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원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명모(31)씨. 기쁨은 찰나, 지금 그를 에워싼 건 불안감이다. 분양가(5억3천만원)의 10%인 계약금 5천300만원을 가까스로 치르고 난 뒤 통장 잔액은 30만원. 내년 1월 입주에 앞서 중도금과 잔금까지 치러야 하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그는 예비 배우자와 결혼 전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 17대 1 경쟁 뚫고 청약당첨 됐지만 중도·잔금 감당안돼 조기 혼인신고 명씨는 "당첨지가 투기과열지구인 탓에 온갖 대출을 끌어모아도 1억5천만원가량은 따로 갚아야 하는데 내 소득만으로는 더 이상의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 하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대판 속도위반'이라고 명씨는 얘기했다. 김모(34)씨는 지난해 5월 고양시 백석동의 한 아파트(75㎡)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집값이 치솟자 '지금이 아니면 평생 집을 구매할 수 없겠다'는 걱정에 통 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8개월 뒤인 지금, 김씨의 심경은 복잡하다. 보금자리론 원리금 상환액 70만원, 은행권 대출 등의 이자 35만원, 청약저축을 담보로 한 대출 이자 5만원 등 매달 김씨의 계좌에서 세후 월급
11일 오후 안산시민시장. 시장 입구 좌우로 펼쳐진 상점가는 마치 '공동 휴업'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문 닫은 상점들이 쉽게 눈에 띄었고 시민들의 발길은 보이지 않아 적막감만 감돌았다. 25년 전 410개의 점포로 개장해 한때는 성남 모란시장보다도 북적였던 과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채, 지금은 '유령 시장'이 됐다. 현재 시민시장 상인은 205명. 지난 2020년에는 227명, 지난해에는 217명이었는데 최근에 또 줄었다. 매년 평균 10명씩은 상인들이 떠나고 있다. 안산시민시장, 문닫은 상점 즐비 해마다 평균 상인 10여명씩 떠나 감염병장기화 5일장 중단 쇠락길 안산시의 유일한 전통시장인 안산시민시장이 사라지면 안산시는 전통시장이 없는 지자체가 된다. 같은 날 찾은 안양 호계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초 158명에 이르렀던 시장 상인은 50명이 넘게 줄어 지금은 106명 정도에 그친다. 소비 패턴의 변화 속 설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이 코로나19 상황과 도시 개발 가속화 등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안산시처럼 지자체 내 유일한 전통시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적지 않다. 안양 호계시장, 인접지역 재개발 주차장 사라지자 이용객 발길 뚝 안
최모(58·시흥시 거모동)씨가 집 근처의 한 대형마트에서 화장품 판촉 행사 일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 일이다.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북새통을 이루던 시절이었다. 최씨는 "마트에 판촉 행사가 매일 끊이지 않았고 영업 규제도 없었던 터라 한 달에 24~25일은 '휴일'도 없이 불려 나가 일할 정도였다"며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등장으로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이 하나둘 줄어들었다. 급기야 최씨가 다니던 마트는 문을 닫았다. 이에 3년 전, 인근 마트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곳마저도 폐점 위기에 놓였다. 최씨는 지난 8월 승용차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수원의 한 대형마트로 떠밀리듯 일터를 옮겨야 했다. 최씨의 일터가 바뀌는 사이, 주변에 있던 많은 동료들이 사라졌다. 최씨는 "나야 운 좋게 살아 남았지만 마트 영업 제한이 생기고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월 20일 가까이 꾸준히 일하던 판촉 행사 직원들이 짧게는 5일 정도만 일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2~3년 안에 나도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자리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판촉업 최씨 "10년전엔 북새통" 일하던
"코로나 이후 처음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는데 자가격리라니 무슨 날벼락인가요.", "해외로 출장 나와 있는데 한국 돌아가면 자가격리라니, 너무 갑작스럽네요."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부가 3일부터 2주간 모든 입국자에 열흘간 자가격리 의무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해외에 있던 이들은 물론 여행이나 출장을 앞두고 있던 이들도 대혼란에 빠졌다. 여행업계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여행객에 대해 입국 시 자가격리를 면제해왔다. 이후 국내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고 11월 '위드 코로나' 시행과 맞물려 사이판, 싱가포르 등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 국가는 물론 유럽, 미주 등 세계 각지로 향하는 여행객의 숫자도 하나둘 증가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데다 국내에서도 지난 1일 확진자가 발생하자,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 여부와 별개로 모든 입국자에 자가격리 10일을 적용하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정부, 오늘부터 2주간 의무화 발표 출장 계획자 등 예약취소 볼멘소리 업계, 당혹·사태 수습 대책 강구중 싱가포르·사이판 등 트래블 버블을
