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가 5·18 당시 헌혈을 통한 나눔 정신을 계승하고 코로나19로 인한 혈액 부족 사태에 도움을 주기 위해 5~6월에 걸쳐 단체 헌혈을 계획했지만,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의 무성의한 대처로 무산됐다.10일 전남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5·18 전남행사위)와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두 단체·기관은 지난 4월 초부터 단체 헌혈을 위한 업무 협의에 들어갔다.5·18 전남행사위가 코로나로 인해 혈액 수급이 비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5·18민주화운동 42주기를 맞아 ‘5~6월 단체 헌혈’사업을 추진하고 싶다고 혈액원에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5·18 전남행사위는 전남도 및 22개 시군, 각 지방의회, 전남도교육청 등 공공기관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50여 기관·단체가 참여해 5·18 기념행사와 정신 계승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다. 5·18 전남행사위는 이러한 단체 구성과 성격 등을 알리며 “행사위 단체 관계자, 전남도 및 의회 공직자, 각 시군 공무원, 일반 도민 등을 대상으로 헌혈 참가자를 모아 5월부터 6월까지 단체헌혈을 하겠다”며 헌혈버스 배차 등 협조를 요청했다.그런데 5·18 전남행사위측 예상과 달리 혈액원 측은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1주일여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년동안 이어지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되자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5월 영령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10일 오전 영령들의 안식처인 국립 5·18민주묘지는 학생들이 ‘민주의 문’을 통과해 참배광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추모 열기로 가득했다.다만 예년처럼 민주로 양옆의 가로수에 줄지어 내걸렸던 사회 각계단체의 추모 현수막이 눈에 띄게 줄었고, 5월단체의 내홍으로 민주의 문 앞에서 매년 진행하던 추모리본 묶기 행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추모의 글귀를 적은 수천 개의 노란색, 흰색, 분홍색 리본이 300m에 이르는 민주묘지 정문부터 ‘민주의 문’ 구간에서 참배객을 맞는 풍경은 여전했다.국립5·18민주묘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까지 문을 닫았던 ‘유영봉안소’와 ‘5·18 추모관’의 문도 활짝 열고 추모객들을 맞이했다.묘지를 찾는 참배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에 따르면 올 1~4월까지 총 7만 5440명이 묘지를 찾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6%(4만 214명) 증가했다.5월 들어서도 9일까지 벌써 9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군용 트럭 짐칸 위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바로 앞엔 소총을 등에 메고 특수 제작된 진압봉을 손에 든 공수부대원이 금방이라도 때릴 듯 노려보고 서 있다. 이들 오른편 트럭 짐칸 앞쪽에는 이미 공수부대원들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맞고서 무릎 꿇은 채 머리를 푹 숙인 남성들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1980년 5월 전두환 계엄군, 그중에서도 광주 시민들을 몸서리치게 했던 ‘공수부대’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여러 사진 중 한 장에 관한 설명이다. 착검된 소총을 휘두르거나 진압봉으로 시민을 마구 때리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달리 폭력을 쓰는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수부대의 만행이 얼마나 잔혹했으면 외마디 저항도 못하고 저렇게 당했을까….”라는 탄식을 부르는 사진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금남로에서 찍힌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 속 계엄군을 자처하는 인물이 42년만에 나타났다. “더 늦기 전에, 그때 그 광주시민을 찾아뵙고 직접 사죄하고 싶다”고 밝히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스스로 제보하고 나섰다는 것이다.8일 5·18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사진 속 계엄군이라고 뒤늦게 참회의 고
올해로 42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5월 한 달간 풍성하게 열린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5·18 전야제도 3년 만에 광주 금남로에서 인원 제한없이 진행된다.제42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상임행사위원장 정동년)는 4일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달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는 기념행사를 소개했다.기념행사는 ‘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라는 구호 아래 전국 곳곳에서 100개 이상 펼쳐진다. 17일 오후 금남로에선 전야제,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에선 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다. 이에 앞서 주말인 14일 오후 금남로에선 5·18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가 치러진다. 대동정신을 잇는 주먹밥 나눔 행사와 헌혈행사, 5·18을 다룬 학술대회, 토론회도 5월 한 달간 곳곳에서 진행된다.MZ세대를 위한 전시회도 있다. 17~29일까지 양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청년 특별전 We play’다. 주최측은 5·18 당시 상황을 전시장에서 재현하고 그날의 현장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MZ세대를 겨냥한 전시회라고 밝혔다. 광주 연극인들이 만든 5월 연극 3
올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미얀마 인권활동가이자 난민인 신시아 마웅(여·63·Cynthia Maung·사진)씨가 선정됐다.5·18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강성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는 3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인권상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신시아 마웅씨를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미얀마 소수민족인 카렌족 출신인 신시아 마웅씨는 1985년 양곤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로 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988년 학생과 지식인, 종교인 그리고 시민들이 군사정부에 대항해 대규모 국민항쟁에 나섰지만 무력진압에 나선 군사정부에 의해 수천명이 숨지면서 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이 태국 국경으로 피신해 난민 생활을 이어갔다.난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한 그는 태국 매솟에서 1989년 ‘학생들의 병원’이라고도 불리우는 매타오 병원(Mae Tao Clinic)을 설립, 태국 국경으로 피난 온 미얀마 난민에 대한 의료지원활동을 시작했다.의료지원 외에도 국경지역에서 미얀마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 세대 지도자를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역량강화사업과 사회, 교육 환경 등의 문제를 환기시키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
