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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별헤는 밤 야간산책

‘코로나19’ 여파 ‘야간관광’ 관심
‘야간관광 100선’ 광주·전남 13곳
빼어난 건축물·특색있는 볼거리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야간관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산업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근래 국내 지자체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를 맞아 다양한 관광객 유치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이젠 해운대 해수욕장처럼 사람이 밀집하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숲길에서 산책하거나 도시의 소소한 일상을 체험하는 ‘착한 여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도시의 야경이나 공연을 여유롭게 즐기는 야간 관광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보자.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지난 2012년 그룹 ‘버스커 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의 노랫말 일부다. 그해 상반기 최대 히트곡으로 떠올랐던 이 노래는 여수를 전국에 알리는 국민가요가 됐다. ‘여수밤바다’의 서정적인 선율에 푹 빠진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를 불렀고, 그들 중 일부는 아예 밤바다를 ‘직관’하기 위해 여수를 찾았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로맨틱한 그곳 도시 야경에 심취한 관광객이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여수는 일약 유명 관광도시로 떠올랐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주부 정선혜(49·광주시 남구 주월동)씨도 올 여름 휴가지로 여수를 택했다. 올 초 모처럼 가족들과 홍콩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워지자 국내 여행지 중에서 여수 밤바다를 보기로 한 것이다. 당일치기로 여수를 다녀온 적은 있지만 아예 야경을 둘러 보기 위해 2박3일로 계획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씨는 “연초에 아이들과 함께 여름방학기간을 이용해 홍콩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게 틀어졌다”면서 “다행히 가족들도 여수의 밤 풍경을 보고 싶어해 뜻깊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수가 야간관광의 명소로 부상하게 된 건 ‘여수밤바다’만의 공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확충된 교통 인프라와 KTX 개통으로 접근성이 높아진 데다, 도시의 정체성을 살린 콘텐츠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사실을 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수의 아름다운 밤을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concept)는 ‘신의 한 수’였다.

 

 

그렇긴 하지만 아직까지 야간관광의 최고 강자는 서울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여수나 부산과 달리 삭막한 도시임에도 빼어난 건축물과 특색 있는 볼거리로 ‘서울의 밤’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야간관광 100선에 덕수궁 돌담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종로구의 북촌 6경 등 23곳이나 선정됐을 정도다.

서울 이외에 두번째로 많은 야간관광 명소들이 선정된 곳은 전남이다. 전통적인 야경 관광의 메카인 부산, 대구를 따돌린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여수의 3곳을 비롯해 장흥의 정남진 장흥 물축제, 신안의 천사대교, 보성의 차밭빛축제, 목포의 갓바위해상보행교, 춤추는 바다분수, 해상케이블카, 담양의 플라타너스 별빛·달빛 길, 곡성의 섬진강 기차마을, 광양의 구봉산전망대 등 13곳이나 된다.

 

 

광주의 경우 ‘빛의 숲’을 콘셉트로 내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광산구의 월봉서원 등 2곳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5년 개관한 ACC는 여름철이면 친환경적인 건축물과 조명이 어우러진 ‘달빛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8시에 열리는 달빛투어는 밤 시간대를 활용해 ACC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해설사와 함께 고해상 복합 멀티미디어 플랫폼인 미디어월, 채광정, 안개분수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광산구가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된 데에는 ‘살롱 드 월봉’이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살롱 드 월봉’의 무대가 된 월봉서원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고봉 기대승(1527~1572)을 기리는 곳이다. 이런 장소성에 주목해 16세기 정자를 짓고 토론했던 조선시대 전통과 18세기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살롱 드 월봉’이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처럼 야간관광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힐링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야간관광(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의 경제적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2월 중순부터 5월초까지 실시한 ‘야간관광실태조사’에 따르면 관광객들을 통한 직접 지출효과는 3조 9000억 원, 생산유발효과는 약 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승용차 11만 대 생산, 스마트폰 398만 개를 생산한 것과 유사한 파급효과와 맞먹는다.

한국관광공사가 포스트 코로나19의 신성장동력으로 야간관광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숙박일수가 늘수록 관광객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많아지고 각종 경제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지난달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지난 6월12일 서울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2020 야간관광 포럼’에선 야간관광의 활성화 방안이 제시됐다.

‘야간관광의 개념과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야간관광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체계적인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야간관광 인지도 제고는 물론 숙박시설 등의 인프라 조성, 공항접점 야간관광 상품개발 및 운영, 지역특화 야간관광 콘텐츠 육성, 여행주간 내 야간관광 테마 홍보, 등 국내관광 활성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사진·광주 광산구·한국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