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번만 올라가게 해주세요.”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 첫날인 1일 백록담 정상 탐방이 가능한 성판악 코스 곳곳에서는 시범 운영에 따른 갖가지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성판악 매표소 앞에서는 미처 탐방예약제 소식을 듣지 못한 등반객들이 입산을 허용해 달라고 관리사무소 측에 항의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친목 도모 차 이곳을 찾았다는 관광객 김윤선씨(64·부산)는 “친구 7명과 오늘 첫 비행기로 제주에 와서 택시비까지 들여 힘들게 왔는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산이 불가능하다고 해 황당하다”며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지조차 몰랐는데 홍보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 친구들과 생애 마지막 산행의 추억을 남기려고 왔는데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A씨는 “한라산 정상 설경이 절정이라고 해서 오늘 아침 일찍 왔다”며 “예약제가 시행되는 지도 몰랐고, 다른 코스로 당장 이동 가능한 교통 편도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 첫날인 1일 성판악 코스 매표소 앞에서 미처 예약을 못한 등반객들이 입산을 허용해 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 첫날인 1일 성판악 코스 등반객 휴게실에서 예약을 하지 못한 등반객들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예약을 못한 일부 탐방객은 “몇 사람 그냥 올라가게 해줘도 한라산이 망가지지는 않는다”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탐방예약제 시행 사실을 모르고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예약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40명이 넘었다.
탐방로 입구에서는 예약자 휴대전화로 일괄 전송된 QR코드가 한동안 인식되지 않으면서 등반객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 첫날인 1일 성판악 코스 일대 5·16도로 갓길에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던 5·16도로 성판악 일대 갓길 주차는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탐방예약제 시행이 맞물려 평소보다는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예약 없이 온 방문객들에 대해서는 예약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어리목, 영실, 돈내코 등 다른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며 “탐방예약제 첫 시행으로 인한 불편, 민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시범 운영되는 만큼 개선할 점을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일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예약을 못한 등반객들이 어리목과 영실 등 다른 코스에 몰리면서 해당 코스 일대 도로 양옆이 불법 주차된 차들로 몸살을 앓는 풍선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한라산 어리목 코스 인근 1100도로 양옆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사진=독자 제공
하지만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예약을 못한 등반객들이 어리목과 영실 등 다른 코스에 몰리면서 해당 코스 일대 도로가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몸살을 앓는 풍선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이날 1100도로 어리목~영실 입구 일대 양옆으로 약 1~2㎞에 걸쳐 차량 수백대가 불법 주차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갓길조차 없는 이곳 왕복 2차로 양옆에 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차량 2대가 교차해 지나기 힘들 정도로 도로 폭이 좁아져 도민과 관광객들이 각종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노형동 주민 남모씨(30)는 “1100도로 양옆으로 이렇게 많은 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폭이 큰 버스의 경우 맞은 편에서 차량이 오면 지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자치경찰들은 계속 입구만 지키고 있다. 주차장을 넓히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부터 한라산 정상을 등반할 수 있는 성판악 코스는 하루 1000명, 관음사 코스는 하루 500명 등 1500명으로 등반객을 제한하고 있다. 적정 수준의 수용력을 초과하면서 한라산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오전 10시 기준 성판악 코스는 이달 마지막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말은 현재 모두 예약이 가득 찬 상태고, 관음사 코스는 이달 둘째 주 주말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예약은 탐방 월 기준 전월 1일부터 가능하다. 단체는 1인이 10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제주도는 노약자나 외국인 등 사전에 예약하지 못한 정보 취약계층을 배려해 탐방 당일 잔여 예약 인원 범위 안에서 대기자 전용 QR코드를 발권하고 있지만, 현장에 가더라도 취소하는 예약자가 없으면 탐방이 불가능하다.
제주도는 사전 예약과 인원 제한을 통해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의 등반 인원을 20% 이상 줄이고, 일부 등반객을 다른 탐방 코스로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12월까지 탐방예약제를 시범 운영하고, 사전 예약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출처 : 제주新보(http://www.jeju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