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구제대책으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체류자격을 얻어도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문턱은 여전히 높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부모를 둔 제시(19)는 지난 2022년 체류자격을 얻은 후에야 ‘경기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동두천시에서 열리는 육상대회(200·800m)에서 내리 1등을 해 ‘도대회’ 참가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미등록 상태에선 서류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제시에게 법무부의 한시적 체류자격 부여 제도는 꿈을 밀고 나가 볼 기회였다. 체류자격이 생긴 후 파주시의 다른 학교 축구부와 벌이는 주말리그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고민이 깊다.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축구팀이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데, 기존의 임시체류자격 비자(D-4)를 대학 입학을 위한 유학비자(D-2)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재정능력(약 2천만원)을 통장 잔고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나보니 한국이었고 지금까지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을 한국인처럼 했다”며 “그냥 나의 나라처럼 여기서 계속 지내고 싶은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랜 기간 살아온 이주 아동들이 대
광주에서 처음으로 서양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양림동은 근대문화의 보물창고다. 기독교문화유적, 전통한옥, 근현대 건축물이 어우러진 이 곳은 마을 전체가 커다란 건축역사박물관이기도 하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여러 건축물에서는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정년이’ 등 많은 작품이 촬영됐다. 특히 이국적인 풍광의 건물과 400년 역사를 품은 호랑가시나무, 수령을 가늠하기 어려운 웅장한 고목과 매화, 수선화, 철쭉 등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양림동산 인근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광주건축가협회는 광주시 남구와 함께 지속적으로 ‘건축가와 함께 하는 양림 건축 기행’을 개최, 양림동을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해 왔다. 양림동 근대 건축물 기행의 중심은 기독교 관련 건축물로, 대부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산책하듯 즐기면 된다. 1904년 미국 남장로교 소속 선교사인 유진벨(한국명 배유지), 오웬(오기원) 목사 부부가 황량한 양림산에 광주 선교부를 세우고 그해 12월 첫 예배를 드리며 광주 선교역사가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학교, 병원, 사택 등 다양한 근대 건축물이 들어섰다. ◇오웬 기념각=기독간호대학 안에 위치한 오웬
3·1절 연휴 강원도에서 최대 50㎝ 이상 폭설이 내리면서 안전사고가 속출했다. 강원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며 인명·재산피해 예방에 나섰다. 특히 4일 각급 학교의 개학식과 입학식이 열리는 점을 감안해 교통혼잡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제설·제빙작업을 각 지자체에 당부했다. ■고성 향로봉 적설량 50㎝=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시부터 3일 오전 10시까지 고성 향로봉 50.0㎝, 인제 미시령 44.1㎝, 펑창 진부령 35㎝, 홍천 구룡령 31.3㎝, 속초 설악동 30.1㎝, 평창 대관령 25㎝ 등의 눈이 내렸다. 해안에는 고성 간성 20.6㎝, 속초 18.7㎝, 강릉 18.3㎝ 등의 눈이 쌓였고, 내륙에서는 화천 21.9㎝, 양구 19.9㎝, 철원 12.7㎝ 등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강원지역 대설특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을 기준으로 모두 해제됐다. 폭설로 설악산, 치악산, 태백산 등 도내 국립공원 70곳의 탐방이 전면 통제됐으며 동해안 해안도로 5곳도 통행이 제한됐다. ■가뭄에 단비=이번 대설은 심각한 겨울가뭄으로 애태우던 영동지역에는 '단비'가 됐다. 이번 겨울 영동 도심지역에 눈다운 눈이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릉, 속초
‘미등록 이주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의 이유로 체류 자격이 없는 이들을 말한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조건부로 체류자격을 주는 ‘한시적 구제대책’이 지난 2021년 시행됐다. 자격 유무 여부는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일 뿐 아이에겐 죄가 없기 때문이다. 덕택에 한국에서 안심하며 교육받고 거주할 수 있었던 미등록 이주아동들이지만, 이제 그마저도 옛말이 된다. 이달부로 구제대책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자국·자국민 우선주의가 광풍이 된 시대에 가장 연약한 이주민인 ‘자국없는 아이들’을 만나 한국사회가 내놓아야 할 대책을 살펴본다. 우진(12·오산·가명)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교생이 함께 떠난 소풍을 홀로 가지 못했다. 당시 우진의 엄마 미샤(36·네팔·가명)는 “나는 왜 갈 수 없는 거야”란 아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엄마인 본인이 미등록 이주민이 된 이유부터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우진의 질문에 미샤가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순간은 점점 많아졌다
‘여기가 빵의 천국!’ 빵돌가마마을 흥타령의 고장 충남 천안은 예로부터 삼남의 분기점이었다. 현재도 KTX, SRT, 국·전철과 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 요충지다. 편리한 교통여건으로 사람과 물자, 돈이 젖과 꿀처럼 흐르는 천안에는 삼남은 물론 수도권까지 전국을 호령하는 빵테마파크가 있다. 천안시 동남구 구룡동 경부선 철로변 언덕에 자리한 ‘뚜쥬루 빵돌가마 마을’이다. 뚜쥬루 빵돌가마 마을은 국내 최초로 빵돌가마에서 빵을 굽는 마을이다. ■전국 최대 빵테마파크=2만9,700여㎡에 달하는 빵돌가마 마을은 단일 빵테마파크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빵돌가마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독특한 외관의 빵전문관이 이곳이 빵지 순례객들의 성지임을 조용히 웅변한다. 빵전문관에는 2013년 도입한 국내 최초의 빵돌가마 1호가 있다. 1호 빵돌가마는 스페인 화산석을 이용해 외국의 전문업체가 시공했다. 전용 빵돌가마 보유는 빵돌가마 마을이 국내 최초다. 빵전문관에서는 빵돌가마에서 구운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풍미 가득한 빵들과 갓 구워낸 신선하고 다양한 빵을 즐길 수 있다. 빵전문관의 인기 제품은 돌가마 만주와 거북이빵이다. 돌가마 만주는 직접 끓인 천안팥과 돌가마로 구워 풍미가 살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시도를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14일 오전 정 실장은 호소문을 통해 "경찰과 공수처, 국가수사본부가 공성전 채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언제든 성벽을 허물고, 한남동 관저에 고립돼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려고 한다"라며 "내일이 디데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공수처는 마약범죄 수사대원들까지 동원한다"며 "경호처 병력의 네다섯 배가 넘는 경찰 병력을 동원해서 경호처의 경호 경비를 무력화시키겠다"고 전했다. 또 "직무가 중지되었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전날 발언을 인용하며 충돌을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만일 국가기관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된다며 모든 법
