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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단독] '33.75㎡의 기적'…추락 여중생 살린 소방 에어매트

100여m 아파트서 추락 여중생, 33.75㎡ 소방 에어매트 덕에 목숨 건져
추락 A양, 갈비뼈 2개 골절상…대구소방본부장 "기적이 일어난 것"

 

대구 수성구 100여 m 높이 고층 아파트에서 추락한 10대 여중생이 면적 33.75㎡ 규모 에어매트에 정확히 떨어져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재빠른 대응, 비교적 느렸던 바람 등이 구조를 도왔다.

 

29일 경찰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27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50여 층 아파트 고층에 살던 A(15) 양이 가족과 말다툼한 뒤 경찰에 전화해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방당국에 추락 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 마련을 요청한 뒤 5분 여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출동 당시 A양은 지상 100여 m 위 자신의 집 창문 난간에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A양의 위치로부터 수직 아래에 있던 아파트 로비 지붕 위에다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를 설치했다. A양은 신고 2시간 만인 오후 7시 25분쯤 끝내 추락했다.

 

기적적으로 에어매트 위에 떨어진 A양은 구급대원 등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A양은 오른쪽 갈비뼈 2개를 다치는 골절상을 입는 데 그쳤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목숨을 구한 데는 경찰과 소방당국의 발빠른 대처와 비교적 약했던 바람이 한몫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A양의 추락 지점을 정확히 예상해 적절한 위치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대구 소방당국이 보유한 에어매트는 두 종류다. 건물 5층 이하 높이에 대응하는 소형 에어매트(가로 3m, 세로 1m, 높이 1~1.5m) 61개, 10층 이하 높이에 대응하는 중형 에어매트(가로 4.5m, 세로 7.5m, 높이 3m) 21개 등 모두 82개가 있다.

 

모두 초고층 아파트 추락 사고에 쓸 만큼 면적이 넉넉치는 않은 수준이다. 소방 관계자는 "A양 추락 위치에서 에어매트를 내려다봤을 때는 에어매트가 빨갛고 작은 점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락 당시 대구에선 순간풍속 4m/s, 평균풍속 3.1m/s의 약한 바람이 불었다. 이는 나무의 잎사귀나 잔가지가 흔들리는 수준이다. 아파트 구조도 ㄱ자로 꺾여 바람 저항이 적은 편이었다.

 

그런 만큼 소방당국은 A양이 추락하더라도 바람 저항을 크게 받거나 매트 밖에 착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창문 수직 아래에 있던 아파트 로비 지붕 위에 에어매트를 펼쳐 설치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로비 아래쪽 측면에도 소형 에어매트를 추가 설치했다.

 

 

소방당국이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추락에 대비하는 동안 경찰도 A양 마음을 돌리려 설득에 힘썼다. 에어매트에 공기를 충분히 넣는 데 드는 시간은 5분가량으로, 설치 전 추락한다면 목숨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말 그대로 '기적적 결과'라며, 고층 건물일 수록 추락 사고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관련 설비를 확충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행법 상 10층 이상 건물에서의 추락 사고에 대응할 대규모 에어매트를 확충해야 한다는 등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형 매트만 마련한다고 추락 사고를 방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고층 건물 경우 좌우 미닫이 창문 대신 소폭만 열리는 창문을 설치토록 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도 돌이켜 생각하게 해 줄 경고문·안전문구 등을 의무 부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구성원의 우울감, 답답함을 알아채고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 대화나 상담 시간을 수시로 마련하고 불의의 사고를 줄일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지만 대구소방안전본부 본부장은 "피어나는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