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는 러일전쟁과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담긴 섬이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외양포와 대항새바지가 대표적인 곳이다. 평범한 어촌마을이던 외양포는 러일전쟁 때이던 1904년 일제가 주민 64가구를 모두 퇴거시키고 군사기지로 바꾼 곳이다. 이곳에는 일본군 제4사단 진해만 요새 사령부가 들어섰다. 외양포에는 당시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마을 입구 대항낚시 앞의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는 당시 흔적을 알려준다. 헌병대 막사 건물과 감옥이 보존돼 있고, 일본군 내무반과 장교 사저, 탄약고, 우물 등도 그대로 있다. 웅장한 포진지(사진)와 지하 벙커 등도 보존돼 있다. 포진지는 대항낚시에서 가덕해안로 1325번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 마을 전체가 요새화된 모습이 지금까지 보존돼 있는 곳은 전국에서 쉽게 찾기 힘들다. 대항새바지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원도 탄광 노동자들이 판 일제의 요새 동굴이 있다. 남태우 선임기자
노란 개나리꽃이 산길을 따라 화사하게 피었다. 길 아랫마을에는 하얀 목련꽃이 환하게 웃고 있다. 달리는 차량이 드물어 도로는 한산하다. 흐르는 공기와 바람도 덩달아 느긋해 보인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으로 가는 길은 시간이 멈춘 채 봄 향기만 가득하다. 방어산 중턱 전망 시원한 마애사 700m 더 오르면 약사여래 마애불 몸과 마음에 건강한 기운 가득 생육신 조려 추모해 지은 채미정 대청마루 앉으면 세상 시름 잊혀 ■마애사 마애불 마애사는 방어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절 전망대에 서면 아래로 환하게 펼쳐진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낙동마을과 낙동소류지, 일주문을 지나면 마애사 주차장이 나타난다. 목적지는 마애사를 지나 700m가량 올라가면 나타나는 마애불이다. 정식 명칭은 마애약사여래삼존입상이다. 약사여래는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이다. 그래서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다. 마애사를 찾은 것은 코로나19를 피해 방구석에만 있느라 굳은 몸을 풀어주고, 세계에 만연한 전염병을 퇴치해달라고 마음으로나마 빌어보기 위해서다. 주차장을 지나 올라가는 길 담벼락에 부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는 부처의 제자들인 존자 석상 여러 개가 있다. 다들 다양한 표정
경남 함안군 칠원읍 무기리에는 매우 아름다운 연못 정원이 있다. 조선 영조 때 유학자였던 주재성의 생가 ‘주씨고가’ 안에 있는 무기연당이다. 그는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켜 반란군을 진압하는 데 힘을 보탰다. 관군은 그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창의사적비’‘를 세우고 그의 집에 있던 서당 앞 넓은 마당에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직사각형으로 2층 자연석을 쌓고 안에는 둥근 인공섬을 만들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유교적 세계관인 ‘천원지방’을 형상화한 것이다. 연못 주변에는 나중에 만든 누각, 정자인 풍욕루, 하환정과 충효사가 있다. 봄 경치가 특히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관람을 할 수 없다. 함안면 괴산4길에는 무진정이 있다. 조선 시대 유학자 조삼이 후진을 양성하면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직접 지은 정자다. 기둥 위에 아무런 장식이나 조각물이 없어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건물이다. 이 일대에서는 매년 석가탄신일에 지역 고유의 민속놀이인 ‘함안 낙화놀이’가 펼쳐진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에서 떨어지는 불꽃이 매우 인상적인 행사다. 남태우 선임기자
포근한 날씨다. 코로나19만 신경 쓰고 있었더니 어느새 등 뒤에 봄이 성큼 와 있다.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뒤쪽 언덕에 진달래가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드문 휴게소 공원을 잠시 걸어 진달래를 보러 갔다. 분홍색 꽃이 “모든 게 곧 좋아질 거야”라며 방긋 웃고 있는 듯했다. 상쾌해진 기분을 가슴에 담고 경남 함양으로 달려갔다. 신라 시대에 만든 인공 숲 연리목·밤나무·팽나무 등 곳곳에 수많은 고목 자리 잡아 부드러운 흙으로 덮인 산책길 최치원이 놓은 돌다리 ‘천년교’ 상쾌하게 걷다 보니 시름 잊어 상림 최치원 공원 큰 바위에 ‘상림 최치원 공원’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바로 함양 상림공원이다. 맑고 시원한 공기가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넨다. 공원을 가득 채운 수만 그루의 나뭇가지에는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졸~ 졸~ 졸~ 물소리가 들린다. 상림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개울에 물이 흐른다. 기분을 상큼하게 만드는 봄의 환영 인사다.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원을 산책한다. 마치 별미를 먹는 듯한 느낌이다. 나무 두 그루가 비비 꼬여 있다. 분명 다른 나무들인데 한 몸에서 난 것처럼 밀착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진 연리목이다. ‘천년 약속
