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취재진이 찾은 부산 연제구 A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 주차장 입구 안내판에 주차 가능한 차량의 중량이 2200kg 이하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기계식 주차장 안전 지도를 살펴보면 이 주차장의 주차 가능 중량은 1850kg 이하. 같은 날 해운대구 B 기계식 주차장도 안전 지도상에선 1850kg 이하 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현장에선 2000kg 상당의 전기차도 별다른 경고 없이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주차되고 있었다.
기계식 주차장에 법적 중량을 초과한 차량을 주차 시키는 일이 만연하다. 이들 기계식 주차장의 안내판은 설치 때 인증받은 차량 무게를 상향 조정해 표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안전성 검사 후 차량 제원을 상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임의로 주차 가능한 차량의 무게를 높인 것이다. 허위 표기 단속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어 당장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 시행 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과적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 지역 기계식 주차장 5706기 중 대형 기계식 주차장(2200kg 이하 차량 주차 가능)은 48기로, 전체의 0.8%에 불과하다. 중형 기계식 주차장(1850kg 이하 차량 주차 가능)은 4984기이며, 나머지 674기는 유형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주차장이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더라도 2023년 말 기준 기계식 주차장 3만 6764기 중 429기(1.2%)만이 대형 주차장이다.
그러나 1%대에 불과한 대형 기계식 주차장을 도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취재진이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 일대 약 600m 길이 거리의 기계식 주차장을 직접 확인해 보니, 7곳 중 5곳이 중형 주차장이지만 대형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앞서 3월 국토부는 기계식 주차장의 주차 가능 차량 제원 상향을 골자로 하는 주차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시 검사 등 안전성 확인을 받은 중형 기계식 주차장의 주차 가능 차량 제원은 2350kg 이하로,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2650kg 이하로 확대된다. 전기차와 RV 등 무거운 차량이 늘면서 대형 주차장 수요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 전부터 도심의 대부분 기계식 주차장은 과적 운영 중이고, 차량 제원도 허위로 표기하고 있다.
이들 허위 표기에 대해선 현재로선 규제할 방법이 없다. 기계식 주차장의 설치 기준에 맞지 않는 자동차를 주차시킨 기계식 주차장 관리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은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인명 사고 우려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계식 주차장 중대 사고(사망·중상 등 피해가 발생한 사고) 58건 중 피해 차량이 수용 가능 차량 제원을 초과한 사례는 11건으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기계식 주차장은 노후화, 관리인 부재, 이용자의 정보 부족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며 “전기차 등 이용 확대를 위한 기준 상향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안전성 점검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