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되는 순간 233개의 형사처벌 조항에 노출되는 나라, 이게 말이 됩니까.”
창원에서 금속부품 회사를 운영 중인 A 대표는 책상 위에 쌓인 법전 더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요즘은 근로감독을 받으면 ‘형사처벌 가능’ 문구가 적힌 고지서를 받는 게 흔한 일”이라며 “임금체불이나 산재 은폐 같은 중대 위반도 아닌데 단순 서류 미비도 형사사건처럼 취급된다. 기업 하는 게 겁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발표한 ‘고용·노동 관련 법률상 기업 형벌규정 현황 및 개선방향’에 따르면 고용안정·고용차별금지·근로기준·노사관계·산업안전보건 등 5개 분야 25개 법률에 총 357개의 형사처벌 조항이 있다. 이 가운데 사업주를 직접 수규자(규칙 준수 대상)로 삼은 조항은 233개(65.3%)에 달한다.

사장이 되는 순간 곧바로 233개 조항에서 형사처벌 리스크를 떠안는 셈이다. 사업주들은 “예방보다 처벌이 먼저 오는 구조가 기업을 위축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의 체감은 더 무겁다. 도내 한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 인사담당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 바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문구가 나온다”며 “근로 시간, 휴게시간, 서면합의 하나라도 틀리면 바로 범죄자가 된다”고 말했다.
법률별로 보면 산업안전보건법이 82개로 가장 많고, 근로기준법 72개, 노조법 31개 순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은 72개 중 68개(94.4%)가 사업주 대상 조항이다.
징역형 규정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체 357개 조항 중 268개(75.1%)가 징역 규정을 담고 있다.
도내 경제단체 관계자는 “분쟁 여지가 있는 사안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되니 기업이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며 “결국 이런 부담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형사처벌 중심 규제는 불필요한 전과자를 양산하고, 투자·고용 결정을 위축시킨다”며 “행정제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주장이 노동자 보호 장치를 약화시키려는 반노동적 요구라고 반발했다. 안혜린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정책국장은 “현재 형사처벌 규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마련된 것”이라면서 “중대재해·임금체불·차별 시정 등 핵심 의무를 행정제재로만 전환하는 것은 노동현장의 위험을 더욱 키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법 위반이 없으면 처벌도 없다. 정부는 노동자 보호 강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관련 법제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