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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르포] 안동 산불 대피 마을 가보니…주민들 "참담한 심정"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입니다."

 

26일 오전 산불이 사흘 동안 휩쓸고 간 경북 안동시 풍천면과 남후면 일대를 둘러봤다. 큰불은 잡힌 상태였지만 수많은 소방장비와 인력은 여전히 현장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인근 낙동강에서 물탱크를 채운 헬기들은 피어오르는 연기를 찾아 물을 연신 퍼부었고, 소방관들은 곳곳에서 민가까지 내려온 잔불을 진압하고 있었다.

 

새까맣게 탄 나무들을 따라가니 화마에 뒤덮여 전소된 집이 보였다. 다시 번진 산불로 인해 대피령이 내려진 마을 중 한 곳이다. 집주인 우용기(74·남후면) 씨는 무엇인가를 찾으며 긴 꼬챙이로 잿더미를 헤집고 있었다.

 

그는 "어제(25일) 오후 안동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중 '집이 불에 다 타게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대피가 해제되고 돌아왔더니 내가 나고 자란 집이 모두 타고 없어졌다"고 허망해 했다.

 

 

 

화마가 집앞까지 닥쳤던 인근 마을 역시 지난 밤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대피령이 풀려 복귀한 주민들이 모이면서 마을은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한자리에 모인 주민들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서로 안부를 챙기거나 현장에 남은 소방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마을 상황은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 집들이 산과 인접해 있어 집과 1~2m도 되지 않는 곳까지 불길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마을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마을 전체 10가구 중 1가구의 집 일부가 불에 탔다.

 

 

취재 중 마을을 지키려 소방관들을 도와 직접 화재 진압에 나선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주민 권순익(48) 씨는 "마을 어르신 대부분은 안내에 따라 대피한 상태였고 불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까지 번져 있었다"며 "아내와 함께 마을에 남아 소방호스를 옮겨 주거나 마당에 있는 수도를 연결해 집에 물을 뿌렸다. 산에 올라가 함께 불을 끄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24일 오후 3시 39분쯤 안동 풍천면 인금리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이 이튿날 재발화하면서 인근 마을주민 1천270여 명이 대피했다. 사흘 동안 이어진 불로 주택 4채, 창고 3동, 축사 3동, 비닐하우스 4동 등이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