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이 785억원을 넘었다. 이는 1998년 국내에서 첫 미술품 경매가 시작된 이후 1분기 최고 실적으로 다양한 이슈가 있었던 미술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국내 10개 경매사가 개최한 71회의 경매를 통해 출품된 7천856점의 작품 중 낙찰률은 65.7%, 낙찰총액은 785억3천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9%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 시장이 미술 쪽으로 몰려 자금이 유입되고, 미술작품의 구매율이 높아졌다"며 "젊은 세대들의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커지는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낙찰률 65.7%로 작년比 49% 증가 최고가 44억 쿠사마 야요이作 '…비너스상' 세기의 컬렉션이라고 불리는 '이건희 컬렉션'이 세상에 드러나며 미술품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높였고, 해외 갤러리들도 한국에 진출해 다양한 전시와 작품을 선보였다. 또 팬데믹으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이 중요해지며 인테리어 용도로 미술품을 구매
무릎이 삐죽 튀어나오는 작은 의자에 앉았다. 나무 장작을 넣은 난로가 따뜻한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풍금 소리를 청해 들었다. 한눈에 봐도 오래돼 보이는데 아직도 소리가 짱짱하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3학년 2반 교실에는 잊고 있었던 추억과 기억이 머물고 있었다.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은 교사였던 김동선, 이인숙 부부가 집도 팔고 퇴직금도 털어서 만든 소중한 공간이다. "지금은 보물이 됐지만 그땐 쓰레기를 모아놓은 것 같았죠. 어떤 분이 '김 선생은 뭐하려고 이렇게 쌓아 두냐'해서 웃었더니 '부부가 같이 미쳤군'이라는 얘길 들었어요." 이 관장이 주변 사람들이 말렸던 교육박물관 탄생의 비화를 털어놓았다. 교과서부터 작은 필기구까지 쉽게 버리지 못한 김 관장의 습성은 박물관의 밑천이 되었다. 김 관장이 교육과 관련된 물건을 소중히 모아온 데에는 '언젠가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박물관을 통해 아이들이 감성과 인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길 바랐던 것이다. 그저 하나의 바람에서 머물렀던 그 생각은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자 더욱 확고해졌다. 더는 교사생활이 불가능했던 이 관장은 학교를 그만두고 깊은
국내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온 경기창작센터가 복합문화공간인 '경기창작캠퍼스'로 탈바꿈한다. 낡은 건물과 시설을 새롭게 개보수하는 것은 물론, 레지던시와 생활문화센터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경기문화재단은 올해 안산 대부도에 위치한 경기창작센터의 노후시설 개보수와 사업 고도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모두 7개의 건물, 총면적 1만6천㎡의 규모로 이루어진 경기창작센터는 2009년 개관 이후 5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역할을 했다. 당초 건물은 1995년에 설립한 도립직업전문학교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시설이 노후화하는 문제점이 생겼다. 또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한 레지던시로 활용되다 보니 도민이나 다른 창작자들의 이용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홍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문화지형이 창작중심에서 나아가 시민과 함께 만들고 누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의 패러다임과 환경 변화, 낡은 시설 등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지며 기존 경기창작센터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4곳 리모델링 시민 개방 기능 확장… 대부도 특성 살린 연계프로그램 기대 2024년 '경기창작캠퍼스'로 재
봄을 알리는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는 이때야말로 아름다운 꽃길을 걸으며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다. 어느 곳으로 꽃 구경을 가볼지 고민된다면 경기도의 대표 역사문화 탐방로인 '경기옛길'의 구간 중 12곳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경기옛길센터)이 봄을 맞아 선정한 '경기옛길'의 아름다운 꽃길 구간은 평해길 3개 구간, 영남길 4개 구간, 경흥길 1개 구간, 삼남길 4개 구간으로 각각의 꽃들이 군락지를 이뤄 절경을 뽐낸다. 3월 말 즈음부터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구리의 평해길 제1길 망우산 일대에서는 노란 개나리와 알록달록한 영산홍, 철쭉을 만날 수 있다. 평해 3·영남 4·경흥 1·삼남길 4개 선정 망우산 일대 개나리·영산홍·철쭉 활짝 이어 4월로 접어들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반긴다. 수원의 삼남길 제4길 서호천과 성남의 영남길 제1길에 속한 탄천에서 황새울공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벚꽃길로 유명하다. 또 남양주의 평해길 제2길에서 제3길로 이어지는 구간도 한강 수변의 벚꽃을 즐기기에 좋다. 4월 중순부터 피는 하얀 배꽃은 구리의 평해길 제1길 이문안호수공원 일대와 평택 삼남길 제10길의 통복천과 배다
음악을 전시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오선지 위의 음표를 벗어난 조명과 향, 소리와 진동 등의 다양한 자극이 펼쳐지는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완벽한 최후의 1초-교향곡 2번'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1961년에 작곡한 텍스트 악보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이 국내 최초로 시연된다. 21세기에 새롭게 탄생한 이 교향곡의 악보를 보면 전시가 얼마나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조금은 가늠해볼 수 있다. 1961년 만든 텍스트 악보 국내 최초 시연 제목과 달리 빈방 포함 16개 방 '자유롭게' 송선혁 작가 당시 장비로 바꿔 사운드 구현 악보는 정사각형의 방처럼 생긴 네모 안에 그려진 셈여림표와 그림, 지시문들이 전부이다. 지시문은 '심한 소음과 정현파의 합성기', '물이 흐른다', '신비스러운 향', '최대한 환한 3,000W의 조명', '뜨겁게 달군 난로' 등 수수께끼 같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악보의 제목처럼 '20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지도 않다. 전시는 빈방을 포함한 모두 '16개의 방(악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백남준은 "여기에서 관객은 마음대로 방을 옮겨 다니며 적
