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푹푹 찌는 한낮의 더위로 외출하기가 선뜻 쉽지 않아졌다. 그늘을 찾아 가더라도 높은 습도로 인해 불쾌지수는 한없이 높아지고, 한밤 중에도 에어컨 없이는 잠을 잘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35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해수욕장도 좋고 실내 워터파크도 좋은 선택이지만, 산첩첩 물겹겹 수려한 자연 속 또한 더위를 날리기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올 여름 집에만 있기 갑갑하다면, 뻔한 피서지가 지겹다면 '오면 10년이 젊어지는' 양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생태자원의 보고(寶庫) 두타연=양구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이자 양구 9경 중 하나인 두타연(3경)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방에 자리 잡고 있다. 유수량은 많지 않지만, 주위의 산세가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오염되지 않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되는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또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이 두타연 곳곳에서 먹이를 먹거나 산책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생태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1,000년 전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데에서 연유한 이름이며, 휴전 이후 50여 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도로변에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숲과 생태계
무대와 객석 사이 고작 몇 걸음, 배우의 숨결이 들리고 눈빛 하나로 감정이 전해지는 거리. 대극장에선 느낄 수 없는 밀도 높은 경험이 소극장이 주는 연극의 감동이다. 광주의 여름, 특별한 공간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1일 막을 올리는 ‘2025 제28회 광주소극장축제’가 이달 말까지 펼쳐져 연극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번 축제는 한 달간 기분좋은극장, 공연일번지, 예술극장 통, 지니아트홀 등 광주 7개 소극장에서 이어진다. 주제는 ‘작은 공간, 큰 감동’. 연극, 창작극, 오페라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8편이 무대를 채운다. 개막작은 ㈜플레이팩토리의 ‘흉터’. 기분좋은극장에서 1일부터 한 달간 장기공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대학 시절 비극적인 사고를 되짚기 위해 다시 산을 찾은 두 남자,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미스터리한 산장. 서늘한 공포와 인간 내면의 죄책감을 담은 이 작품은 심리극의 긴장감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석봉준 극본·연출) 예린소극장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20세기 명작을 만나볼 수 있다. 극단 예린의 ‘오발탄’은 이범선의 동명 단편소설을 낭독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한국전쟁 이후 피폐한 현실과 인간 군상을 날카롭게 그려
의령군이 주최하고 월드뮤직밴드 제나가 주관하는 ‘GENA 음악 콘서트 - 시간여행’이 1일 오후 7시 30분 의령군민문화회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지역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해 도내 공공 공연장과 공연예술단체가 협업을 맺은 ‘2025 경남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월드뮤직밴드 제나는 상주 협약을 맺은 의령군민문화회관에서 무대를 열어 지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넓힌다. 밴드 ‘제나(GENA)’는 국악기인 아쟁·해금과 탱고 악기인 반도네온(아코디언의 일종), 피아노·바이올린·드럼·베이스 등을 활용해 한국 전통 음악과 탱고, 재즈가 융합된 독창적인 음악을 연주한다. 정보경 영화감독이 기획과 연출을 맡은 이번 연주회는 시간여행자 ‘초심’이 우연히 발견한 할아버지의 회중시계를 만지다 과거와 미래로 가는 문을 열게 됐다는 짧은 극으로 막을 연다. 시간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제나가 선사하는 ‘La 칠채’·‘라쿰파르시스타’·‘배사매무초’·‘제주연가’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들을 만날 수 있다. 경기민요 전수자인 소리꾼 윤세연과 배우 김건호, 국악 타악기 연주자 박상아와 탱고댄서 이브(윤소미)도 특별 출연으로 무대를 함께 빛낼 예정이다. 전석
아이가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감정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놀이 치료’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좋은강안병원 발달의학센터(이하 센터)는 아동의 언어이자 생활의 일부인 놀이를 활용한 ‘놀이심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정서·사회성 발달 및 인지 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표현하고 기억력 등을 발달시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정서적인 문제로 공격성을 보이거나 또래와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은 아동은 언어만으로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 적절한 시기에 개입하지 않으면 학교생활 부적응이나 또래 관계와의 단절 등 2차적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좋은강안병원 재활의학과 이상진 과장은 “놀이심리 프로그램은 단순한 유희 활동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 사회성, 인지 기능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접근 방식”이라고 밝혔다. 놀이심리 프로그램은 아동의 정서 상태, 사회적 관계, 자존감 등의 사회정서적 특성과 아동의 사물 관찰력이나 집중력, 기억력, 언어 표현력 등의 인지적 특성을 전반적으로 살핀다. 놀이
제주조각가협회 기획전 ‘불현듯 찾아와, 스치듯 사라지는’이 8월 2일부터 7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전례 없는 복합위기 속에서 인류가 마주한 상실, 고립,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과 연대를 조각이라는 매체로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제주조각가협회 관계자는 “오늘의 조각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감정과 무너지는 가치를 다시 불러오는 언어”라며 “이 전시는 단절과 폭력의 시대에 사랑과 평화를 회복하려는 예술가들의 간절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제주와 국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주조각가협회 소속 작가 40여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전쟁, 기후위기,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으로 요동치는 현실 속에서 마주한 인간 내면의 불안과 희망을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작품들은 ‘불현듯 찾아와, 스치듯 사라지는’ 감정의 파편을 붙잡아, 관객들로 하여금 사라지는 것을 응시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특히 전시는 제주라는 장소성에 주목한다. 중앙과 주변,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 서 있는 제주라는 공간에서의 조각은 균형과 긴장의 은유로 작용하며, 지역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환기한다. 전시를