경남 함양에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지난해 7월 동유럽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소수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등 8곳 서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계서원(사진)이다. 서원 입구에는 ‘세계문화유산 지정비’가 서 있다. 문이 항상 열려 있어 언제든 들어가 볼 수 있다. 강익이 정여창을 기리기 위해 1552년 창건한 남계서원은 소수서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서원이다. 정유재란 때 소실됐지만 1612년 재건됐다. 남계서원은 야트막한 경사지에 터를 잡았다. 출입문을 포함해 모두 11채의 건물로 만들어졌다. 정문은 풍영루다. 평소에는 유생들이 공부하고, 손님이 오면 정담을 나누던 곳이다. 풍영루를 지나면 강당과 동재, 서재가 ‘ㄷ’자 모양으로 나타난다.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던 곳이다. 언덕을 올라가 내삼문을 지나면 가장 높은 곳에 사당이 나온다. 사당은 출입문과 일직선을 이룬다. 이를 ‘전학후묘(前學後墓)’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서원 형태였다. 풍영루 양쪽에는 ‘연지’라는 작은 연못이 조성돼 있다. 여름에 예쁜 연꽃이 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연지 뒤에 서서 바라보는 서원 풍경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빠질 지경이다. 온종일 집에 갇혀 있거나, 밖에 나갈 땐 마스크를 끼고 생활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울한 마음을 달랠 겸 시원한 바다로 드라이브를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상쾌한 해안도로를 달린 뒤에는 바다 너머 석양을 보면서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보자. 목적지는 경남 사천 실안해안도로와 실안낙조다. 광포항서 노을길까지 드라이브 오밀조밀 해안선 타는 재미 솔솔 바다 위 이색 선상카페 ‘씨맨스’ 빨간색 지붕 어촌마을도 볼거리 옹기종기 그림 같은 섬·죽방렴 너머 큼지막한 불덩어리가 내려앉는다 실안 해안도로 실안해안도로는 사천에서 삼천포로 이어지는 바닷가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곳이어서 풍경이 아름답고 사진 찍기에도 좋아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내려 사천대로를 따라 달리다 모충교차로에서 빠지면 실안대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광포항~신분령항~실안방파제를 거쳐 실안낙조를 볼 수 있는 노을길까지 여유를 갖고 천천히 달리면 된다. 차량 통행량이 적기 때문에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반대편 차선에선 자동차들이 마치 코로나19를 피해 서둘러 집에 가
코로나19는 평범한 일상을 수없이 제약하고 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숨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집 밖에서는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 혹시 승강기에 다른 사람이 탑승하면 잠시 호흡을 멈추는 게 습관이 됐다. 시원하게 숨을 쉬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미세먼지도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없는 푸른 대나무 숲으로 달려갔다. 가덕도를 가로지르는 거가대교를 건너 관포교차로에서 장목 방향으로 들어간다. KTS카페리선착장을 지나자 곳곳에서 “싸~악” 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들린다. 거제시 하청면 와항마을이다. 대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잠시 후 ‘거제맹종죽테마파크’가 눈앞에 나타난다. 9만 9000㎡ 부지에 무려 3만 그루 우리나라 맹종죽 85%가 자라는 곳 소원 적은 대나무 조각 달그락거리고 ‘사색죽길’ ‘모험의 숲’ 걷다 보면 맑은 공기에 가슴 뻥 뚫리는 죽림욕장 대숲 향 저 멀리선 아이들 웃음소리 2013년 개장한 맹종죽테마파크에는 9만 9000㎡ 부지에 맹종죽 3만 그루가 심겨 있다. 1926년 신용우 선생이 경남 모범영농인 대표로 일본 규슈 지방에 산업시찰을 다녀오면서 맹종죽 세 그루를 가져와 집 뒷산에 심은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