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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마트보다 먼저 사라지는 '마트 노동자'

e커머스 성장에… 대형마트 아웃소싱 직원들 위기

 

최모(58·시흥시 거모동)씨가 집 근처의 한 대형마트에서 화장품 판촉 행사 일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 일이다.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북새통을 이루던 시절이었다.

최씨는 "마트에 판촉 행사가 매일 끊이지 않았고 영업 규제도 없었던 터라 한 달에 24~25일은 '휴일'도 없이 불려 나가 일할 정도였다"며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등장으로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이 하나둘 줄어들었다. 급기야 최씨가 다니던 마트는 문을 닫았다.

이에 3년 전, 인근 마트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곳마저도 폐점 위기에 놓였다. 최씨는 지난 8월 승용차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수원의 한 대형마트로 떠밀리듯 일터를 옮겨야 했다.

최씨의 일터가 바뀌는 사이, 주변에 있던 많은 동료들이 사라졌다.

최씨는 "나야 운 좋게 살아 남았지만 마트 영업 제한이 생기고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월 20일 가까이 꾸준히 일하던 판촉 행사 직원들이 짧게는 5일 정도만 일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2~3년 안에 나도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자리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판촉업 최씨 "10년전엔 북새통"
일하던 곳 폐점, 일터 옮겨다녀


이모(55·수원 조원동)씨의 상황은 최씨보다 더 열악하다. 식품 브랜드 판촉을 주로 담당하던 이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한 달 평균 16~18일을 일했다. 생계유지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후 시음·시식 행사가 막히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 생계를 이어가는 일 자체에 차질이 생겼다. 이씨는 "이번 달 판촉 행사는 지난주 3일, 이번 주 3일하고 끝"이라고 울먹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소비 활성화와 e커머스의 성장세가 맞물려 한때 위용을 떨쳤던 대형마트의 입지가 좁아지자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노동자들의 설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판촉 행사 직원 대다수는 마트에 직접 고용된 직원들이 아닌, 각 브랜드 업체에서 계약을 맺은 아웃소싱 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그 사이 동료들 하나 둘 사라져
업계 입지축소, 판촉행사 줄어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각 브랜드 업체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 비중을 옮겨가는 추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판촉 행사 자체를 줄이면서 오랜 기간 해당 일에 몸담았던 이들이 생계 수단을 잃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 6일 가까이 있던 행사가 이제는 주말에만 진행되거나 아예 행사 자체가 사라진 브랜드도 적지 않다.

수원지역 대형마트에 판촉 직원을 보내고 있는 한 밀키트 브랜드의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행사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는 추세다. 지원자도 뜸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폐점은 이런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전국에서 매장 12곳이 폐점됐고 홈플러스는 매장 4곳의 문을 닫았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