갤러리제이원(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60)이 오는 4일부터 16일까지 권순창 작가의 개인전 '앨범(Album)'을 선보인다. 작가는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고 피하려 애쓰는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오히려 불안의 순간을 기록하고, 그로부터 실마리를 얻어 점토로 형태를 빚어낸다. 그리고 그 입체 작업은 다시 캔버스 위로 옮겨지며 불안이 응고된 찰나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그림을 통해 내부로부터 오는 불안을 스스로 다룬다"며 "날 것의 감정으로 정제되지 않은 채 휘갈겨진 선들은, 오히려 일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게워내듯 빠르게 쏟아진 낙서들과 다르게 점토로 빚는 과정은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그 긴 시간, 나는 형태를 갖춰나가는 낙서의 의미를 곱씹고 그 감정의 잔재를 더듬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스', 'Mary Jane I·II', 'Lupa'를 포함한 20여 점의 회화·조형 연작을 볼 수 있다. 갤러리제이원 관계자는 "붉은 색면 위 떠오르는 백색 형상과 매끈한 점토 표면에 남은 손끝의 요철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여백은, 관람객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자리로 이끌 것"이라며 "흔들리지만 멈추지 않고, 불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건 호수에 던져진 돌이 아니야. 지금 이 순간 일렁이는 물결의 패턴이야.” 지난해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손보미 작가가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를 출간했다. 이상문학상과 대산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손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현실화된 근미래, 철저하게 등급화된 도시를 배경으로 윤리적 딜레마와 권력과 진실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탐색한다. 소설은 여아 납치 사건을 수사하던 여성 경찰이 무고한 용의자의 거짓 자백을 받아냈으나 진범이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비극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죄책감과 상사의 압박 속에 휴직한 주인공은 불면을 견디다 못해 구도심을 거닐다 화장실 파괴범과 여성 노숙자들이 대치한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다. 본능적으로 개입한 주인공은 중상을 입는다. 그리고 이 사건은 곧 시장이 원하는 ‘기억 교정술’의 첫 시험대상이자 대중 여론의 도구로 전환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게 아니야. 그건 나를 희생하는 거야.” 소설은 기억과 기술, 권력의 결합이 어떻게 한 개인의 정체성을 흔드는지 날카롭게 바라보며, 여성이 겪는 트라우마와 신체의 통제 불가능성, 사회적 고립 등을 조명
지역에서 연기자의 길을 걸으며 영화 출연 기회를 얻는 건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충무로로 상징되는 서울에서 멀수록 오디션도 멀기만 한 현실이다.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조차 그렇다. 제대로 된 캐스팅 정보를 제때 얻기 힘든 데다가 담당자를 만날 기회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배우만 그런 게 아니라 영화제작 현장에 필요한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는 수단으로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요란하진 않아도 의미가 적지도 않은 ‘움직임’이다. ∎부산영상위 ‘셀프테이프’ 제작 지원 부산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는 최근 부산지역 배우들의 연기 모습을 담은 셀프테이프(self-tape) 영상을 공개했다. 각자 개성을 살린 배우들의 자유연기 영상은 자신들이 직접 영화 캐스팅 담당자나 제작팀에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수 있게 실용성과 완성도를 갖췄다. 영상을 촬영한 이들은 지난해 영상위에서 시행한 ‘셀프테이프 콘테스트’에서 선발된 14명이다. 전체 지원자 35명 중 온라인 투표와 내부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 이들로, 지역 극단 등에서 꾸준히 연기를 하며 스크린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려는 지망생들이기도 하다. 일종의 영상 프로필인 셀프테이프는 각각 1~4
경남 김해시 구지봉 자락에 자리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 신화의 숨결이 깃든 땅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축물이다. 박물관은 고(故) 장세양 건축가가 1991년에 설계해 1998년 완공한 건축물로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의 철학을 계승한 작품이다. 박물관은 2021년부터 상설전시실 전면 리모델링을 시작해 2022년 2층 재개관에 이어, 지난해 1월 23일 1층까지 새롭게 단장하며 ‘세계유산 가야’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최신 가야 문화 연구 성과와 발굴 자료를 반영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철의 왕국’, 땅과 대화를 시작하다 국립김해박물관의 건축 언어는 ‘철의 왕국’ 가야의 정체성을 향한다. 건물을 감싼 검은색 벽돌은 철광석과 숯을 형상화한 듯하며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질감을 통해 가야의 제철 기술과 철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녹의 옷을 입는 철판은 제련되는 쇠의 변화를 보여주며 가야 문화의 상징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건물 전체는 원형으로 설계되었는데 이는 동양의 전통 사상인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
한 여름 정점에 선 이즈음, 대전의 문화예술 무대는 더위에 지친 일상에 신선한 숨을 불어넣는다. 국악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개량 피리의 무대부터, 시대의 흔적을 오롯이 담아낸 첼로의 멜로디, 차이콥스키가 전하는 숙명의 선율. 실험과 형식의 경계를 허문 연극 축제까지,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네 개의 공연은 관객의 오감과 사고를 동시에 자극한다. 다채로운 무대들은 시민들의 감성을 일깨우고, 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름, 감각과 사유를 자극할 네 개의 예술 무대를 소개한다. ◇ 국악의 변주, 피리로 엮어낸 여름 아침의 선율 이달 30일 오전 11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선 기획시리즈 K-브런치콘서트 '우·아·한(우리의 아침을 여는 한국음악)'의 전반기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 여행의 주인공은 피리 연주자 이영훈이다. 장새납과 대피리 등 개량 악기 연주에 독보적 존재감을 가진 이영훈은 전통 피리 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국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선 재즈피아니스트 송지훈, 타악 수석인 이승호, 더블베이스의 최규원이 함께해 이색적인 앙상블을 구성한다. 프로그램은 민족적 서정이 담긴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