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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무릎 꿇은 5·18 시민 어디 있나요⋯사죄 드리고 싶습니다”

5월 광주 사진 속 계엄군 42년 만에 참회의 눈물
69세 경기도 수원시민 5·18조사위에 스스로 제보
“양복 입은 저 분 찾아주세요”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군용 트럭 짐칸 위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바로 앞엔 소총을 등에 메고 특수 제작된 진압봉을 손에 든 공수부대원이 금방이라도 때릴 듯 노려보고 서 있다. 이들 오른편 트럭 짐칸 앞쪽에는 이미 공수부대원들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맞고서 무릎 꿇은 채 머리를 푹 숙인 남성들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1980년 5월 전두환 계엄군, 그중에서도 광주 시민들을 몸서리치게 했던 ‘공수부대’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여러 사진 중 한 장에 관한 설명이다. 착검된 소총을 휘두르거나 진압봉으로 시민을 마구 때리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달리 폭력을 쓰는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수부대의 만행이 얼마나 잔혹했으면 외마디 저항도 못하고 저렇게 당했을까….”라는 탄식을 부르는 사진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금남로에서 찍힌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 속 계엄군을 자처하는 인물이 42년만에 나타났다. “더 늦기 전에, 그때 그 광주시민을 찾아뵙고 직접 사죄하고 싶다”고 밝히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스스로 제보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8일 5·18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사진 속 계엄군이라고 뒤늦게 참회의 고백에 나선 이는 올해로 69세가 된 경기도 수원시민 A씨다. A씨는 ‘1980년 5월 당시 7공수여단 33대대 9중대(일명 번개중대) 소속의 화기하사로 광주에 투입됐다’고 5·18 진상조사위에 알려왔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 장안공원에서 열린 5·18 41주년 기념 사진전을 본 뒤 5·18 진상조사위에 스스로 제보하고 나선 것이다. A씨는 당시만 해도 “(사진과 관계없이) 저도 광주에 투입된 군인입니다”라고만 밝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올해 초 5·18 진상조사위가 A씨에게 5·18 당시 사진 수십장을 카카오톡으로 보낸 뒤 “생각나는 게 있으면 뭐든 말씀해달라”는 취지로 묻자 “저 사진 속 계엄군이 접니다”라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사진 속에서 M203 유탄 발사기를 메고 있는 것을 보고 본인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5·18 진상조사위는 지난 6일 A씨에 대해 첫 대면조사를 벌이려 했으나 미뤄졌다. 지병을 앓던 A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A씨는 건강이 회복되는대로 대면 조사를 받겠다고 5·18 진상조사위에 밝히고 있다.

5·18 진상조사위는 아직 A씨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A씨의 주장이 신빙성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진술이 구체적인데다 굳이 스스로를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이자, 사진 속 계엄군이 자신이라고 속였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5·18 진상조사위는 현재 5·18기념재단과 5·18부상자회 측에 사진 속 ‘양복을 입고서 군용 트럭에 올라 무릎 꿇은 시민’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는 “직접 찾아뵙고 사죄하고 싶다”는 사진 속 계엄군을 자처한 A씨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자 사실 관계를 거듭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5·18 진상조사위는 설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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