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新팔도유람]맑은 물결에 새겨진 자연의 데칼코마니… 그대 노 저어오오
비상등을 켠 채 이대로 도롯가에 멈춰 서고 싶은 날이 있다. 삶이 주는 막막함이다. 질퍽한 흙길을 지나 땅끝에 닿았다. 미혹과 번뇌를 벗어난 깨달음의 피안(彼岸)은 물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듯했다. 미동조차 없는 거대한 호수에 오리 한 마리가 떠다닌다. 그 움직임이 작은 파동으로 발끝에 전해졌다. `괜찮다.' 나무숲에 부는 바람이 말해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름 모를 빛깔 고운 새가 지저귄다.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빛이 눈부시다. `너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물과 바람과 햇볕이 건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눈을 감고, 가만히 귀 기울여 들었다. 대청호오백리길에서는 누구나 오롯이 혼자였으나 결코 결핍하진 않았다. 한 해 200만명 찾는 관광 명소 대전 구간 6개 충북 구간 15개 슬픈연가·창궐 촬영지로 유명 대청호는 대전과 충북 청주 등지를 걸치고 있는 인공호수다. 오른쪽으로 청주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 왼쪽으로 대전 대덕구 미호동을 가르는 대청댐이 5년여 공사 끝에 1980년 12월 들어서면서 길이만 80㎞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가두고 있는 물은 14억 9,000만톤으로 국내 최대인 소양호, 충주호 다음이다. 대청호는 대전·충청
- 대전일보 문승현
- 2020-03-10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