더욱 민감해졌다.

기존 배송이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이었다면 이제는 시간 단위 배송으로 바뀌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달 24일 그룹 계열사인 CJ 대한통운의 물류망을 활용해 '쓰리포 배송'을 선보였다. 고객은 휴대폰에서 오후 8시 이전에만 주문 버튼을 누르면 상품을 2~3시간 안에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판촉 또한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른바 '라이브 커머스'다.

비대면 중고차 업체 오토플러스는 지난 4월 프리미엄 중고차 라인 '선택형 리본카'를 런칭하면서 유튜브를 주 판촉 통로로 선택했다. 이 업체는 소속 정비공이 중고차 성능을 점검하는 모습을 콘텐츠화해 자사 유튜브 채널에 주기적으로 노출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달 22일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그랜저IG 3.0과 싼타페 더 프라임 각 1대를 팔았다.

이처럼 비대면 소통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존재감을 공고히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5월 경기연구원의 설문조사(경기연구원,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소비와 골목상권의 생존 전략' 보고서) 결과 온라인 채널 주 이용자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 채널을 더 많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 음식배달앱, 온라인·전화 주문 후 테이크아웃 등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용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 등 정보취약계층 3명 중 1명 가까이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인용)에서 30년 전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 발생했던 '디지털 격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장호진 교수는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 접속(Contact)이 새로운 권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본격적인 언택트 시대엔 정보취약계층이 극빈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관련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라이브 커머스 분야의 지원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마저 "라이브 커머스라는 용어부터 좀 생소하다"(지난 7월2일 '대한민국 동행세일, 가치삽시다' 행사)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월 산시성의 한 마을에서 지역 특산물인 목이버섯 라이브 커머스 촬영 현장을 방문해 격려한 중국 시진핑 주석과 대비되는 행보다. 현장에선 정부와 지자체가 조금 더 발 빠르게 관련 대책을 세워줄 것을 호소한다.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 김석호(41)씨는 "라이브 커머스를 기본적 수준으로만 진행해도 최소 3천만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 전문 인력을 대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