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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상)] '백남준의 세가지 장면'

백남준의 멈추지 않는 예술 세계… 존 레논 '아방-리가르드'라고 표현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새로우면서 혁신적인 예술을 주장한 예술운동을 '아방가르드'라고 한다. 올해로 탄생 90주년을 맞은 백남준은 이러한 '아방가르드'를 자신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존재로 인식했다.

그를 항상 새로운 예술로 이끄는 근원이자 방향성이었던 '아방가르드'는 지나간 과거가 아닌 지금도 유효한 정신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특별전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를 기획한 이수영 학예연구사가 꼽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설명해 줄 장면과 작품을 소개한다.

#1993 칭기즈 칸의 복권

1990년대 대중적 인기 얻어… '인터넷의 시대' 예견 대형프로젝트

 


1990년대는 백남준에게 있어 가장 좋은 시기였을 것이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듯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작품도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또 그가 앞서 예견했던 것들에 대한 업적들도 인정받으며 수많은 상을 받았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진 속의 백남준이 있는 곳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이다. 이곳에서 그는 독일관 주변으로 로봇들을 설치했고, 그 로봇들은 베니스의 바다를 바라봤다.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 앞에서 사진을 찍은 그의 건강하고 익살스러운 표정, 트레이드 마크가 된 하얀 셔츠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백남준이다.

당시 '전자 초고속도로 : 베니스에서 울란바토르까지'라는 주제로 동서양의 교류와 소통을 다룬 백남준은 자신이 20여 년 전 내다본 인터넷의 시대가 실현되고 있다는 견해를 굳건히 다지며 매체에 대한 기억과 역사를 다루는 대형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1974 TV 부처

부처가 자신 비춘 TV모니터 보게 하는 연출에 열중하는 모습

 


불상과 TV 모니터가 마주 보고 있는 작품 TV 부처는 백남준의 작품 중에서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다. 종교적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와 현대 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이 대비를 이루며 많은 주제를 담고 있다.

백남준이 이 작품을 구상하고 설치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잘 나타나 있는 사진은 그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큐레이터이자 갤러리스트인 르네 블록이 촬영했다. TV 부처의 핵심은 부처가 얼마나 모니터에 잘 나오느냐에 있다.

사진에는 부처와 텔레비전, 카메라 등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한 장면 안에 또렷하게 잘 나와 있고, 부처가 자신을 비춘 모니터를 보게 하는 연출을 구현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백남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969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비디오 매체에 편집 더해… 스타·테크니션과 자유롭게 예술 향유

 


존 레논, 오노 요코, 백남준, 슈야 아베. 네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은 곳은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란 작품 앞이다. 이 작품은 대중화의 갈림길에 서 있던 비디오라는 매체에 편집 기능을 더해 대중화시키고자 했던 백남준의 의지로 설명된다.

작품은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믹싱해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데, 색을 변조하고 형태를 뒤흔들며 다른 영상을 뒤섞기도 한다. 특히 작품 앞의 네 사람을 보면 대중문화 스타와 아티스트, 테크니션의 구분을 허물고 좀 더 자유롭게 예술을 향유하고 협업했음을 짐작게 한다.

그래서 사진 속 작품과 이러한 인물들의 만남 역시 백남준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존 레논은 백남준을 '아방-리가르드(avant-reguard)'라고 표현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백남준을 어쩌면 가장 잘 나타낸 말일지도 모르겠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