오늘날에도 믿기 어려운 참혹한 전쟁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파괴되는 삶의 터전과 그 속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누군가의 가족은 모두가 원치 않는 전쟁의 아픔과 상처로 남았다. 이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는 전쟁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DMZ랜선영화관 다락(Docu&樂) 기획전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평화를'을 선보인다. 이번 기획전에서 상영될 작품 '임계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쟁'과 '드러나지 않은'은 모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이 벌어진 2014년 이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참화의 고발,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지를 영화를 통해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전문 OTT인 '보다 VoDA'를 통해 25일부터 공개되며 사이트 회원 가입 후 한 달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마크 조나단 해리스·올레스 사닌 감독의 '임계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쟁' 작품은 침략에 시달려 온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설명하며 시작한다. 2004년 '오렌지 혁명'을 거쳐 유로마이단 시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진행된 2014년을 다룬 이 작품은 만 명이 넘는 이들의 목숨
공공예술은 우리 주위에서 하나의 풍경처럼 녹아드는 동시에 예술성과 활용성 등 다양한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분야이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은 공공예술 프로젝트 일환으로 의정부·평택·연천에 예술적 감성을 더한 버스정류장 '아트정류장'을 조성하면서 '이용 가능한 예술작품'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올해 경기문화재단 공공예술팀은 도내 지자체들과 협의해 쓸모를 찾지 못한 공간을 도민들에게 돌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기영 공공예술팀장은 "작품을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며 "수요를 늘리는 것보다 만들어진 곳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지원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참여 작가와 지역이 함께 호흡하며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예술의 가치를 높였다. 시흥, 오이도 퇴역 함선 문화복합공간 변신 '아름다운 노을'과 조화 평택, 농협 창고 4동 탈바꿈 미듬영농조합 식품 홍보관 등으로 활용 화성, 친환경 소재 조개 조형물 낮에 빛 머금고 밤에는 반짝 공공예술팀이 선보일 프로젝트로는 먼저 시흥 함선이 있다. 시흥 오이도에 있는 퇴역한 함선은 전시 등을 위해 2013년 매입됐지만 이후 크게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돼 있었다.
만약 백남준이 지금 살아서 아흔번째 생일을 맞았다면, 과연 그는 오늘날의 예술과 기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예술과 삶을 통합한 새로운 예술을 추구한 백남준의 작품은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고 미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 '칭기즈 칸의 복권'(1993년 作) 1990년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유목민과 같은 삶을 살았던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받는다. '칭기즈칸…' 주유기·텔레비전 등 활용 미디어 통한 세계적 영향력 확대 표현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은 이때 전시됐던 작품으로 몸통과 팔은 주유기로, 머리는 잠수 헬멧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로봇은 열 대의 텔레비전을 자전거 짐받이에 가득 싣고 있으며, 그 텔레비전 안에는 네온관으로 만든 기호와 문자가 채워져 있다. 이에 어두운 전시 공간에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작품의 뒤태를 좋아하는 관람객들도 많다고 한다. 작품의 이름이 '칭기즈 칸'인 것은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과 영토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며,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가 오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예견한 백남준의 '예술인류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새로우면서 혁신적인 예술을 주장한 예술운동을 '아방가르드'라고 한다. 올해로 탄생 90주년을 맞은 백남준은 이러한 '아방가르드'를 자신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존재로 인식했다. 그를 항상 새로운 예술로 이끄는 근원이자 방향성이었던 '아방가르드'는 지나간 과거가 아닌 지금도 유효한 정신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특별전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를 기획한 이수영 학예연구사가 꼽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설명해 줄 장면과 작품을 소개한다. #1993 칭기즈 칸의 복권 1990년대 대중적 인기 얻어… '인터넷의 시대' 예견 대형프로젝트 1990년대는 백남준에게 있어 가장 좋은 시기였을 것이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듯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작품도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또 그가 앞서 예견했던 것들에 대한 업적들도 인정받으며 수많은 상을 받았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진 속의 백남준이 있는 곳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이다. 이곳에서 그는 독일관 주변으로 로봇들을 설치했고, 그 로봇들은 베니스의 바다를 바라봤다.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 앞에서 사진을 찍은 그의 건강하고 익살스러운 표정, 트레이드 마
3월에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 있다. 구멍을 찾아볼 수 없는 연기력과 호흡, 넘버가 주는 섬세함과 강렬함, 시대적 배경의 간절함과 캐릭터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인 '팬레터'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팩션(팩트+픽션) 뮤지컬 '팬레터'는 "나라가 이 지경인데 지금 문학이 무슨 의미냐"는 말을 들으며 안팎으로 혼란한 시기 자신들의 순수한 문학 열정을 이어나가는 칠인회와 폐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세상에 남길 작품에 대한 강한 열망을 불태우는 천재 소설가 김해진, 그런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과 베일에 싸인 천재 여류작가 히카루가 극을 이끈다. 소설 쓰는 3인 연결하는 그림자·안무 등 극의 몰입도 높여… 밴드 연주 '완벽 호흡' 해진에게 전달된 팬레터로 세훈, 히카루와의 복잡한 삼각관계가 시작 된다. 슬픔을 아시느냐 묻는 편지는 해진에게 소설을 쓰는 힘이 되고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게 했지만, 결국 그를 깊은 늪에 빠뜨리게 하는 존재가 된다. 해진과 세훈, 히카루가 소설을 쓰는 사방이 어두운 검은방은 현실과 이상 사이를 넘나드는 인물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해진이 편지인지, 아니면 편지를 보낸 사람인지 모를 대상에 집착할수록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