우리 국민 10명 중 5명은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5·18민주화운동 관련해 가장 우선해 추진할 일은 ‘5·18 진상조사와 진실 알리기’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임기 내 완수하지 못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선 국민 10명 중 7명은 여전히 ‘(헌법 수록이) 필요하다’고 봤다.5·18기념재단은 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5·18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10명 중 5명(45.9%)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새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우선순위별로 두 가지를 선택해달라’는 물음에 ‘진상조사 및 진실알리기’를 우선 지목했다. 다음으로 ‘피해자 보상 및 치유’(22.2%), ‘5·18정신 세계화’(14.5%), ‘5·18기념사업 및 기념시설 조성’(9.3%) 순이었다.권역별로는 인천·경기지역에선 ‘진상조사 및 진실알리기’를 우선 지목해 응답한 비율(54.3%)이 가장 높았고, 호남권에선 41.2%가 진상조사 및 진실알리기를 꼽았다.‘5·18민주화운동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의 경우 ‘필요’(매우 필요하다 39.9% + 필요하다
“아버지, 잘 지내셨어? 누가 왔는지 봐요. 아버지 딸이 왔어요.” 1일 오전 11시께 요양시설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 광주시 북구 신안동 동행요양병원 1층에 있는 2개의 천막 면회실에는 부모를 직접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자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남편, 아들과 함께 80대 아버지를 찾은 신희숙(57)씨는 아버지의 양손을 꼭 붙잡고 “너무 보고싶었다”면서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신씨 가족 손에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반찬과 젤리 등 간식과 고생하는 간병인과 병원 종사자를 위한 수박까지 선물이 한 아름 들려 있었다. 예약한 시간보다 일찌감치 면회실에 도착한 이들은 준비해 온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음성’을 확인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록을 의료진 앞에 보여준 뒤에야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신씨는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의 다리와 어깨, 목 등을 마사지해주며 “전화는 왜 잘 안받느냐”, “식사는 얼마나 하시느냐”, “먹고 싶은 건 없으시냐”고 밀린 질문을 쏟아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버지 신영균(85)씨가 “밥도 잘 먹고 있고 가져다 준 반찬도 맛있게 먹고 있어”라고 답한 뒤에야 딸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딸은 손주를 가리키면서 누구인지 알겠냐고 물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허위사실은 어디서 비롯됐을까.보수언론 출신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은 군 출신의 극우인사 지만원의 복수심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내놨다.21일 5·18기념재단에서 열린 ‘5·18허위조작정보분석 집담회’에서 월간조선 기자 출신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이동욱 비상임위원은 ‘Ghost Breeders, 유령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위원은 글에서 “지만원이 2002년 8월 서울 소재 신문사에 냈던 의견광고가 말썽이 되면서 실체 없는 5·18 북한군(광수) 투입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광고 게재 이후 5·18 관련 단체가 지만원을 고소했고,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만원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5·18 북한군 투입설’을 퍼트리기 시작한 게 일명 ‘광수’ 논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이 위원은 이어 “지만원은 자신을 고소한 5·18단체에 대한 복수심에 지지자를 모으고 증언과 증거들을 조작했고, 2015년 5월 5일 직접 펴낸 책에서 (5·18 당시 광주 시민을 가리켜) 북한군 특수부대원 일명 ‘광수’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사건이 커졌다”고 부연했다.이 위원은 특히 “일명 광수 문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데…국가는 왜 우리를 범법자 만드나요”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전남 농촌 들녘에 일손 구하기 비상이 걸렸다. 인력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대부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농가마다 파종 시기마저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내국인을 대신해 농촌의 손발이 됐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입국하지 못한 데다 농사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어 인력난은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벌금형을 감수하면서 브로커를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까지 대거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도 줄어 이들을 고용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라 영세 소규모 농업인들은 이마저도 구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이에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끊기다시피 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올해부터 대거 입국시켜 농촌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행정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12일 전남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월 전남 14개 시·군 지자체의 농어가 433가구에 총 123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했지만,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고흥에 배정된 32명이 처음이다.전남도는 농번기를 앞두고 부족한 농촌 일손을 메꾸기 위해 분주
광주시 북구에 사는 30대 후반 직장인 김모씨는 1년 뒤 결혼을 계획하고 신혼집 마련에 나섰다. 손에 쥔 돈은 10년간 직장 다니며 모아둔 1억원. 광주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지인 말을 듣고 ‘대출을 끼면 웬만한 집은 사겠지’라며 발품을 팔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온·오프라인 부동산중개소마다 지인 말처럼 매물은 넘쳐났지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광주시 서구에 사는 30대 초반 회사원 박모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시골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로 했다. 안 먹고 안 쓰고 모아둔 돈으로 20평대 신축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2억원이 모자라 대출을 알아봤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시기에 덥석 은행 돈으로 집을 샀다간 화근이 될 것 같아서다. 박씨는 “결혼을 앞두고 내 집 마련을 해보려 했지만,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집값에 한숨만 나온다”며 “광주에 매물은 쌓이고 있다지만 내 집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광주지역 20~30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하나둘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이는 월급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고 기성세대보다 경력이 적어 신용대출도 한계가 있다는 건 20~30 세대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