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돌아오는 곳이다/ 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떠났다가 돌아오고/ 죽어서도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중략) 어제의 집이 있어 오늘의 집이 있듯/오늘의 집이 있어 내일의 집이 있을 것이니/여기 영원히 살아있을 윤이상의 집이 있다/이 집에 20세기 최고의 음악가/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시인 정일근의 ‘이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중에서) 경남 통영시의 도심에 자리한 윤이상 기념관으로 들어서자 입구에 새겨진 시 한편이 눈에 띈다. ‘이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 그의 기념관인 만큼 당연한 말이지만 왠지 가슴 한켠이 먹먹하다. 그도그럴것이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윤이상(1917~1995)이라는 ‘문패’를 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그의 생가터인 도천동 일대에 기념공원이 조성됐지만 이념논란으로 ‘윤이상’ 이라는 이름 석자를 새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1967년 동백림(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하다 특별석방후 독일로 내?기듯 건너가 1995년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거장을 배출한 고향이지만 그의 이름 대신 지명을 딴 ‘도천테마파크’로 지난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7월 5일 세계 주요 2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야간관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산업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근래 국내 지자체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를 맞아 다양한 관광객 유치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이젠 해운대 해수욕장처럼 사람이 밀집하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숲길에서 산책하거나 도시의 소소한 일상을 체험하는 ‘착한 여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도시의 야경이나 공연을 여유롭게 즐기는 야간 관광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보자.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지난 2012년 그룹 ‘버스커 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의 노랫말 일부다. 그해 상반기 최대 히트곡으로 떠올랐던 이 노래는 여수를 전국에 알리는 국민가요가 됐다. ‘여수밤바다’의 서정적인 선율에 푹 빠진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를 불렀고, 그들 중 일부는 아예 밤바다를 ‘직관’하기 위해 여수를 찾았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로맨틱한 그곳 도시 야경에 심취한 관광객이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여수는 일약 유명 관광도시로
지난 18일 경남 김해시 진례면에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조형물들이 눈에 띈다. 얼추 성인 어른 키보다 훨씬 큰 항아리 모양의 도자기들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인적이 드물었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연인이 도자기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바쁘다. 이처럼 김해의 문화 1번지로 불리는 ‘도자기거리’는 한폭의 그림 같다. 자동차를 타고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모던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건물이 반갑게 맞는다. 세계 최초의 도자미술관인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하 클레이아크 미술관)이다.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클레이아크 타워와 메인 건물인 돔 하우스 등이 듬성 듬성 펼쳐져 마치 테마파크에 온 느낌이 든다. 지난 2006년 ‘흙과 건축의 만남’을 모토로 문을 연 클레이아크는 흙을 뜻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Architecture)을 의미하는 아크를 합성했다. 단순히 흙과 건축 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교육, 산업의 협력을 통해 건축도자 분야의 미래를 지향하자는 게 설립 취지다. 미술관은 2만5천평의 부지에 지하 1층 지하 2층 연건평 1천64평 규모로 클레이아크 타워, 2곳의 전시관(돔하우스, 큐빅하우스), 기계실,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세
2019-11-14 배에서 내리자 '소라 부부' 조형물이 반겨 마을 곳곳 어구·폐품 '예술' 아련한 향수를 폐교 활용 '연홍미술관' 다양한 프로그램 산·바다 어우러진 풍경 한폭 동양화 같아 옛시절 황금기 지났지만… 관광으로 활력 지난달 중순, 취재차 찾은 고흥군 신양선착장 주변은 평일인데도 수십 여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연홍도를 둘러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자동차들인 듯했다. 얼마 후 버스 한대가 선착장 입구쪽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고흥군 읍내와 선착장을 오가는 시골버스인데 연홍도 주민들에게는 발과 같은 존재다. '버스가 도착하면 배가 온다'는 한 주민의 귀띔대로 섬에 정박해 있던 배가 선착장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는 정확히 출발시간인 오후 2시30분에 맞춰 관광객들을 태우고 섬으로 향했다. 연홍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방파제에 세워놓은 거대한 흰색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하여 '소라부부'. 소라껍데기 모형의 2개 조형물 옆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바람개비를 돌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상징하는 빨간색 철제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빨강과 초록, 파란색으로 산뜻하게
박물관과 도서관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전북의 부안군은 고려청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박물관으로 수십 여 만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변신중인 가 하면 전주시는 열람실을 없앤 파격적인 컨셉의 ‘책 놀이터’로 도시의 미래를 가꾸고 있다. 전국구 명소로 떠오른 부안 청자박물관과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의 매력을 들여다 본다. 부안 청자박물관 지난해 5월 인구 5만 여 명의 전북 부안군에 귀한 손님들이 찾았다. 독일 EPA 통신 등 국내 주재 외신기자단 20명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부안 내소사 등 역사 현장과 문화명소를 둘러 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특히 이들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든건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부안청자박물관이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충분하다”. 천년의 세월이 빚어낸 고려 청자의 우수성에 매료된 외신기자들은 부안의 자연경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취재를 나선 지난 4일, 부안청자박물관은 ‘코로나 19 사태’로 임시휴관중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방문객들로 북적거릴 박물관 주변은 인적을 찾기가 힘들 만큼 적막했다.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자 선명한 비취색을 자랑하는 찻잔 형태의 대형 건물이 모습
2~3년 전부터 전주와 완주는 문화적 도시재생의 교과서로 불리며 관광도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로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던 전주시는 문 닫은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창작예술단지로 리모델링했는가 하면 완주군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양곡창고를 책과 미술, 공연으로 가득 채운 삼례문화예술촌으로 가꾸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팔복예술공장과 삼례문화예술촌의 현장속으로 들어가본다. ◇전주팔복예술공장 팔복예술공장 입구에 서면 공장의 상징인 25m 높이 굴뚝에 적힌 ‘(株)쏘렉스’라는 빛바랜 글자가 선명하다. 공장 안쪽에는 빨갛고 검은 색상의 철제 구조물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오래전 사용했던 컨테이너 7개를 개조한 구름다리다. 세개의 동으로 이뤄진 팔복 예술공장은 먼저 두개의 공간(A·B동)으로 개관했다. A동은 창작스튜디오·전시장·써니카페가 들어선 예술창작공간, B동은 꿈꾸는 예술놀이터, 이팝나무홀, 다목적 야외광장, 써니 부억 등 교육공간이다. 창작스튜디오에는 현재 10여 명의 작가가 상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A동과 B동은 거대한 붉은색 컨테이너 브릿지로 연결돼 자연스럽게 두 공간을 둘러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