안양에 사는 이모(31)씨는 지난 7일 단풍 명소 '화담숲' 입장권을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9만원(3인)에 구해 다녀왔다.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풀린 장당 1만원(주간)인 입장권을 구매하지 못해 단풍철을 놓칠세라 웃돈까지 감수한 것이다. 이씨는 "현장 구매가 되는줄 알고 몇주 전엔 부모님을 모시고 입구까지 갔다가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며 "정가의 3배나 되는 가격에도 어떻게 표를 구할 수가 없으니 울며겨자먹기로 구매해서 다녀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대표 단풍 명소 광주 화담숲의 입장권의 '암표'가 온라인 중고 사이트 등지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현장 예매가 아닌 전량 온라인으로 하루 1만명의 제한된 인원만 받는 탓인데,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화담숲을 찾는 가족단위 단풍 행락객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암표의 가격이 높게는 정가의 3배까지 널뛰기하고 있다. 실제 단풍철이 절정으로 치닫는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화담숲의 주말 입장권은 매진으로,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다. 8일 오전11시 기준, 오는 13일(토)과 14일(일) 입장권은 이미 전량 매진됐다. 평일 입장권은 비교적 구하기 쉬운 상황이나, 통상 가족단위 방문객이 주말에 화담숲으로 몰려들어 주말분을
2일 오전 10시께 수원 구매탄시장의 한 떡집. 진열대로 대추설기를 옮기던 강모(55)씨는 마스크 사이로 한숨을 내쉬었다. 구매탄시장에서만 20년간 떡집을 운영해 온 강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후 명절중 가장 힘든 시기"라고 호소했다. 떡 주재료인 쌀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최근 대추, 밤 등 부재료 가격까지 널뛰기 시작하면서다. 강씨는 "지난해만 해도 15㎏에 7만원 선이던 대추값이 이제 14만~15만원까지 나간다"며 "쌀값에 이어 각종 제수용품까지 원가가 하나둘 오르는데 코로나로 손님이 없어 판매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난감해 했다. 대추·곶감·밤 등 가격이 치솟자 상인들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지고 있다. 떡집과 제과점 등 견과류 등을 부재료로 쓰는 상인들도 연쇄적 영향을 받아 현장에선 '추석 대목 맞이'도 무색한 분위기다. 쌀값 오름세속 견과류도 '널뛰기' "코로나로 손없어 판매가 못올려"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의 지난 8월 말 자료를 보면 전통시장 기준 곶감(10개), 대추(400g) 가격이 1만3천원과 7천원으로 전년 가격인 8천원, 5천원에서 각각 62.5%, 40%씩 폭등했다. 지난해 이상기후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고 코로나19
경기도의 한 직장인 A씨는 지난달 25일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 해당 주말 기간(1박2일) 양평의 한 펜션을 예약했다. 최근 식당·카페 등에 적용되고 있는 백신 접종 완료자 인센티브(일행 포함 4인 모임 가능)가 숙박시설에도 적용될 거란 생각에 4인 숙소를 예약한 것이다. 그런데 예약을 마친지 2시간 뒤에야 해당 인센티브가 숙박시설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해당 펜션을 통해 알게 됐다. 즉각 예약을 취소했지만 해당 펜션 규정(숙박 5일 전 50% 위약금)에 따라 예약요금 24만원 중 절반인 12만원을 위약금으로 물어야 했다. 반복적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조정에 따라 이 같은 네이버 등 대규모 숙박예약 플랫폼을 통한 취소와 위약금 요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내 숙박업소별 환불 규정마저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상황에 플랫폼 사업자도 법적 중재 역할이 불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이유로 '전액 반환' 권고사항 현장선 '유명무실' 플랫폼 사업자들 "업체 재량에 맡겨… 나서면 갑질로 비춰질 우려 커" 정부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발생하는 위약금 분쟁 해결을 위해 '소비자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