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들이 '충청 민심'에 구애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일찌감치 충청권을 전략적 요충지로 규정하며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정치 지형 속에서 충청의 선택이 다시금 정국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19일 충청권 순회 경선에 앞서 지역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공약을 조율하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권역별 순회경선을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권부터 시작하는 만큼, 이번 일정은 단순한 유세를 넘어 방향성과 메시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1일 경선 캠프 인선 발표 때도 '충청 연고'를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괄본부장을 맡은 강훈식 의원(3선, 충남 아산을)을 "저의 처가 동네인 충청의 인물"이라고 소개했으며, 공보단장으로 합류한 박수현 의원(재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향해서도 "역시 충청 분"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다른 구성원들에 대해선 별도의 지역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고향이 충북 충주라는 점을 염두에 둔, 이른바 '충청 사위론'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에서 '충청의 아들'을 자처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표심을 내줬던 경험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향후 민주당의 본격적인 '중원 승부'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 지사는 그동안 충청권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내며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펴왔다. 여기에 '세종 행정수도 완성' 의제를 주도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정책 비전이 더해질 경우 민주당의 경선이 충청권을 둘러싼 '3인 3색' 구도로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도 충청권 공략에 뒤처질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충청 민심 선점이 차기 대선 주도권 경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장 발 빠르게 충청 공략전에 뛰어든 주자는 이철우 경북지사다. 이 지사는 이날 충남도를 찾아 공공기관 제2차 지방 이전, 세종 국회의사당 조기 착공,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 한국형 실리콘밸리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 아산 경찰병원과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등 주요 현안을 일일이 짚으며 "충청권은 대한민국의 허리이자 미래 성장의 관문이다. 대통령이 되면 지역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 가장 먼저 반영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부친의 고향이 충북 영동인 나경원 의원도 '충북의 딸'을 자처하며 충청권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 의원은 이날 대선 경선 캠프 총괄상황실장으로 강승규 의원(재선, 충남 홍성·예산)을 임명했고, 오는 17일에는 국회에서 충청권 언론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역에선 대권 주자들의 행보에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제는 말뿐인 구애가 아니라, 누가 지역 발전을 위한 구체적 비전과 실행력을 갖췄는지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