2016년 이후 9년만에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 겨울 감염병 확산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심각하다. 강원지역에서도 한달 사이 독감 의심 환자 수가 40배 가량 폭증하자 방역당국이 집중점검에 나섰다. 13일 찾은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와 감염내과 대기석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신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독감 환자들로 가득찼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여성 A씨는 “독감 감염이 걱정돼 평소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회사 동료로부터 전염된 것 같다”며 “열이 39도까지 치솟고 두통과 오한이 심한데 환자 대기 줄이 좀처럼 줄지 않아 1시간 넘게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아침 한림대병원 앞 교차로는 진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차량들로 인해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강원대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월 첫째주 평일(지난 6~9일)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는 102명으로 지난해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원주시 무실동의 B내과도 독감 환자로 북적였다. 이날 하루 병원을 찾은 41명의 환자 중 33명이 독감 환자였다. 강원특별자치도감염병관리지원단이 도내 1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표본 감시를 실시한 결과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기후보험’ 사업이 올해부터 도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생활에서 체감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도적 정책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보장 악용 등 보험업계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그대로 발현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3월부터 도비 34억원을 투입한 ‘경기 기후보험’이 시행된다. 사업은 이달 안에 공개 입찰되는 민간 보험사에 홍보비 제외 32억8천만원을 도가 지급하면 보험사가 자체 심사·관리를 통해 계약에 정해진 보장 내용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후보험 대상은 별도의 보험료나 절차 없이 자동 가입이며 전 도민의 경우 4가지 보장, 기후취약계층은 총 10가지 보장항목이 적용된다. → 표 참조 감염병 진단의 경우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쯔쯔가무시, 라임병, 말라리아, 일본뇌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비브리오패혈증 등 8종만 적용된다. 시군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자인 기후취약 계층은 주로 만성질환 노인과 저소득층 등이 포함돼 있으며 도내 16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기후변화에 물적·인적 피해가 커지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로컬라이저’를 비롯해 개선조치가 필요한 시설이 광주·여수 공항 등 전국 7개 공항에서도 확인됐다. 정부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안전구역 밖에서 설치돼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도 개선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뒤늦게 전국 15개 공항의 활주로와 터미널 등 주요시설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하기로 해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전국 13개 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LLZ) 등 항행안전시설의 위치, 재질 등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13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32개와 활공각 제공 시설(GP), 거리측정 장치(DME) 51개, 전방향 표지(VOR) 17개소에 대한 현장 점검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서 무안공항은 별도 조사가 진행되고 군산공항은 미군이 관리하고 있어 제외됐다. 조사 결과 총 7개 공항에서 항공기와 충돌 시 쉽게 부서지지 않아 피해를 키울 것으로 우려되는 로컬라이저 시설이 발견됐다.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에는 각 1개씩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확인됐고, 김해
24평 이상의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국비 보조금 비율이 삭감되는 탓에 부산 임대주택 대부분이 ‘투룸’에 가까운 소형으로 건립되고 있다. 부산시는 임대주택에서 두 자녀 이상을 출생하면 평생 무료로 거주하도록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실상은 신혼부부가 살기에도 좁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13일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이 60㎡를 넘어가면 정부가 임대주택 건립에 국비로 보조하는 지원금이 줄어든다. 임대주택을 지을 때 투입되는 국비 지원금은 재정지원금과 주택도시기금 융자 등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재정지원금의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일 때 전체 비용의 39%를 지원하지만 60㎡를 초과하면 33%로 약 6%포인트(P) 지원 비율이 줄어든다. 주택도시기금 융자 역시 60㎡ 이하라면 41%를 지급하지만, 60㎡가 넘을 경우 33%로 8%P가 감소한다. 더 큰 평형을 지을수록 지원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은 건립할 때마다 적자가 불가피하기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국비를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지원금 기준이 이렇다보니 전용 60㎡가 넘는 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은 사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